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네트웍스 대표이사 이창규 동문(경제·75)을 만나다

성공한 기업인.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이들이 누리는 화려한 삶과 일밖에 모르는 차갑고 냉정한 완벽주의자의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삶과 나의 평범한 삶을 비교하는 사람들에게 본의 아닌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성공 이면엔 수없는 실패와 치열한 노력이 숨어있는 법이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창규 동문(경제·75)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수줍음 많던 고입재수생

 순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샐러리맨의 신화가 된 이 동문은 SK그룹 내에서도 대표적인 브레인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는 13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인생의 패배를 맛봤다. 당시 그는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2번을 연거푸 떨어졌다. 다행히 3번째 시험에 합격해 중학교에 무사히 진학할 수 있었지만, 중학교 졸업 후 2번에 걸친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선 모두 낙방했다. 그는 당시에도 찾아보기 힘들던 ‘고입재수생’의 생활을 회상하며 “일찍 실패를 경험해봐서인지 그 뒤론 무슨 일에서든지 실패를 한 일이 거의 없다”며 “젊어 고생 사서 한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힘들게 입학한 고등학교에서도 여전히 고비는 존재했다. 바로 그의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던 성격. 너무 조용하다보니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고. 특히 친구들 앞에 나서야 하는 발표라도 있는 날이면 어쩔 줄 몰랐다. 이 때 담임선생님이 자기가 바라는 일을 예언처럼 늘 생각하고 말하면 그것이 현실로 이뤄진다는 ‘자성예언’을 그에게 가르쳐줬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의 소극적인 성격을 극복한 후 무슨 일이든지 남들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참여형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던 것이 훗날 일을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며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보다 미래에 주목하라

 대학 졸업이후 이 동문은 82년 지금의 SK에너지의 전신인 (주)유공에 입사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SK맨으로 살고 있다. 그는 왜 수많은 기업 중 SK에 입사했을까. “모두가 선호하던 기업보단 미래에 일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택했다”며 “직업을 선택할 땐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서 활동할 시기에 회사가 어떤 모습일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되, 어느 가치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며 직업선택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이 동문은 IMF외환위기를 예견해 회사의 손실을 막았고, 어렵던 경영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등 업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이처럼 뛰어난 미래예측력과 판단력의 비결로 다양한 방면의 지식 습득에 적극적인 자세를 꼽았다. 그는 “예전엔 지식의 양이 20년마다 2배씩 증가했는데, 요즘엔 2년에 2배씩 증가하기 때문에 지식을 꾸준히 습득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뒤쳐진다”고 말했다.

“독서는 취미가 되어선 안돼요”

 이 동문은 20대 대학생들에게 세상일에 대한 자신만의 ‘관(觀)’을 갖길 당부한다.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과 관점이 없으면 단순히 남을 따라할 수밖에 없게 돼 무슨 일에서든지 일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을 구조화 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독서의 생활화를 강조했다. 복잡한 이슈를 체계적이고 쉽게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다량의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의 『프로페셔널의 4가지 조건』과 그로비스 매니지먼트 인스티튜트의 『게임이론』을 대학생들에게 추천했다.


 또한 이 동문은 “모든 것을 잘하려고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최선을 다해 어떤 하나의 일을 잘하면 다른 업무들도 잘할 수 있다”며 “업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일처리 방식을 체화해 어떤 일을 맡더라도 잘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다”고 말했다.

평소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이창규 동문(경제·75). 그의 사무실에는 그가 그린 그림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

 기업 CEO의 입장에서 학점, 어학점수, 인턴경험, 유학 등 어떤 요소가 취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 이에 이 동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뭔가를 해본 경험’이라고 답했다. 이어 “외국어보단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이 중요한 요소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에서 실시하는 압박면접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정답보단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합리성을 가장 많이 봅니다”


 그는 자신이 평사원에서 대표이사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제일 먼저 꼽았다. 입사 초기부터 자신이 사장이라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란 생각과 사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CEO다.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꾸준히 자신을 가꾸며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훌쩍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박일훈 기자 ilhoonlove57@yonsei.ac.kr
사진 김재경 기자 sulwondo21@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