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학생 커뮤니티 영삼성이 주최하고 삼성그룹이 후원하는 ‘열정락서’가 지난 23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렸다. 화정체육관에는 열정을 불태울 6천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각계의 인사들의 열정에 대해 들어볼 수 있던 자리가 인디밴드 ‘데이 브레이크’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제일기획 김난회 사장-가수 션’ 순의 릴레이 강연이었던 이번 ‘열정락서’를 『연두』에서 취재했다.


“나의 열정은 ‘내,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김난도. 그의 저서「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이제 너무 많이 읽혀서 권장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현재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이자 「럭셔리 코리아」시리즈,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등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성공한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이전엔 꿈 없이 방황하던 학생이기도 했다. 이처럼 수식어가 풍부한 그가 인생 후배들에게 그의 열정 한 조각을 공유하고자 고려대에 등장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가운데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우리들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지적해준 김 교수의 ‘인생수업’을 소개한다.


엄마를 넘어서

‘열정’이라는 단어를 논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김 교수는 ‘엄마를 넘자’고 제안한다. 엄마를 이기라는 뜻인가? 아니, 엄마로 표상되는 안정적, 기득권적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필름회사 KODAK(코닥)의 사례를 제시했다. 코닥은 필름회사로 출발해 가장 먼저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다. 하지만 당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필름사업에 안주했던 코닥은 필름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시간이 지나자 소비자들은 필름 카메라보다는 점점 디지털 카메라를 선호하게 됐고, 필름사업에만 전념하던 코닥은 급기야 파산 신청까지 하고 말았다. 만약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조금이라도 더 연구했다면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를 독점했을지도 모른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움직이지 않아 맞게 된 최후다.

코닥이 스테디셀러인 필름에 집중한 것은 어쩌면 부모들이 자식이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살길 바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부모가 살아온 40년과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40년의 세월이 다르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핸드폰의 상용화에서 스마트폰 돌풍이 일었듯 세상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그리고 많이 변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과거를 잊을 수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도전해봐야 하는 이유다.


내 사전에 에스컬레이터란 없다!

내내 걷다보면 가끔 길가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이 있다. 바로 에스컬레이터다. 계단의 컨베이어벨트에 한 발을 올려놓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는 꼭대기에 와있다. 새치기를 하지 않아도, 에스컬레이터 안에서 걸어보아도 내가 꼭대기에 언젠간, 그리고 편하게 도착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와도 같다.

이렇게 한번 발을 올려놓으면 꼭대기까지 데려다주는 에스컬레이터가 인생에서도 존재할까? 존재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존재‘했었’다. 지금은 없다. 수요가 고정된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기업도, 서비스도 소비자 지향적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에 맞춰야 한다. 몇 년이고 같은 계획아래 같은 일을 해나갈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이 발 빠른 시대에서 성공의 에스컬레이터를 찾지 말라고 했다. 대신 두 가지를 기억하자고. 자기가 희열을 느끼는 일을 할 것, 그리고 항상 제로상태에서 생각할 것이 그것이다. 0에서 시작하고 새롭게 시도하란 것이다. 주먹 쥔 손에선 아무것도 쥘 수 없으니 말이다. 손을 펼치고 새로운 일, 내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리가 아프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계단으로 걸어가야 할 것이다.


내·일이 이끄는 삶

김 교수는 ‘내·일’이 이끄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깐, ‘내’와 ‘일’ 사이의 온점이 신경 쓰인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기에 김 교수가 자의적으로 붙였단다. 첫 번째는 'my work'의 의미, 둘째는 'tomorrow'라는 의미다. 이 두 의미를 종합해보면 내일 내가 좋아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막연히 서울대 법대에 입학을 했었다. 하지만 그가 고백하건데 그는 사회문제가 일어난 후에 뒷수습을 하는 법학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행정학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대학교 4학년이었다. 늦었지만 그는 석사, 그리고 박사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행정학 교수채용에서 쓴 맛을 봐야 했다. 그 스트레스로 새벽 4시에 잠이 안와 뒤척대다 테트리스를 미친 듯이 했던 나날들도 있었다. 그러다 당시엔 각광받지 않던 소비자학 교수로 운 좋게 임용되면서 소비자학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는 우연히 다가온 기회를 잡았고 지금은 누구보다도 ‘내 직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가 만약 흥미가 없던 법조계에 진출을 했다면 그가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었을까? 김 교수는 ‘그만의 일’을 찾은 것이다.


“나의 열정은 아이디어다” “나의 열정은 내 가족과 이웃이다” 
 

김난도 교수의 강연이 끝나자 제일기획 김낙회 사장과 가수 션의 열정에 대한 강연이 뒤를 이었다. 먼저 김 사장이 강연 바톤을 이어 받았다. 김 사장은 강연에 앞서 화정체육관의 모든 불을 껐다. 순간 정전인줄 알고 웅성대던 관중들에게 그는 외쳤다. “여러분, 앞이 깜깜합니까? 세상의 높은 벽이 두려운가요?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도 그랬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미약한 법입니다…”

노하우1. 열폭*금지! 끈기와 성실함의 가치는 시대가 변해도 흐려지지 않는다.
노하우2. 아이디어는 시간, 경험, 그리고 노력에서 태어난다.
노하우3. 지락가(智樂家)가 되라! 즐기는 자를 당할 자는 없다.

김 사장의 경쟁력은 다름 아닌 열등감에서 비롯됐다. 가난한 시골출신, 재수, 대학시절의 학사경고, 기자시험 낙방…. 인생이 좌절의 연속이었으나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고 고군분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열등감 폭발이 열정 폭발을 일으켰다. 도서관을 밥 먹듯 드나들고 월급의 10%로 전문지를 구독해 창의력을 길렀다. ‘아는 척, 있는 척, 잘난 척’을 버리고 동료를 인정했다. 이러다보니 어느새 평범한 신입사원은 어느새 ‘지금 하는 일이 너무너무 좋다’고 말하는 사장이 된 것이다.

 



가수 션의 열정은 아마 예상했을 것이다. 맞다. 바로 ‘내 가족과 내 이웃’이었다. 404명의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의 행복함, 그리고 매일 만원씩 기부하는 삶의 즐거움을 알렸다. ‘현재’는 영어로 'present'다. 현재를, 'present'의 또 다른 의미인 ‘선물’답게 살고 있는지 우리에게 묻던 션. 꿈과 희망과 기적을 사랑하는 삶을 누구보다 만끽하고 있는 그이다.  


내 열정은 무엇? 
 

열정(熱情) [명사]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각계의 사람들의 ‘열정’을 듣다보다 가장 애정을 갖고 열중할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우리 안의 뜨거운 에너지를, 우리도 모르는 잠재력을 쏟아볼만한 일을 생각해본다. 아, 하나 더. 열정에 내가 즐거움(樂)이 더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금상첨화겠다. 나침반을 잃어버려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는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사막이라는 생각만을 하는가? 아직은 ‘젊다’는 핑계를 대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나이일 수 있지 않을까. 김낙회 사장은 말했다. 용감해지라고. Be Brave!


글 송동림 기자 eastforest@yonsei.ac.kr
자료사진 영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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