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지난 2월 29일, 대북영양식과 IAEA사찰을 서로 주고 받는 합의를 채택했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 부위원장의 첫 외교성과이기도 하였다. 많은 이들이 드디어 북핵문제의 해빙기가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예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3월 16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 대변인 담화를 통해 오는 4월 12일에서 16일 사이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다시 한번 북한의 이중적인 ‘작태’가 천하에 들어났다는 비판이 매우 강한 지금이다. 미국은 발사 강행 시 2.29합의를 철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며, 중국 역시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발사 반대를 표명하였다. 일본은 북한의 ‘발사체’가 열도를 지날 경우, 요격할 수도 있다고 발표하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는 강력히 반대하면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 문제를 의제화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유엔은 북한의 발사계획이 안보리 결의1874호를 분명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중단을 촉구하였다. 결국, 2.29 합의가 가져다 줄 한반도의 봄 바람은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발표와 함께 멀리 날아갈 듯 하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바로 북한이 결국 광명성 3호를 쏠 것이라는데 있다. 이는 북한에게 있어 광명성 3호가 단순히 장거리 로케트 이상의 여러 정치적 의미와 상징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담화문에는 광명성 3호의 성격을 “강성국가 건설을 다그치고 있는 우리 군대와 인민을 힘있게 고무”시키는 상징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광명성 3호가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주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포이기도 하며, 북한의 주권 상징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따라서 국제적 압력은 오히려 북한의 투쟁정당성을 높여주는 기재로 사용될 것이다. 또한 광명성 3호는 3대 세습의 완결인 강성대국을 선포하는 아이콘이다. 즉, 김일성이 항일 투쟁을 통해 북한을 건국하고, 대미투쟁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했다면, 김정일은 선군정치와 핵무장을 통해 위기의 북한을 구해냈다는 정권 강화용 캠페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김일성과 김정일을 세습하는 김정은은 광명성 3호의 발사를 통해 강성대국을 선언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 작업을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여전히 2.29합의의 주요 내용인 IAEA사찰단의 사찰을 요청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광명성 3호의 발사계획을 작년에 미국측에 통보하였다고 주장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광명성 3호의 발사가 바로 대북한 제재의 강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명성 3호를 쏠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강력한 외교적 언어를 동원하여 북한을 비판하고 국제공조 강화를 주장할 수 있을 뿐이다. 더욱이 평양의 진위를 확인할 소통의 채널도 소멸된 상태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수사를 통해 국제공조를 외칠 뿐이다. 지난 4년간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변화를 초래하였다기 보다는 그들의 대외투쟁적 행위를 더욱 더 강화시켜 주었다. 북한의 변화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 보다는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선회하였으며, 이를 다시 돌이킬 수 있는 전략적 상상력도 부재한 상태이다. 올해 4월은 총선도 있을 뿐만 아니라, 광명성 3호의 발사도 있다. 그 사이 이번 3월 26일에 열릴 2012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가 한반도의 핵확산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지 모르겠다. 아마도 선언적 결의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차라리 4월 중순에 있을 북한의 광명성 발사와 함께 우리의 대북강압무시정책도 날려 보내고, 보다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 해보는 것을 어떨까.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북한은 이 좁은 반도에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 현실은 개선돼야 하며, 그 개선의 주도권은 우리가 쥐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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