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함께 숨쉬는 마에스트로, 서희태


지난 2008년,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인기 드라마『베토벤 바이러스』 속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는 강마에를 기억하는가. 사실 강마에는 단순히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니다.『베토벤 바이러스』강마에의 실제모델이자『오페라스타』의 심사위원, 그리고『스타킹』에서「기적의 목청킹」에 출연해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마에스트로, 바로 서희태다.


마에스트로 서희태. 서마에와 지휘자

 ‘지휘자는’이라는 말로 말문을 트려했을 때 서희태씨는 이런 시작을 예견이나 한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휘자는 평범한 사람이예요” 서씨에게 있어 지휘자는 ‘죽을 때까지’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 넘치는 직업이다. 물론 누구나 지휘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현악법, 편곡법, 화성악 등 음악의 모든 것을 알아야만 가능한 것이 바로 마에스트로다. 마에스트로 서희태가 지휘자의 꿈을 꾼 것은 유년시절 EBS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Young People's Concert'를 보고서였다. 서씨는 클래식 곡을 해설하는 지휘자 번스타인의 모습에 반했다. 부모님은 그가 의사가 되길 바랐지만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서씨는 부단한 노력 끝에 결국 지휘자의 꿈을 이뤘다.

 

마에스트로의 리더십

지휘자와 CEO의 공통점은 ‘리더’라는 것이다. 달라 보이지만 살펴보면 닮은 점이 매우 많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지휘자화’하는 것이 마에스트로의 리더십이다. 오케스트라 조직을 비롯한 그 외 많은 조직은 화합과 조화를 이뤄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오케스트라에 들어오는 연주자들은 기본적으로 지휘자 없이도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오케스트라에 지휘자의 성격이 묻어난다’고 말하는 까닭은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 알레그로(빠르게) 등이 연주에 표현되는 정도가 전적으로 지휘자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조직문화와 성과가 CEO에 달려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클래식은 김치다? 바로 묵은지!

CEO에 빗댄 지휘자의 ‘역할’은 이해를 할 수 있더라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은 일반인들에게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이에 서씨는 클래식을 김치, 그 중에서도 ‘묵은지’에 비유했다. 화려한 의상과 화려한 춤 등의 양념이 듬뿍 담긴 ‘겉절이’같은 음악이 유행가라면, 소박하지만 악기 하나만 가지고도 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클래식은 묵은지라는 것이다. 250여년의 시간이 흘러도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향유할 수 있는 음악이 바로 클래식이다. 덧붙여 서씨는 “클래식은 귀족의 음악이 결코 아니다”고 말한다. 클래식은 역사적으로 ‘귀족의 음악’에 위치했던 시기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같은 음악처럼 많은 작곡가들은 대중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 서씨는 대중의 음악인 클래식을 단 세 마디로 요약했다. 묵은 음악. 숙성된 음악. 화려하지 않은 음악.

 

대중의 음악 클래식

마에스트로 서희태는 ‘대중과 소통’하는 지휘자다. 그는 여러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지휘자 서희태를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그 까닭은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던『베토벤 바이러스』가 종영된 이후 클래식 악기의 구매율과 음원 판매율이 다시금 줄어드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전달해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말했다.

서씨의 클래식 공연은 일반적인 클래식 공연과 다르다. 어려울 수 있는 클래식을 감상하는 팁, 재미를 더 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공연 사이사이 관객에게 소개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1부에서 전통적인 클래식을 연주한다면, 2부에서는 드럼, 일렉기타 등이 함께 들어와 관객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도 연주된다.

클래식이 마냥 대중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8번 c단조 비창 3악장」의 편곡은 우리대학교 응원곡 ‘서시’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원곡보다 더 유명한 편곡들이 많다. 편곡이 원곡의 느낌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서씨는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창의가 중요한 시대인 만큼 원곡을 재해석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며 편곡의 가치를 인정했다. 사람들이 오케스트라곡으로 알고 있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클래식 곡은 원래 피아노곡이다. 오케스트라로 재해석된 편곡이 원곡보다 더 가치를 인정받은 대표적인 예다. 그는 “편곡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원곡에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겠지만 편곡 자체만으로도 클래식은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음악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려는 태도가 아닌 음악의 외적 요소들에 얽매인 접근방식이 클래식을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비발디가 사계를 작곡했지만 청취자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에서 여름이나 겨울을 느낄 수도 있다”며 “모든 것을 알고 나서 분석적으로 음악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부터 먼저 접해보고 궁금한 점을 찾아가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했다. 외우기 시작한 음악은 결코 오래 즐길 수 없으며 반복적인 감상이 클래식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

예술을 하기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금전적인 부담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예술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서씨의 ‘잘나가는 모습’만을 본 사람들은 그가 예전부터 많은 것을 가졌던 사람, 혹은 집안의 지원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는 힘겹게 공부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4년 동안 대학을 다니며 학비마련을 위해 문제집 계약, 공사판 등의 일을 하며 공부를 병행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 유학시절에도 자신의 힘으로 어려운 생활을 견뎌냈다. 그는 “부모님께 지원을 받았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절박함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에 이끌려 공부와 취직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을 ‘나약하다’고 표현했다. 대학은 사회에 진출하기 전 단계 ‘기본’단계의 장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회의 모든 초점이 대학에 맞춰져있기에 대학생들이 자신의 강점을 키울 수 없게 됐고, 취직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씨는 “연세대 학생들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춰 강해지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에스트로의 꿈과 목표는

지난 2월 25일에 있었던 ‘오케스트라가 드리는 최고의 행복’ 콘서트에서, 뮤지컬에 투자하는 12만원은 아깝지 않지만 클래식에 투자하는 12만원은 아깝다고 생각했던 한 관객이 그의 공연을 보고난 후 후기를 남겼다. ‘이 공연이 12만원의 가치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이 글을 확인한 서씨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평생을 살면서 단 한번이라면 몇 십 만원의 거금을 들여서라도 보러가게, 혹은 ‘도대체 무슨 공연이기에 그렇게 비싸냐?’는 억하심정으로나마 보게 하고 싶다는 것.

앞으로 끊임없이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소개해나갈 지휘자 서희태. 지휘자라서 그를 마에스트로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목표와 노력, 그 결실이 자연스럽게 그를 마에스트로라 칭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김광환 기자
radination@yonsei.ac.kr
사진 정세영 기자
seyung1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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