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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버거운 연세
  • 곽기연 기자
  • 승인 2012.02.28 21:30
  • 호수 161
  • 댓글 0

‘아, 아, 안녕하십니까! 통일~연세! ○○~○○ 제 이름은~’
‘저 멀리서 우후! 들려오는 아~ 연세!’

계절학기가 끝난 이후로 학생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들어 휑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던 학교가 우렁찬 응원소리와 열정 가득한 FM(Field Manual)으로 가득 찼다. 지난 2월 13일부터 17일까지 단과대별로 진행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과 새로 만난 많은 사람들로 인해 쭈뼛거렸던 신입생들은 오티의 막바지에 이르자 어깨동무도 제법 자연스러워지고 선배들과의 응원도 익숙해진 듯 했다. 총학생회와 응원단에서 주관한 이번 2012 학년도 오티 역시 새내기들에게 ‘연부심’을 키우기에 충분한 장이 됐다.

오티는 이처럼 동기들과 선후배간 친목을 도모하고 학교 분위기를 사전에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대학교에서 진행된 오티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뭔가 부족하다. 지방학생들의 숙박 문제에서부터 수십 만원에 이르는 비용 문제까지, 새내기들이 충당하기엔 버거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등골브레이커’ in 새내기?!

“용돈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신입생 박연수(중문・12)씨의 말이다. 이는 비단 박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1학번 구 아무개씨 역시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지만 오티비용과 학생회비, 그리고 새내기배움터(새터) 비용을 감당하다 보니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신입생 시절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신입생들이 오티와 새터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부모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쯤 되면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떠오를 법도 하다.

아니, 도대체 신입생들에게 얼마를 걷기에 이와 같은 별칭까지 얻게 된 걸까?

입학 전 신입생들에게 걷는 비용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오티 기간 식사와 뒤풀이를 위한 비용, 1년 동안 과나 반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학생회비, 그리고 2박 3일간 진행되는 새터 비용이다. 대부분의 단과대에서 세 가지를 합쳐 새내기들에게 13~20만원을 부담하도록 책정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학생회비와 새터 비용으로 최대 15만원을 지출하는 상황과 비교해봤을 때 최소 1.25배 많은 수치다.

그렇다면 이 많은 비용이 도대체 어디에 사용되는 것일까. “오티 비용은 대부분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데 가장 많이 사용 된다.” 생명대 학생회장 김영호(시스템생물・10)씨의 말이다. 하지만 학생회비는 1년간 과/반 행사를 운영하는 데 쓰이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그리 큰 지출이 아니라는 것이 학생회의 입장이다.

오티 때문에 지방민은 웁니다

비단 비용만이 문제인건 아니다. 우리대학교는 현재 3~5일간 오티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울권 대학에서 오티가 하루 동안 진행되는 상황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긴 기간이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사무국장 김준연(경영・08)씨는 “전체 신입생을 수용할 수 없는 협소한 장소 안에서 응원이라는 특수한 문화를 신입생들이 접할 수 있도록 나눠 진행하다보니 오티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늘어난 오티 기간만큼 파생되는 문제점 역시 늘어나고 말았다.

오티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지방 하생들은 대학 문화에 대한 설렘 이전에 걱정이 앞선다. 숙박 비용과 서울 왕복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대학교 오티는 대부분의 단과대에서 3일, 상경경영대와 공과대의 경우 최대 5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수도권 거주자가 아닌 이상 거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때 수도권에 집을 보유하고 있는 지인이나 친척이 없다면 오티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광주 출신 신입생 안세영(문정·12)씨는 “아버지와 언니가 인천에 있어서 숙박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었지만 주변 친구를 보면 오티 기간 동안 찜질방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신청한 학생 중 추첨을 통해 5일간 10만원의 비용으로 무악학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3천300여 명의 신입생(정원 외 입학 제외) 중 남자 120명 여자 80명만을 선발하는 오티 기간 기숙사 입사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수도권에 아무런 연고도 없고 기숙사선발까지 되지 못한 학생은 별 수 없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경상도에서 올라온 정현택(언홍영·12)씨는 “동기들을 보면 방값이 부담돼 서울 연고의 친구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생활하느라 여러 가지 고초를 겪는다”고 말했다. 신촌 인근 게스트 하우스의 경우, 가장 가격이 저렴한 6인실이나 8인실을 기준으로 최소 6만원에서 10만원까지 납부해야 하니, 과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말할 수 있겠다.

이뿐만이 아니라 교통비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올라온 신입생 서아무개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왕복 10만원이니 오티, 새터 2번에 걸쳐 KTX를 타면 교통비로만 20만원을 각오해야한다”고 말했다.

물론 지방 학생들의 고충을 고려해 단과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공과대 학생회장 조영민(컴퓨터・09)씨는 “지방 학생들을 위해 회장단의 집에서 묵게 하거나 자취나 하숙을 하는 선배를 소개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과대 내에서 정원의 절반이 넘는 지방학생들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과대 학생회장 도진석(국문・09)씨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단과대 차원에서 기숙사에 수용되지 못한 대다수의 지방학생들을 위한 대책은 실질적인 대책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아무리 오티가 대학생활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장이라지만 지방학생들에겐 어쩌면 가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지방학생들을 위한 대안을 묻다

고려대 역시 우리대학교처럼 오티가 크게 총학생회와 단과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길어야 이틀이 소요되며 대부분 하루에 걸쳐 두 개의 오티를 모두 소화해 내고 있는 실정이다. 총학생회 문화교양국장 배정호(생명공학부·07)씨는 “총학생회 차원에서 타 대학과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유난히 긴 연세대의 오티때문에 연세대 총학생회가 힘겨워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고려대가 연세대보다 진행 기간이 짧지만 신입생들이 학교 시설이나 커리큘럼에 대해 충분히 공지를 받을 수 있다”고 짧은 오티 기간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굳이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 없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주목할 만한 교내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음악대의 경우 오티와 새터를 합친 형태로 2박 3일간 행사를 진행하고 개강 이전에 과별로 별도의 세미나를 진행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음악대 회장 조준형(관현악・06)씨는 “지방 학생들의 고충이나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음대의 방식이 꽤 효율적이다”면서도 “타 단과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구성원들끼리 서로 더 친해질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어느 한 쪽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은 비단 입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티 기간 동안 각종 회비 외에도 교통비와 숙박 문제로 삼중고를 겪는 학생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타 대학과 비교해 유난히 험난한 오티 비용과 유난히 긴 오티 기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사진 정세영 기자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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