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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적 '언'론 자유국, 그리고 '불언(不言)'
  • 서단비 기자
  • 승인 2012.03.31 18:28
  • 호수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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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가 방금 했던 말, 신문에 실리는 건가요?”, “기사에 싣지는 말아주세요”, “제 이름은 빼주세요”
기자생활을 하면서 취재원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꼽자면, 단연 위에 언급된 말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포함될 것이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 인터뷰한 취재원이, 더군다나 내가 지적하는 문제점에 대해 진심으로 동조하며 신나게 열변을 토해내던 사람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인터뷰 말미에 저 말을 ‘툭-’ 하고 내뱉을 때면, 나는 그만 ‘탁-’ 하고 맥이 풀려버리기 일쑤였다.
한창 ‘기자’라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던 시절에는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지 못하는 취재원들의 행동이 비겁하고 치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차츰 그들을 ‘체념’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MBC에서 트위터에 사회적 쟁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은 기자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일이 있었다. 해당 기자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이유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위반하고 사내 질서의 문란을 야기했다는 것이었다. 트위터가 사적 공간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은 의견이 분분할 수 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논외로 하고, 말하고 싶은 요지는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입장을 겉으로 드러내는데 눈치를 보게 되는 사회적 풍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미국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1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96개국 중 70위를 차지했고, 언론자유 정도를 ‘자유’에서 ‘부분적 자유’로 강등 당한 적이 있다. 올 3월 현재 미국 갤럽조사연구소가 세계 133개국을 대상으로 언론자유 지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87위에 그쳤다. ‘부분적으로 언론자유가 있는 나라’로 분류된 우리나라는 세계 89위에 랭크된 사회주의체제인 중국과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여 자유주의 국가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에 이르렀다.

트위터나 각종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한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퇴출당했고, 건전한 온라인 문화의 정착을 빙자한 검열을 통해 인터넷 상에서 정부에 반대되는 의견들은 삭제 당했고, 정부가 주요 방송국의 경영에 개입해 뉴스의 편집권을 쥐고 흔들며, 언론사 파업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쓰다간 이 글도 삭제 당할지 모르니 이만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훗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 때 생각한대로 마음껏 ‘글’을 쓰고 싶다.

서단비 기자 rinascimento@yonsei.ac.kr

서단비 기자  rinasciment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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