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3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 11시 신촌. 최신미(경영·11)씨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백양관 앞에서 출발하는 국제캠 행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현재 신촌캠에 재학 중인 최씨는 저번학기 국제캠에서 수강한 과목을 재수강하기 위해 다시 국제캠을 찾았다. 최씨의 수업은 낮 3시에 시작한다. 그러나 아침 11시 30분 셔틀 이후에는 2시 셔틀 밖에 없기 때문에 최씨에겐 선택권이 없다. 낮 2시. 수업이 시작된다. 1학년 학생들만 살고 있는 국제캠의 특성상 수업에도 최씨와 함께 온 동기 한명을 제외하곤 모두가 1학년이다. 최씨는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수업에 집중한다. 수업이 끝난 후, 저녁을 먹을 새도 없이 최씨는 신촌으로 돌아가는 5시 30분 셔틀버스를 기다린다. 버스를 놓치면 집에 갈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저녁 7시가 조금 못 돼 최씨는 집에 도착한다. 온몸의 진이 빠져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최씨가 한숨을 쉰다. 한숨이 꽃샘추위만큼이나 차갑다.

지난 해 국제캠에서 첫 해를 보내고 올해 신촌캠으로 온 자유전공, UIC, 의·치예과 학생들. 그러나 그들 중 일부에겐 여전히 국제캠의 굴레가 남아있다. 재수강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단과대는 신촌캠에 대체과목이 지정돼있지 않기 때문에 지난 해 수강한 과목을 재수강하려면 국제캠으로 가야 한다. 과목 중 일부는 국제캠 학생들의 졸업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떤 학생들에게 재수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최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재수강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먼저, 이동시간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시간표의 출혈이 불가피하다. 최씨는 “국제캠에서의 수강을 고려하느라 정작 듣고 싶었던 전공수업을 신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촌캠에서 한 시간 남짓 소요되는 국제캠으로의 통학 역시 문제다. 최씨는 “버스를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쌓인다”며 이중삼중고에 시달려야 하는 국제캠 재수강 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는 국제캠-신촌캠간의 수업시스템이 전혀 연계되지 않은 점에서 비롯된다. 국제캠에는 'Holistic Education1~4', 'the Biological science, it's wonderful life' 등 국제캠만의 특화된 수업들이 있고, 이들 중 일부는 국제캠 학생들의 졸업요건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2학년이 될 경우 신촌캠에서 이러한 수업들을 수강할 방법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 따라서 입학한 첫 해 동안 국제캠 졸업요건 과목들을 모두 수강하지 못하거나, 낮은 성적을 받았을 경우, 2학년이나 3학년, 혹은 졸업학기에라도 국제캠에 다시 돌아와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는 신촌캠 학생들이 고학년이 된 후에도 1학년 때 수강한 과목들을 쉽게 재수강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최씨는 “학생들은 송도에서 신촌으로 오고 있지만 수업시스템은 송도에서 신촌으로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교 측은 국제캠 재수강 문제에 대해 졸업 요건과 일반 과목을 나누어서 바라보고 있다.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국제캠 졸업요건의 경우 추후 신촌캠에 대체 과목을 지정할 예정이나 졸업요건이 아닌 과목의 경우는 대체과목 지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또한 “학교는 재수강을 권장하지 않기 때문에 졸업요건이 아닌 과목에 대해 학점을 위한 재수강을 할 여건까지 조성해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의 입장이 아직 학생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국제캠의 졸업요건 수업인 'Holistic Education Ⅳ'를 재수강해야하는 김예슬(경영·11)씨는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답장 메일을 받은 것 이외에는 학교로부터 대체과목 지정에 대해 전혀 통지 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졸업요건이 아닌 과목에 대한 시각도 학생들과 학교의 시각이 다르다. 국제캠에서 생물 수업을 재수강하는 유소연(경영·11)씨는 “성적평가의 특성상 누군가는 낮은 학점을 받아야 하며 대부분의 장학금이나 외부활동에서 학점이 가장 기본이 되므로 졸업요건이 아닌 과목들도 재수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유씨는 “신촌캠에서 1학년을 보낸 학생들은 학점을 위한 재수강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데 국제캠에서 1학년을 보낸 학생들만 재수강에 불편을 겪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에 대처하는 총학생회의 자세는 다소 굼떠 보인다. 총학생회 국제캠퍼스국장 최신태(UIC정외·09)씨는 “졸업 요건 과목 자체의 부담을 완화하고 일반 과목들 역시 재수강이 가능하도록 교무처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예견 가능했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재수강을 위해 국제캠을 오가는 지경이 되도록 손에 잡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는 2013년, 우리대학교의 신입생 전원은 국제캠에서 1학년 생활의 일부를 보낼 예정이다. 만일 국제캠에서의 재수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는 차후 신입생들의 절대 다수가 국제캠에서 생활하게 될 때 더욱 큰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또한, 문제를 바라보는 학생들과 학교의 시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화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이상욱 기자 estanci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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