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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최초 여성ROTC는 바로 나다!
  • 박희영 기자
  • 승인 2012.03.24 12:21
  • 호수 164
  • 댓글 1

지난 19일자 「연세춘추」 지면에 ‘우리대학교 최초 여성 ROTC 후보생 입단’이란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다. 이때 우리대학교 최초 여성 ROTC 후보생의 주인공으로 정해인(간호‧08)씨와 강지윤(체교‧10)씨가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빠진 한명이 있었으니, 최초 여성 연세 ROTC 1기로 당당히 입단한 또 한명의 주인공 김정연(경영학부·10)씨다. 그에게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하며, ‘여성 ROTC’에 대해 속속들이 물어보았다. 지난 주 기사를 접하며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김씨는 흔쾌히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었다. ROTC 단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김씨는 앳된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각 잡힌 자세로 당당한 ‘여군’의 포스를 뿜었다.


Q. 연세의 스타로 인터뷰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A. 약간 부끄럽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해요. 연세대 ROTC 동문회보에도 간단한 인터뷰를 했었는데, 최초 여성 ROTC로 주목해주셔서 이런 인터뷰 요청이 오는구나 생각했어요.

Q. 우리대학교 최초 여성 ROTC로 주목받고 있는데, 어떤 느낌이 드세요?
A. 처음엔 좀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학교 생활할 때는 걱정했던 것에 비해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별로 느껴지진 않아 편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그리고 주변분들이 더 칭찬해주고 격려해줘서 힘이 나요. 이젠 오히려 ROTC로서, 여성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Q. 남성의 경우 군대에서의 시간도 아까워 ROTC에 지원한다는 사례가 많은데,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으로서 자원하여 ROTC에 들어간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 ROTC를 한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이 들었던 질문이에요. 저는 아버지가 연세 ROTC 출신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기회가 많아 ROTC에 친숙했어요.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 뭔가 ‘꿈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힘든 시기에 연세 ROTC에서 첫 여성 후보생을 뽑는다는 플래카드를 보게 됐어요. 그리고 한번 지원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평소 국방의 의무를 왜 꼭 남성들만 지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기도 했어요. 거의 2년의 세월을 보내는 건데 취직 시에 ‘군가산점’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이런 말 하면 남성분들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군대갔다오면 ‘사람 됐다’는 경험을 직접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Q. 군대란 많은 남성들 사이에 소수에 해당하는 ‘여군’인 점에서 힘든 상황도 있지 않나요?
A. 제가 지난 겨울 2주간의 기초 군사훈련 중에 이런 말을 들었던 게 생각나요. 군인인 ‘여자’가 될 것인지 여자인 ‘군인’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ROTC에 들어온 이상 전자와 같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대접을 바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남성이건 여성이건 다 똑같은 ROTC일 뿐이에요.

Q. 남성 ROTC와 똑같은 훈련을 받는데, 힘들진 않나요? 생물학적으로 분명 ‘다름’이 존재하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근육 량이 적은 등 신체적으로 약한 부분이 있는데, 똑같은 훈련을 받으면 많이 힘들지 않나요?
A. ‘차이에 의한 차이’는 존재해요. 여성의 경우 트랙을 몇 바퀴 적게 돈다든가, 윗몸 일으키기를 몇 개 적게 한다든가 하는 차이는 물론 존재하죠. 훈련이 물론 힘들긴 한데, 이것은 ‘체력’이 아닌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Q. ROTC가 된 이후 경험하게 된 생활이 궁금합니다.
A. 이번 학기부터 ROTC 단복을 입는 요일이 ‘목금’에서 ‘화수목금’으로 늘어났어요. 학교 내에서 아침 9시부터 낮 5시까지의 일과시간 동안 단복을 갖춰 입고, 야외에선 베레모를 쓰고, 007가방도 항시 들고 다녀야 해요. 겨울엔 정말 추워요. 그리고 가방은 진짜 들어봐야 아는데, 너무 무거워요. 그래도 ‘유니폼’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터라 단복을 입고 다니는 것도 나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단복을 입고 다니면 ROTC를 대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과 마음가짐을 좀 더 조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부담감과 함께 책임감을 느껴요.

