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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벗어던진 새내기, 또다른 교복을 만나다'과잠바' 열풍을 넘어 문화로 자리잡아
  • 이가람 기자
  • 승인 2012.02.29 15:59
  • 호수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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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세순이. 오늘 드디어 개강이다. 나도 대학생이 됐다는 기쁜 마음에 오늘은 한껏 멋을 부리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언니, 오빠들의 개성 넘치는 패션이 세순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 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흰색과 남색 조합의 야구잠바들. 굴다리를 지나 학교 정문으로 향할수록 야구잠바를 입은 학생들의 수는 눈에 띄게 많아진다.
백양로에 들어서자 어디를 둘러봐도 야구잠바가 보인다. 등판에 'YONSEI'가 있는 야구잠바가 멋지지만 다들 똑같은 야구잠바를 입고 다니는 풍경이 그녀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우리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연세야구잠바’(연잠)는 봄가을 철에 학교 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옷이다. 새내기들은 왜 다들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지 의아해하겠지만 이는 이젠 제법 자리 잡은 대표적인 대학생 문화의 한 축이다. 다른 대학교에서는 이러한 야구잠바를 보통 ‘과잠바’(과잠)라 부르는데, 봄가을 철 대학가 패션을 점령하고 지금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과잠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과잠 문화

우리나라에서 대학생들이 과잠을 입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다. 본래 과잠 문화는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소속감을 나타내기 위해 학교 이름이나 이니셜이 적힌 야구잠바를 입기 시작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90년대 후반부터 연세대와 고려대, 중앙대 등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된 과잠 문화는 대학가에 널리 퍼져 오늘날 과잠은 대학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대학생들의 교복’이 됐다.
학생들이 과잠을 주문하기 위해 찾는 과잠 전문 판매점 또한 90년대 후반에 과잠 문화와 함께 등장했다. 이태원에서 과잠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영스샵 정영희 사장은 “지난 1998년부터 몇몇 대학의 학생들이 과잠을 조금씩 맞추기 시작했다”며 “2000년도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과잠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잠 문화는 생협이 운영하는 우리대학교 기념품점 보람샘 상품에도 영향을 끼쳤다. 보람샘 관계자는 “학생들이 연잠을 많이 맞추다 보니 7~8년 전부터 대량 주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연잠을 판매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많이 사가며 외국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자부심? 소속감? 편리함!

그렇다면 이처럼 대학생들이 과잠을 많이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정운(전기전자·11)씨는 “많은 학생들이 연잠을 입었을 때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나 소속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의 말처럼 자신이 특정 학교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드러내거나 소속감 때문에 과잠을 입는 학생이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과잠의 편리함을 강조했다. 서강대 나웅기(물리·11)씨는 “추운 날씨에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고 평소에 막 입기 편하기 때문에 과잠을 많이 입는다”고 말했다. 또한 신옥(문헌정보·11)씨는 “옷에 들어가는 돈을 아끼고자 연잠을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과잠을 입는 이유는 대체로 트레이닝복처럼 막 입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지 편하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과잠을 바라보는 두 가지의 시선

하지만 일각에서는 명문대를 중심으로 학벌과시용으로 과잠을 입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아대 박성환(경영·09)씨는 “보통 과잠은 학생회나 체대 학생들이 주로 입고 일반 학생들은 잘 입지 않는다”며 “과잠에 대한 홍보 자체가 부족하고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다들 과잠 구매를 꺼려한다”고 말했다. 과잠 열풍이 모든 대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닌, 특정 대학과 특정 지역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또한 박씨는 “명문대생이 과잠을 입고 다니는 것은 일종의 돈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과시하는 것과 같다”며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약간의 박탈감은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오환철(사복·09)씨는 학벌과시용으로 과잠을 입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씨는 “개인의 선택으로 입는 것과 학벌과시용으로 입는 것을 분리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고, 이러한 비판 때문에 입지 말라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과잠을 입는 사람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비판 역시 개인이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과잠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에듀케이션의 한 관계자는 “명문대생이 입고 다니는 과잠은 어찌 보면 입고 다니는 사람이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 모두에게 많은 능률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에듀케이션이 주관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의 동기 유발과 목표 의식 함양을 위해 대학생 멘티가 일부러 과잠을 입어 학생들 앞에서 과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겉은 똑같은데 다르다?! 가격차이의 진실

이제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새내기들이 어김없이 과잠을 맞출 것이다. 하지만 예상 외로 비싼 과잠 가격에 구입이 망설여진다. 어느 과에서는 4만원에 맞추고 또 어느 과에서는 7만원에 맞춘다는데 왜 이렇게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과잠의 재질에 있다. 과잠에서 가죽 소재인 팔 부분이 인조가죽이면 가격이 저렴하고 천연가죽인 경우 비싸진다. 일반적으로 과잠 가격이 4~5만원이라면 대부분 인조가죽이며 7~8만원은 천연가죽이다. 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재질은 가격과 상관없이 동일하다.
인조가죽과 천연가죽은 각각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다. 인조가죽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지만 보온성이 떨어지고 쉽게 변색된다는 단점이 있다. 천연가죽은 꼭 드라이 세탁을 해야 하고 원단이 두껍기 때문에 활동하기가 불편하다. 하지만 가죽 특유의 질감과 무늬가 살아있어 인조가죽을 사용한 과잠보다 더욱 돋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10년이라는 짧은 세월 동안 우리나라 대학가에 널리 퍼진 과잠 문화는 이제 한국 대학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대만 유학생 두언문(한국학협동과정·석사3학기)씨는 “대만에는 이러한 과잠 문화가 없다”며 “자신이 연세대 학생이라는 것을 자부하고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연잠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개인주의가 강한 외국 대학생들과 달리 소속감을 중요시 여기며 단결력이 강한 한국 대학생들만의 독특한 모습이 과잠 문화에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교심, 소속감이 너무 과도한 나머지 ‘폐쇄적인 문화’, ‘학벌과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만큼 앞으로는 과잠 문화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학벌과시가 아닌 편하다는 이유로 과잠을 입기 때문에 과잠 문화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물론 과잠을 입는 학생 또한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인식하고 타 대학 학생을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대학생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글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사진 정세영 기자 seyung10@yonsei.ac.kr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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