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학기가 시작됐다. 군자는 새해가 되면 반드시 마음과 행실을 한 차례 새롭게 다잡아야 한다. 너희도 대학에 들어왔다고 자유로운 캠퍼스 생활에 마냥 들떠있지 말아라. 앞으로 1학기의 공부 목표를 정해라. 내 너희를 위해 몇 가지 공부법을 일러줄 터이니 내 말을 허투루 듣지 말고 깊이 새겨두길 바란다.


우선 정신을 가다듬고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목차를 세워봐라.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되 요령껏 해야 한다. 본래 사람의 성품은 묵은 것을 싫어하고 새것을 기뻐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내용을 선별적으로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뜻을 왜곡하여 ‘얕게’ 공부한다면 곤란하다. 야무지게 가치를 따져 보되 꼼꼼히 짚어야 할 부분은 짚고, 상호 맥락을 연결시켜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또한 한 단계 나아가 발상을 전환해 보아야 한다. 그 가치를 판단하고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 대학 내 모든 이들이 너와 같은 입장이니 주변에 질문하고 대답하며 깨달음을 공유해라. 또한 ‘조모임’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여 능력을 개발하는 기회로 삼으며 전체의 능률을 확대해라. 이렇게 다듬은 지식을 꾸준히 기록하고 저울질 하다보면 그 지식들 간 연결고리가 자연스레 생길 것이며 일관성이 확보될 것이다. 학과공부뿐만 아니라 너의 인생에 대해서도 위의 모든 것을 적용해 끊임없이 탐구해라.


배우는 이에겐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하면 그 폐단이 게을러지는데 있다. 둘째, 글 솜씨가 좋으면 그 폐단이 들뜨는 데 있다.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그 폐단이 거친 데 있다. 배움에 있어서는 요령을 피우지 않고 부지런히 연마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성실’을 중히 여기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데 마음을 다해라.


이리 공부를 하다보면 의문이 나고 풀리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정말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거든 조목조목 적어서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라. 그분들께서 너희의 질문을 마다할 리 무엇 있겠느냐? 오가는 질문 속에 사제 간의 정이 싹트는 것이니라.


내가 유배지에 있던 시절, 「세 가지 소리」를 지을 적을 생각하면, 시간은 새싹이 움트는 움직임보다도 더뎠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런저런 창 밖 소리에 그저 넋 놓고 있었다면 어찌 살았겠는가. 가녀린 풀벌레 소리에도 종종 잠 못 들어 뒤척이며 밤을 지세기 일쑤였다. 공부하며 학문을 닦고 연구하지 않았다면 그 끔찍한 나날들을 어찌 버텨냈을꼬. 그러니 집을 떠나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은 이들하며 기숙사에 들어선 이들까지도 한번쯤은 겪게 될 수 있는 맥 놓이는 현상을 스스로 다잡아 현명히 극복해내길 깊이 바란다.


파릇파릇한 젊은이들의 혈기왕성함이 배움의 터에 신선한 동력이 되길 기원하며 희망찬 마음으로 편지를 마무리 짓는다.


다산 정약용
   
      박희영 기자 hyg9141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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