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진 동문(경영·05)
2010년 2학기~2011년 1학기 교환학생 UCSC,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
저소득층 자녀 대상 무료과외 봉사활동
2010년 여름 Global ESI - Eland strategy intelligence 인턴
2012년 1월, (주)KIA MOTORS 입사 (해외서비스마케팅팀)
2012년 2월 졸업


면접관: “본인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경진: “예, 저는 뻔뻔한 남자입니다.”
면접관: “뻔뻔하다고요?”
경진: “네. 뻔뻔함은 나쁘게 말하면 염치가 없는 것이지만 좋게 해석하면 어디에나 다 적응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능력이죠. 영어단어 Fun이 의미하듯, 재미있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후에 그 면접관은 이 남자의 팀장이 됐다. “하도 뻔뻔하길래, 얼마나 뻔뻔한지 보려 널 뽑았다.” 천하의 기아자동차 면접장을 FunFun하게 만들어버린 이 사람은 바로 고경진 동문(경영·05)이다. 만일 지난 3월 19일자 『연두』를 읽어본 이라면 눈치 챘을 것이다. 현재 국내영업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광영 동문의 광명 나는 기아자동차 ‘합격 스토리를. 이번엔 해외영업본부에 입사한 고 동문 차례다. 뻔뻔한 남자, 고경진의 FunFun한 취업 비결을 들어보자.

Q. ‘해외영업본부 소속 해외서비스마케팅팀’에 근무한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각국에서 리콜 요청을 받았을 때 대응하는 일을 하며 충성고객에게 한국 관광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외국기업들과 스폰서십을 맺는 일도 하고, 온라인으로 기아차에 대한 검색을 하여 정보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사실 마케팅이라는 것이 광범위해서 설명이 애매하긴 해요. 요약하자면, 어떤 곳이든지 고객 만족을 위해, 전 세계의 지사들이 잘할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Q.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냈나요?
1학년 때는 반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축구동아리와 역사학회를 했습니다. YDMC(연세 전공알리미 봉사동아리)도 잠깐 했었지만 의무 기간을 채우지 못했네요. (웃음) 3학년 2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 있었습니다. 경영학도라면 한 번쯤 해보는 공모전 준비 역시 많이 해봤지만 입상하진 못했고, 학외 활동 중에 기억나는 것은 사회인 야구 동아리와 봉사활동이에요. 이랜드에서 글로벌 인턴을 뽑을 때 잠깐 인턴도 했습니다.

Q. 진로를 어떻게 결정하게 된 거에요?
저는 전역한 후 호주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 제게 ‘해외에서 마케팅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당시 사회계열이었던 저는 전공 배정 전 한 학기를 치열하게 다닌 끝에 경영학과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사실 경영학과를 간 순간부터 대기업 취업이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가치관과 회사의 가치관을 비교해보기도 했고, 회사들의 재무제표를 구해보거나 입사한 선배들에게 회사 분위기에 대한 조언도 얻었습니다. 합격 비법을 물어본 것이 아니라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물어보고 기아차, BAT, 삼성 이 세 군데에 자기소개서를 넣었습니다.

Q. 취업을 준비할 때와 회사에서 실무를 할 때, 학교에서 배운 학문이 많이 도움이 되나요?
취업 준비할 때는 확실히 도움이 됐습니다. 경영을 전공했다보니 그 회사의 재무제표를 볼 수 있었고, 재무에 대한 기초 상식이 있으니까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파악이 되더라고요. 그에 기반해서 면접을 준비했고요. 그렇지만 실무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고 씨는 월급을 세 번밖에 못 받았다며 웃었다.) 아직까지는 커다란 시스템 안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맞춰져 있는 틀을 공부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영학을 전공한 덕분에 회사 내에서 쓰는 단어들에 대해서는 익숙합니다.

Q. 누구에게나 떨리는 면접을 어떻게 치러내셨나요?
면접관들이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하면 움츠러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 최대한 웃으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내가 이야기하는 답이 틀리고 맞고를 떠나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면접관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전문적인 지식을 물어봐서 쩔쩔맸지만 다른 질문에는 유연하게 대처했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합격했죠.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질문에 대답을 잘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입사 동기 명단에는 없더라고요.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점은 전문적인 업무 지식이 아니라는 것이죠.

Q. 면접에서 대개 어떤 질문을 하나요?
회사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과 자신의 전공 지식을 함께 물어보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가 유럽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을 따져봤을 때, 4P*중에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같은 질문도 받아봤고, ‘해외영업부서에 들어가면 타지로 나가야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같은 전혀 뜬금없는 질문도 들어옵니다. 또한, 공대생에게나 물어볼 줄 알았던 ‘타회사와 자회사의 차 디자인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면접 준비는 세연넷 게시판에서 인연이 닿아 만들어졌던 시사상식 준비 스터디를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구성원들의 전공이 매우 다양하여 각자의 전문 지식들을 공유하면서 한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른 것이 면접 때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경영학과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취업 시장에서 상경계열이 흔히 메리트가 있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런가요?
지금 저희 해외영업부에 같이 입사한 동기들 중에 전공이 경영이나 경제인 사람은 4명 정도 됩니다. 러시아어, 독일어 같은 어문계열이나 신방과가 많죠. 광고학도도 있고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습니다. 과가 물론 중요하긴 합니다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부에서는 ‘상경계열을 졸업한 사원들은 일을 시키기에 편하다’라고 말을 하긴 합니다. 일단 회사 내부적인 단어들에 익숙하니까요. 그렇지만 실무라는 것은 회사에 입사한 다음에 배우는 것이니 자신의 기초 지식을 얼마나 회사에 대입시키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되겠죠. 

Q. 후배들에게 ‘대학생 때 이것만은 꼭 해봐라’라고 추천할 만한 것이 있다면요?
장소에 상관없이 혼자 여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혼자 여행을 하면 힘들고 외롭습니다. 그래서 그 때 보고 느낀 것은 굉장히 오래 남지요. 저는 뉴질랜드, 중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많이 다녔습니다. 멕시코에서 횡단버스에 몸을 싣고 가다가 졸아서 목적지에 내리지 못하고 1시간 남짓 더 가서 시골 한적한 곳에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멕시코 갱들이 출현할까봐 벌벌 떨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었던 추억이 되네요. 그래서 그런지 혼자 무슨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최종 목표는 해외영업 본부장이 되는 것입니다. 회사의 매출 중 8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할 만큼 저희는 자부심이 큽니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하다보면 시간이 흐르고, 해외 주재원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연세인 여러분들도 저처럼 열심히 사세요. (웃음)

*4P : 마케팅 관련 용어로,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네 가지 핵심 요소를 말한다. 제품 (Product), 가격 (Price), 장소 (Place), 판촉 (Promotion)을 말한다.

글 김정연 기자 chadonyeo_j@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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