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 아침을 맞았다. 세간에서는 갑자 임(壬)은 오행상 검은 색을 의미하고 간지의 진(辰)은 용을 가리킨다며 올해를 흑룡의 해라 부르고, 상서로운 기운이 뻗어나 용이 승천하는 기운처럼 비상하기를 소망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역사에서 임진년은 격변의 해라고 할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난 해였다. 고구려의 낙랑 정벌(52년), 신라의 우산국 정벌(512년), 고려의 강화 천도(1232년), 임진왜란(1592년), 한국전쟁(1952년) 등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격동기들이었다.

올해 역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대선이 줄지어 예정돼 있고, 저성장, 불황, 재정악화 등 세계 경제문제도 악재가 중첩돼 있다.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김정일 사망으로 인한 북한의 체제 변화까지 올해 향방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역사 속의 위기 때마다 어려움을 잘 극복한 교훈을 되새기며 우리 앞에 놓인 정치·경제·사회적 난관들을 헤치고 나아가야 할 것임이 예고된 듯하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는 공존하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대학교 역시 올해 많은 변화와 난관이 예고돼 있다. 새로운 선출제도를 통해서 선임된 총장과 새 집행부 앞에는 출범 전부터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한 지붕 세 가족과 같은 신촌캠, 국제캠, 원주캠의 균형 발전, 반값 등록금 문제 요구에 따른 장학기금과 재정 확충, 경영대학의 용재관 신축을 놓고 심화되고 있는 찬반 논란 종식,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추진, 기숙사 증·개축, 국제캠에서의 레지덴셜 칼리지 시행 등 어느 하나 녹녹치 않은 문제들이다.

동아시아에서 용은 희망과 조화의 상징이다. 일 년 중 용의 달은 음력 3월이며, 하루 중 용의 시간은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로 일 년과 하루의 일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시간을 가리킨다. 철저한 준비를 전제로 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주역 건괘에 “나타난 용이 밭에 있다[見龍在田]”는 말과 “나는 용이 하늘에 있다[飛龍在天]”는 효사(爻辭)가 있다. 그런데 그 말 뒤에 각각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利見大人]”는 말을 덧붙이고 있음은 흥미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임진년 격변의 새해를 맞이하며 새롭게 출범하는 연세호 선장의 역할과 비상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시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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