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성실함이라는 교훈을 사사받기 위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솝우화를 반복 학습한다. 이 일화를 읽으면 베짱이처럼 사는 것이 죄악이나 민폐처럼 여겨진다.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내왔더니 몇 년 전부터는 적당히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며 베짱이처럼 살란다. 이런 엇갈린 시선 속에서 청춘들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어느 한 쪽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건 아닌지 끙끙 앓으며.

개미와 베짱이 사이 그 어딘가, ‘개짱이’

일에 매진하는 ‘개미’, 그리고 유희를 중시하는 ‘베짱이’. 요즘 20대들은 개미와 베짱이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 존재한다. 이처럼 한 사람 안에 개미와 베짱이의 성향이 혼재하는 역설적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낭여행 하나를 떠나려 해도 자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최저시급을 받고 파트타이머로 일을 하거나 과외를 해야 한다. 즉, 베짱이와 같은 순간을 즐기기 위해 개미가 돼야 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사람들을 빗대어 ‘개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농을 삼아 하는 말 같지만 실은 현재 대학생, 20대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청춘들을 개미나 베짱이로 분류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지금,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행복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개미’

 

 

흔히 사람들은 ‘개미’라면 행복에 대해 생각하거나 다른 것들을 할 여유도 없이 일밖에 모르는 삶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으로 한정지으면 학점관리나 스펙관리에만 매진하는 사람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미래의 안정성을 담보로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힌 채 고시나 취업을 준비하는 이를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개미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린 이가 있다. 바로 우리대학교 경영대학 홍보대사 ‘비즈연(BizYON)’부회장을 비롯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정다솔(경영・10)씨다.
정씨는 우리대학교 입학 이후 해비타트나 멘토링을 통한 봉사활동은 물론 ‘비즈연’을 통해 사람 응대나 실무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다음 학기에는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출국할 예정이며 돌아온 이후에는 학회를 시작할 계획도 밝혔다. 얼핏 보면 저학년 때는 봉사나 동아리 활동, 고학년 때는 교환학생과 학회를 주축으로 삼아 성공가도를 향해 달리는 스펙의 정석이라고도 생각할 법도 하다.

 

 

이에 대해 정씨는 자신을 ‘현재를 달리는 개미’라고 인정했다. 평소 정씨는 하루에 시간을 쪼개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그저 바쁘게 사는 사람으로 종종 오해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인 20대를 성장을 위해 밀도 있게 쓰려다보니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사소한 취미생활이나 사람을 만나는 시간만큼은 꼭 시간을 할애한다며 기존의 ‘일만 하는 개미’가 아님을 강조했다. 

다양한 기회를 포기하는 사람이 바로 ‘베짱이’ 

‘연세대 솔담비’. 밤새서라도 축구를 보고야 마는 리버풀과 아스널 팬. 단국대 연극영화과 자퇴. 우리대학교 뮤지컬 동아리 ‘로뎀스(ROTHEMS)’ 창립 멤버…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이력을 가진 것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양세희(의류환경/신방・08)씨다. 양씨는 단국대 연극영화과에서 알게 된 사람들로 인해 SBS ‘스타킹’, KBS 1TV ‘퀴즈 대한민국’ 등 유수의 방송에 출연했다. 뿐만 아니라 힙합동아리 ′RYU′, 요트동아리 ‘연세요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고2때부터 밤을 새면서까지 즐겨본 유럽 축구는 이제 일상이 된지 오래. 이쯤 되면 양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베짱이’로 인식될 법하다.
하지만 이는 양씨의 꿈인 방송인을 향한 일련의 과정들이다. 남들의 눈에는 마냥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속내는 그게 아니다. 한편 양씨는 베짱이를 새로 정의했다. “20대이기에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유기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쉽게만 살려 하는 ‘베짱이’”라고 말이다.

표면적으로는 각각 ‘개미’와 ‘베짱이’처럼 보일 수 있는 두 사람은 큰 비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이들은 모두 개인의 성향이나 인생 설계 방향에 대해 속단하는 태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일이나 학업, 스펙밖에 모르는 개미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의 시선에 반(反)합니다”

기성세대나 언론들은 오늘도 20대들을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을 한 번 더 덧칠하고 안쓰러운 시선으로 본다. 한편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모습을 속물적이라거나 낭만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 사이에서 20대들은 자신이 도대체 어느 부분에 속하는지 모르며 오늘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G세대나 88만원세대, 혹은 스펙만을 위한 스펙을 쌓는 젊은이와 대안문화를 호소하는 젊은이로 이분법적 접근을 하는 진부한 시선에 조금은 반(反)하고자 한다. 누군가의 삶은 이솝우화처럼 ‘개미’ 혹은 ‘베짱이’로 쉽게 규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사진 배형준 기자 elessa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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