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 선거 그 뒷이야기

지난 11월,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오는 2012년의 각 단과대의 학생사회를 이끌어 갈 단과대학생회를 뽑았다. 대다수의 단과대에서 선거는 예전처럼 무난하게 진행됐다. 한 해 동안 단과대를 이끌어갈 대표자를 직접 뽑는 이 날은 마치 축제와도 같았고 선본간의 불꽃 튀는 경연의 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단과대에서 선거가 무난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이과대와 신입생이 없는 법과대는 선본이 나오지 않아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한편 문과대는 투표율이 너무 낮아, 생과대는 단과대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이 늦어져 선거기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이번 선거에 대해 흔히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개운치 못한 선거가 된 단과대는 하나 더 있다. 바로 UIC다.

한 달 전, 「연세춘추」는 UIC의 단과대학생회 선거에 대해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한편 경선으로 진행된 단과대는 대체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특히 UIC의 경우 세 개의 선본이 출마해 경합을 벌였고, 당선 선본인<uOS7>과 석패한 <The Messenger>의 경우 단 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uOS7>의 정후보 이한검(UIC국제·09)씨는 “제시한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며 “근소한 차이로 당선돼 겸손한 자세로 학생회를 꾸려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세춘추 공동취재단

그러나 보도와 달리 현재 UIC는 학생회 없이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UIC는 오는 3월에 다시 한 번 선거를 치르게 될 예정이다. 선관위의 공정성과 개표과정에서의 무효표기준에 이의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개표가 있었던 당일, UIC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금부터 당시의 블랙박스를 열어보고자 한다.


그날 UIC엔 이런 일이


이번 선거에서 UIC선거관리위원회(아래 단선관위)의 대표는 원래 이희은(UIC비교문학·08)씨였다. 그러나 이씨가 단선관위 대표에서 사퇴하면서 이를 정재희(UIC정외·09)씨가 대신하게 됐다. 하지만 투표 하루 전인 지난 11월 23일, 정씨 역시 대표에서 사퇴할 의사를 밝혔다. 이 빈 자리를 맡게 된 것은 바로 지난 2011년, UIC학생회장이었던 최신태(UIC정외·09)씨다. 최씨는 “주변에 선관위원장을 위임할 만큼 단과대에 대한 대표성을 지닌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전 회장이 공석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여론이 있었다”며 선관위원장을 위임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당시 최씨는 UIC정치외교 과·반 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었고 UIC학생회 선본인 <uOS7>의 선본원이기도 했다. 단선관위의 대표직을 맡기 위해 최씨는 후보와 선본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선거 당일 단선관위는 개표를 시작하기 전에 선본들에게 ‘관례에 따라 투표용지의 박스 밖에 표기된 표는 무효표로 처리하겠으며 무효표가 아무리 많아도 유효표만을 기준으로 선본이 당선됨’을 공지하고 각 선본의 동의를 받았다. 표는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세어졌다.

1)선관위원장이 표를 확인
2)확인 후 선관위원정이 선본에 대한 유효, 무효표 선언
3)정후보와 부후보가 표를 확인 및 이의제기 기회를 가짐
4)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가 없을 때까지 1), 2), 3) 반복
5)이상의 과정에서 이의가 없을 경우 선관위원장이 아닌 선관위원이 표를 재확인

하지만 1차 개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본들의 표의 유효여부에 대한 이의제기가 잦아졌고 이로 인해 개표 후반엔 초반보다 더 많은 표들이 무효표로 판정됐다. 1차 개표에서 당선된 <uOS7>선본과 2등으로 낙선한 <Beyond>선본의 표차는 딱 2표. 단선관위는 표차가 유례없이 작다는 점과 개표중간에 무효표의 기준이 엄격해짐을 이유로 재개표를 진행했다.
재개표는 1차 개표 후반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고 각 선본은 이 적용에 동의했다. 그러나 <Beyond>선본은 개표 중간에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다. 하지만 선관위는 개표를 계속했고 2차 개표 결과는 1차 개표와 상당히 달랐다.

 

 

1차

2차

uOS7

109(당선)

93(당선)

Beyond

107

74

the Messenger

106

92

무효표

33

96


바로 당선된 선본의 득표수보다 무효표가 많은 웃지 못할 결과를 남긴 것이다. 단선관위에 따르면 당선된 <uOS7> 선본만이 2차 개표결과에 대해 승복했다고 한다.

 

 



한편 지난 11월 28일, <Beyond> 선본은 <uOS7> 선본의 선본원이던 최씨가 선관위장을 맡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며, 개표 중 무효표 판정에 대해 총 세칙*을 무시했다는 점을 들어 단선관위에 제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Beyond>선본의 부후보 이인성(UIC·11)씨는 “결과가 아닌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이미 2차 개표과정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한 “이번 일은 UIC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생각할 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제소장을 받은 단선관위는 이 문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선관위)로 넘겼다. 중선관위는 이에 대해 현 단선관위를 해산하고 3월에 다시 선거를 치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온 뒤 굳는 땅이 되길···


단선관위는 제소장을 받은 후 중선관위로 넘기기 전, 세 선본이 합의에 이를 경우 그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재선거를 하게 될 경우 신입생OT나 새터 준비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는 불발됐다. 이씨는 “제소장을 제출한 이상, 타협이 아니라 원칙을 통해 해결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합의할 수 없음을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최씨는 “합의를 이룰 수 있었는데 되지 않아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신입생OT와 새터는 비대위가 준비할 예정이다. 하지만 Tuang(UIC·10)씨는 “학생회가 새터에 가지 못하니 신입생들과 학생회가 서로 소통할 기회를 잃을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UIC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성장해, 다음엔 흠집 없는 선거를 치러나가길 기대해본다. 다만 그 대가를 새로 들어오게 될 12학번 신입생들이 치른다는 점은 이번 일의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총 세칙 제 13장 49조에 따르면 유효투표의 기준은 “다) 기표한 것이 옮겨 묻거나 인주가 묻어 오손된 것으로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했는지 명확한 것, 라) 기표란 이외에 기표된 것으로서 어느 후보자에게 기표한 것인지가 명확한 것”으로 명시돼있다.

이상욱 기자 estanci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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