Q. 머리는 꼭 단발로 잘라야 하나요?
A. 단발이 권장이긴 한데 길러도 돼요. 그런데 훈련을 한번 갖다 와보면, 남자들이 왜 머리를 밀고, 여자들은 왜 단발로 자르라는지 알게 돼요. 훈련할 때 제대로 씻고 말릴 시간도 없는데 머리가 길면 관리하기가 어렵거든요. 머리를 단정히 정리하라는 건 훈련적인 이유가 크다고 생각해요. 긴 머리의 경우 틀어 올려서 단정하게 해야 하는데, 베레모를 쓸 때는 단발머리가 훨씬 예쁘거든요. (웃음)

Q. ROTC 내에서 연애가 가능한가요?
A. 사귈 수는 있어요. 다만, 보고를 해야 돼요.

Q. 대학생이 되면 담임 선생도 없고 부모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되는데, ROTC를 하면 또 다시 통제 아래로 놓이게 되는 것 아닌가요?
A. 이건 ROTC에 대한 하나의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해요. 단장님 한분이랑 훈육관님 한분이 계시는데 학점관리를 열심히 하라고 많이 강조하세요. 물론 지켜야 할 규칙도 많고 통제받는 면도 있지만, 조직생활에는 필요한 요소이고 저에겐 이 생활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칫 풀어질 수도 있는 대학 생활에 잘 이끌어주는 리더가 존재한다는 것이 많이 도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Q. ROTC에 대해 ‘엄청난 인맥’, ‘스펙’, ‘빠른 취직’ 등의 키워드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에 관해 실제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제 아버지뻘 되는 선배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제주도에 여행을 갔는데, 그곳 숙박시설을 하는 분이 ROTC이더라, 그래서 방값을 70% 할인받았다. 또 렌트카를 빌리러 갔는데 같은 ROTC 출신인 것을 알아서 반갑다며 성능 좋은 차를 골라 저렴한 가격으로 내주었더라. 그리고 또 밥을 먹으로 가는데, 식당 주인집 아저씨가 ROTC 출신이라서 반갑다며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만찬을 차려주시더라.”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곳곳에 ROTC 분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사실 ROTC에 ‘스펙’을 바라고 오면 견뎌내기 힘들 거에요. 훈련이 정말 힘들고, 이런 걸 이겨내는 건 정말 ‘정신력’인데, 단순히 자신의 프로필 목록에 뭔가 하나 추가하고자 생각하고 오면 힘들 때 버텨낼 의지력이 결여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분명 여러 이점이 있지만, ‘장교’가 되어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군을 지휘해야하는데, 그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부담감도 생기지 않나요?
A. 사실 소대원을 지휘하는 것에 대해선 저도 부담감이 있어요. 그런데 장교가 된다고 해서 모두가 소대원을 지휘해야하는 것은 아니에요. ‘보병’같이 ‘전투병과’를 선택할 경우에는 소대원을 지휘하게 될 수도 있는데, ‘부관’이나 ‘병참’같은 ‘비전투병과’를 선택할 경우에는 그런 부담이 없어요. 그래서 선택의 여지도 있기 때문에 차차 훈련을 한 이후에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Q. ROTC에 지원하는 것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A. 저도 여러분들과 똑같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겪었어요. 그런데 일단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우선 주저하지 마시고 지원해보시기 바라요. 지원을 해놓으면 국가가 알아서 ROTC 생활에 적합한 인재는 뽑을 것이고,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떨어뜨릴 거에요. 우리 인생에는 고민만 하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번쯤 질러버리는 결단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글 박희영 기자 hyg91418@yonsei.ac.kr
사진 류은채 기자 blingbling1004@yonsei.ac.kr

박희영 기자  hyg9141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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