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부순환로도 홍제천을 따라 흐른다?

몇 해 전만해도 지독한 악취와 더러운 오물로 인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적합하지 않았던 홍제천. 그 홍제천이 최근 자연생태하천으로 탈바꿈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다.

다시 살아 흐른다

 홍제천은 북한산 기슭에서 발원해 종로구와 서대문구, 마포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든다. 특히 서대문구구간은 홍제천 전체 길이의 절반인 6.12km를 차지한다. 지난 1974년 지방 2급 하천으로 지정됐지만 1990년대 초 내부순환도로 교각이 건설된 이후 소음과 분진으로 인한 오염으로 건천이 됐다. 이에 생태계 복원과 휴식공간 제공을 위해 2003년부터 자연생태하천 조성 계획이 추진됐고, 2008년 6월 다시 흐르게 됐다.


 홍제천에 생기를 불어넣은 물은 한강물이다. 여기에는 물흐르기 공사에 244억원과 자연형하천조성공사에 164억원 등 총사업비 408억원을 투입했다. 이 공사 방법을 통해 하천을 시공하면, 한강의 심층 모래자갈층에서 물을 취수하고, 하천 밑바닥 여과시설을 통해 직접 여과하기 때문에 탁월한 공간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하천수와 지하수 간에 원활한 교류를 가능토록 했다.


 수질뿐만 아니라 물의 흐름도 신경 썼다. 어류의 이동경로를 확보하는 여울을 설치해 자연생태하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어도 설치 이전에는 한강접경 지역부터 홍제천 하류지역으로 물고기들이 이동할 수 없었다. 때문에 하천 내의 생물종이 고립됐었다. 이에 수면이 다른 두 수로에 일정한 계단을 둬 연결하고 여울 간격을 수면경사에 맞게 조성해 어류의 이동이 가능한 물넘이 높이를 확보하게 됐다.


 더불어 둔치의 기존사면을 유지한 식생방법을 도입해 자연재해에 대비한 안정된 버팀목을 설치했다. 아울러 그늘 지역 일조량에 적합한 음지 식물군을 선정해 홍제천 자체의 정화능력 또한 향상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자연광을 받으며 여유롭게 산책하는 할머니, 산책로 중간 중간에 마련된 운동기구를 이용해 몸을 푸는 할아버지, 농구코트에서 농구하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이렇게 평화로운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이 불과 몇 해 전만해도 아무도 찾지 않는 메마른 땅이었다. 곽인환(43)씨는 “물도 흐르고 산책로도 잘 닦여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하나 둘 모여들고 음악이 흐른다

 홍제천에는 각종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서대문구청 치수방재과 박상홍 주무관은 “여름철 물놀이장으로, 겨울철 썰매장으로 활용하는 등 정서안정과 자연생태교육의 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홍제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여름에만 운영되는 음악분수가 있고, 마포나루를 재현한 나루터와 황토돛배를 볼 수 있다.


 음악이 흐르는 재난 예·경보시스템은 홍제천만의 숨은 명물이다. 서대문구청 전산정보과 김수환 주무관은 “평소에는 음악이 흘러나오게 해 주민들의 문화의식을 고취하고 비상발생시에는 재난방송으로 활용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사천교 부근 교각에 걸린 명화들은 홍제천을 자연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차는 천을 따라 흐르길 거부한다

 하지만 홍제천에는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홍제천 바로 위를 지나는 내부순환로에서 차량이탈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홍제천으로 차량이 추락하기 때문이다. 이에 홍제천의 유로를 따라 건설된 내부순환로의 구조적 안정성 문제와 서울시의 늑장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특별시청 도로시설관리과 김근섭 주무관은 “사고위험구간인 성산, 홍제, 홍은, 연희 진입램프 합류지점에 철근콘크리트 방호구조물을 설치했다”며 “홍제천 산책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내부순환로에 이중방호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9년 내부순환로가 개통되면서 교통 불편은 해소됐으나 교각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잇따른 차량추락사고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홍제천을 찾는 이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경은선(44)씨는 “다만 도로에서 발생된 먼지 때문에 호흡기관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수상한 핏빛물이 흐른다?

 마포구 부근의 홍제천이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내부순환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홍제천 상류 부근은 수상한 핏빛물이 눈에 거슬린다. 이에 대해 박 주무관은 “겨울철 홍제천 중류 쪽 눈썰매장 운영으로 인해 방류하지 않던 홍지문 부근 물이 봄에 방류되면서 침전물때문에 붉은 빛을 띨 수 있다”며 “홍제천 상류의 하상 모래가 붉은 빛으로 물든 경우 비가 내리면 씻겨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제천은 “널리 구제한다”는 뜻과 함께 수백년 전부터 이어져온 서대문구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홍제천이 ‘넓은 강’(弘)에서 ‘붉은 강’(紅)으로 바뀌지 않도록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박희영 기자 hyg91418@yonsei.ac.kr
사진 김재경 기자 sulwondo2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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