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춘추」 기자의 12학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엑스맨 체험기

몇 년 전 지목된 한 출연자가  자기 팀의 승리를 저지하는 내부 ‘첩자’로 등장하고 그를 찾기 위해 다른 출연자들이 매 게임마다 서로를 의심하며 프로그램의 마지막에  그 ‘첩자’를 밝혀내는 과정이 담긴 한 오락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 출연자는 ‘엑스맨’이라 불렸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에도 엑스맨은 존재한다. 신입생과 재학생을 이어주는 ‘하얀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본래 의미와는 다르지만 말이다. 오티의 꽃인 엑스맨의 임무를 「연세춘추」 기자가 자처해 참여했다.

우리들의 첫 만남

종합관 410호는 12학번 새내기들의 어색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주변 12학번들과 통성명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수지라고 해요”라며 최대한 밝게 가명으로 인사했다. 알아보지 못한 듯 했다. 이어 11학번 ‘선배’들이 새내기들에게 중문과만의 응원구호인 ‘중카라카’를 가르쳐주는 시간이 됐다. “13억 중국인 몰려온다 우우우 쉬팔러마 쉬팔러 애블바디 씨에씨에 짜요짜요짜요짜요 야!” 아직 ‘아카라카’도 잘 모르는 12학번들은 민망한 구호를 따라 하기 어려운 눈치였다. 때문에 곳곳의 엑스맨들이 열심히 ‘중카라카’를 외쳤다.


첫날 오티가 끝나고 뒤풀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엑스맨이 활동해야할 때가 됐다. 새내기는 아직 재학생들을 편하게 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엑스맨이 나서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공동묘지’라는 술게임을 하는 중간에 ‘중카라카’를 외치기도 하고 스스럼없이 ‘선배’에게 벌주를 따르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술게임을 한 탓인지 벌칙에 걸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런 실수 덕분에 더 엑스맨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험난한 임무 완수의 길

자칫 엑스맨의 신분을 들통날 뻔한 위기의 순간도 경험했다. 오티 두 번째 날 수강신청 방법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새내기들에게는 처음 접해 떨리는 시간이다. 그러나 11학번에게는 그 날 아침에 이미 수강신청을 마무리해 지루한 시간일 뿐이다. 때문에 엑스맨들은 수강신청 설명을 듣지 않고 졸거나 딴 짓을 했다. 주변의 11학번들이 눈치를 줘서 그나마 다시 자세를 추스르고 경청했다.

추억의 마지막

드디어 오티 마지막 날이 됐다. 본인을 포함한 두 명의 엑스맨은 큰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대학가의 자기PR수단인 ‘FM’(Field Manual)을 통해 11학번임을 밝혔다. “너 엑스맨이었어? 아니, 엑스맨이셨어요?”라는 반응과 함께 드디어 3박 4일간의 엑스맨 임무를 완수했다. 


엑스맨의 일원이었던 정유리(중문·11)씨는 “조마조마 했지만 12학번들이 순수해서 속아준 것 같다”며 기뻐했다. 물론 12학번 새내기들의 희비는 교차했다. 이해영(중문·12)씨는 “다른 선배들보단 편해서 좋았지만 또 어떤 거짓말들이 있을까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선후배 모두가 가슴 졸이며 3박4일을 함께 한 엑스맨. 이 짓궂은 장난을 빼놓고 과연 우리들의 새내기 시절을 얘기할 수 있을까?

김지영 기자 kim_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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