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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고향'에 가다
  • 김은지, 박희정 수습기자
  • 승인 2012.03.31 12:42
  • 호수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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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타향살이가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난 자취생.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학교 과제처럼 돼버린지 오래다. 오늘 저녁은 또 라면이 될 듯하다. 따끈따끈한 집 밥 생각이 간절하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깊은 상념에 빠져들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친구한테 전화가 온 것이다. “저녁 먹었어? 저녁 안 먹었으면 우리 고향 가서 밥 먹자” 고향, 이 얼마나 애잔하게 가슴에 젖어드는 단어인가.


손님들을 반기고 있는 기와집 지붕 밑의 초롱불 다섯 개. 빛이 반질반질 나는 원목으로 된 식탁과 의자. 천장을 받쳐주는 것처럼 보이는 갈빗대 모양의 통나무 배열과 노르스름한 벽지. 전체적으로 고풍스럽다기보다는 친근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바로 식당 ‘고향’의 모습이다. 내부 구석구석을 감싸고 있는 따스한 주황 계열의 불빛은 꽃샘추위에 단단히 심통이 났던 마음까지 녹여주는 듯하다.

담백한 고향 인심을 맛보다

안으로 들어서자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주인 이만형씨가 미소로 반긴다. 고향은 삼겹살, 오겹살, 갈매기살, 갈비살 등 고기구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이다. 대표 메뉴는 삼겹살이다. 빨간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숯불로 뜨겁게 데워진 판 위에 삼겹살을 얹는다. ‘촤악’하는 소리가 뱃속의 허기를 목구멍까지 끌어당긴다. 삼겹살이 익는 동안, 주인 이씨가 서비스로 대하소금구이를 내온다. 푸짐한 삼겹살 양을 보며 느낀 놀라움은 이내 감탄으로 변한다. 말 그대로 푸근한 고향 인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보통 삼겹살과 같은 육류 음식들은 기름기가 많아, 몇 번 집어먹으면 금세 질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향에서의 삼겹살은 맛이 담백하고 기름기도 적당해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씨는 이에 대해 “하루 이상 숙성시킨 삼겹살이기 때문”이라며 “구이에 숯을 사용함으로써 센 불로 삼겹살을 단숨에 익히기 때문에 육즙과 기름이 빠져나가지 않아 더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라고 비법을 전했다.

고향의 비장 무기: 새콤달콤 특제 소스와 보쌈김치

또 다른 ‘고향’다움은 주인 이씨가 만든 특제소스에서 찾을 수 있다. 평범한 소스처럼 보이지만 일단 그 맛을 보면 왜 고향만의 특별 소스라고 자부하는지 알 수 있다. 한약재와 과일로 만든 소스의 새콤달콤한 맛과 다채로운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특별 소스는 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젊은 층들의 입맛에 좀 더 맞추기 위해 직접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이씨의 말에 반증이라도 하듯, 식당에서 만난 박진아(불문·11)씨는 “쌈보다 소스에 삼겹살을 찍어먹는 것을 선호한다”며 “소스의 달달한 과일향이 삼겹살을 덮으면서 쌈을 싸먹는 것과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레 소스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이씨는 “각종 한약재와 과일을 섞어, 큰 통에 넣어 중간불로 8시간 이상 가열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의 비법은 ‘고향’만의 노하우여서 말해 줄 수 없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소스 외에도 고향의 또 다른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보쌈김치’다. 평범한 보쌈김치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일반 보쌈김치보다는 새콤달콤한 양념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김치 특유의 시큼한 냄새와 매운맛이 나지 않는다. 식당에서 만난 이다미(경영·09)씨는 “보쌈김치를 삼겹살에 싸먹으면 고기의 육질과 와삭와삭하게 씹히는 김치의 촉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직접 보쌈김치를 개발하고 만드는데 사흘이상 걸린다고 하니, 그 정성이 음식 군데군데 녹아있는 듯하다.

몸과 마음에 포만을 얻다

고향을 맛집이라고 추켜세우자, 주인 이씨는 “맛집이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먹을 만한 집, 다시 오고 싶은 집으로 불리고 싶다”며 겸손한 미소를 보였다. 고향이라는 이름은 주인 이씨의 외지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주인아저씨는 “외지에서 불편한 생활을 하다가 가끔 고향에 내려가면 먹고 싶던 음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며 “고향이라는 이름엔 먼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주인아저씨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가게가 외진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먼 걸음 하는 외국인손님과 단골손님이 꽤 많은 듯하다. ‘고향’에서 몸과 마음에 포만을 한가득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부르게 먹어 몸은 무겁지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타향살이와 세상에 지친 많은 학생들에게 제안해본다, 따뜻한 인정과 한 끼의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면 ‘고향’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글 김은지, 박희정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김은지, 박희정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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