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학교와 정부에 대학생들 의견 갈려

지난 2010년 4월 30일, 충청북도내 모 대학 신입생 금아무개씨가 자신의 자취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금양은 사망하기 전날 신입생과 재학생과의 대면식에서 선배들의 강요에 못이겨 종이컵으로 소주 8잔을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 2010년 5월 12일자「조선일보」-

 

잘못된 음주문화로 병드는 대학사회

매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이나 환영회, 개강총회 등이 열릴 때쯤이면 대학생들의 음주사고와 관련된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8년도에 3명, 09년도에 2명, 10년도에 2명의 대학생들이 과도한 음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매년 대학 내에서 술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대학사회 내에 자리 잡은 잘못된 음주문화의 원인이 크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지난 2010년에 발표한 전국 대학생 음주실태 현황에 따르면 대학생 중 폭음자*는 71.2%에 달하며 수시폭음자**는 42.3%에 달했다. 또한 월간음주율은 대학생이 85.4%로 59.4%를 차지한 성인보다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한 아직도 몇몇 대학에서는 오티나 신입생환영회에서 술을 처음 접하는 신입생들에게 과도한 음주를 강요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음주문화는 선배에서 후배로 전도되면서 대학사회 내에 잘못된 음주문화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학교와 정부

이에 최근 들어 대학교와 정부에서 대학생들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몇몇 대학교에서 시행 중인 ‘술 없는 캠퍼스’와 정부가 추진 중인 ‘알코올 클린 캠퍼스’ 운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원주캠을 비롯해 경인여자대학교, 나사렛대학교, 서일대학교는 교내 음주를 비롯해 학교 공식적인 행사에서 음주가 아예 금지된 ‘술 없는 캠퍼스’다. 지난 2009년부터 우리대학교 원주캠은 술 없는 오티를 진행해왔다. 현재 원주캠의 오티와 축제는 모두 술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교내 모든 구역은 금주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학생복지처장 김종두 교수(인예대·영시)는 “‘술 없는 캠퍼스’는 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학부모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서일대학교에서는 『학생생활규정』 내에 「주류후원제한」, 「음주행위금지」등의 조항이 있어 학생들의 교내 음주가 금지돼있다. 또한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음주폐해 예방과 감소를 위한 교육과 홍보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음주와 관련된 상담과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도 절주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10년부터 ‘알코올 클린 캠퍼스’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알코올 클린 캠퍼스’는 매년 되풀이 되는 대학생 음주사고를 예방하고 대학 내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운동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정부는 △신입생 음주폐해 예방교육 의무화 및 음주제한 장소 지정 △대학 내 주류광고 및 마케팅 활동 제한 △학교행사 시행 전 음주폐해 예방조치 확보 등의 실천 규정이 담긴 ‘음주폐해 예방활동 권고안’을 제정했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안미경 주무관은 “대학 내 학칙이나 교칙에 권고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국에 있는 대학에 협조요청 공문이 보내진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1년 10월, 새누리당 고승덕 의원은 대학에서 술을 강권하는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잡고 청소년들을 음주폐해로부터 방지하기 위해서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등에 주류 반입을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음주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

하지만 이러한 학교와 정부의 적극적인 방침에 대해 몇몇 학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송태헌(행정·08)씨는 “정부나 학교가 대학생들의 술문화를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 스스로가 절주하고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잡는 것이지, 학교가 관여해 아예 마시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일대 부총학생회장 이승엽(컴퓨터전자과·07)씨는 “주점은 대학축제의 한 문화이기도 한데, 학교 측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학생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며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나 막걸리 등의 제한적인 음주는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교수는 “대학은 학문을 배우는 교육기관이지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다”며 “학교 밖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상관없지만, 학교 공식 행사인 오티나 축제 때 당연히 술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세미(임상병리·11)씨는 “술을 마시기 위해 대학을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술은 학교 밖에 나가서도 충분히 마실 수 있고 학교 내에서는 학업이 우선인 만큼 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 대학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학생 음주문화에 대해 취하는 다른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런(UCL)에서는 학생회관 내에 위치한 주점에서 저알콜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또한 브라운대학교에서는 일반 기숙사와 음주가 허용된 ‘Drinking-free’기숙사가 따로 나눠져 있다. 브라운대 서채린씨는 “교내에서 술을 마시는 학생들이 큰 소란만 피우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술을 마실 수 있다”며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씨는 “외국과 우리나라는 술문화 자체가 다르고 외국 대학도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이끌어가는 절주동아리

물론 학교와 정부 측의 개입이 아닌,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있다. 현재 전국 60여개의 대학에 있는 절주동아리는 대학 내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주도하고 대학생들에게 음주폐해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대학교 절주동아리 ‘I-LOVE-NA(No Alcohol)’ 회장 우경수(보건행정·10)씨는 “한두 달에 한 번씩 캠페인 활동과 인식 조사를 위한 설문조사를 펼치고 있으며, UCC공모전, 표어 공모전이나 리플릿 배포를 통해 학생들에게 술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전한 음주문화, 누가 만들어갈 것인가.

매년 반복되는 대학생들의 음주사고를 학교와 정부는 손 놓고 바라만 볼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학교와 정부가 금주하도록 한다고 해서 대학생들의 잘못된 음주문화가 바뀐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지난 2009년 인제대 백낙환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억지로 금연과 절주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이성에 호소해 스스로 따라 오도록 하고 있다”며 “특강과 캠페인에 참여해 금연과 절주 필요성을 느꼈으면 실천해 달라”고 절주캠페인에 대한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구한 바 있다.

현재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는 학교와 정부에 의한 위로부터의 변화와 학생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중심이 된 아래로부터의 변화 사이에 놓여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 스스로가 잘못된 음주문화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대학생들이 건전한 음주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폭음자: 한 자리에서 남자는 소주 5잔, 여자는 4잔 이상 마신 사람
**수시폭음자: 주1~2회 이상 폭음한 사람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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