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대학교는 등록금을 2.3%인하하고 장학금을 133억 확충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기존에 성적우수장학금으로 배정되던 금액이 상당부분 소득분위장학금으로 배정됐다. 이에 따라 일부 학생들이 받기로 예정된 성적우수장학금을 박탈당해 논란이 됐다. 학교 측은 “장학금의 배정이 변하는 과정에서 전달이 잘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밝혔고 소위 ‘연세대 장학금 뒤통수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번 장학금 배정 변경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학교 측은 언론을 통해 ‘장학금 정책이 수요자 중심으로 변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소득분위 장학금 수혜 대상인 하위 70%에 들지 않는 학생들 역시 장학금의 수요자이다. 소득이 상위 30%(연소득 약 5천만원)에 포함되는 가정 역시 400~800여만 원에 이르는 우리대학교의 등록금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장학금의 장학(獎學)은 ‘배움에 힘쓰도록 북돋아 준다’는 의미이다. 이는 가난하여 배움을 지속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도움의 의미와 학업에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학생들을 장려하는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그들 모두가 장학금의 수요자이다.

새로운 장학금 배정 시스템이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것일지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등록금인하와 장학금 증액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는 ‘척’하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서로 장학금 제로섬게임을 벌이게 하는 학교 측의 현 태도는 결코 진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번 문제의 본질은 ‘변화한 장학금 배정의 전달 오류’가 아니라 학생의 장학금으로 다른 학생과 언론에게 생색을 낸 학교 측의 태도인 것이다.

결국 답은 한가지다. 등록금과 장학금 문제에 대한 학교측의 진지한 태도가 필요하다. 그 누가 봐도 고려대의 2% 인하를 의식하여 병아리 눈곱만큼 추가 인하한 이번 2.3% 등록금 인하율이나, 기존의 성적우수장학금을 보태 늘린 소득분위 장학금 배정액 모두 국내의 일류 사학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 될 길이 요원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글 이상욱 기자 estanci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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