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支)의 기원과 전통적 의미를 찾아서……

2011년 신묘년(辛卯年)의 해가 지나고 2012년 임진년(壬辰年)의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부푼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단연 화두는 아마 ‘올해의 띠동물’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 해의 띠동물을 통해 한 해의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라 하여 지난 2011년 연말부터 띠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이러한 띠동물에 2천년이 넘는 동아시아인들의 살아 숨쉬는 전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간지(干支)로 이해하는 고대 전통 문화

띠동물은 간지(干支)라 불리는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인들은 인간과 동물을 비롯해 계절과천체 등 우주의 자연현상 모두가 하나의 법칙과 체계 속에 놓여 있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믿음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이다.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로 표현되는 십간과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로 표현되는 십이지를 통해 하늘과 땅의 운행, 시간과 방위를 나타낸 것이 간지의 기원이다. 올해를 나타내는 ‘임진년’도 십간과 십이지를 조합해 시간을 나타낸 표현이다.

다양한 십이지 문화의 뿌리

십이지 문화는 지역이나 문화권마다 형태가 다양해 그 기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윤정 학예연구사는 “십이지라는 문화의 기원은 중국인지, 인도인지, 어느 나라인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동아시아에 널리 퍼져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 띠동물, 십이지신과 같은 문화의 기원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십이지 문화는 동아시아 고유의 문화지만 이와 비슷한 개념은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 학예연구사는 “대표적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기원된 황도12궁과 같은 별자리를 십이지와 같은 유형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에서는 목우, 산양, 나귀, 게, 악어 등이 십이지의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 이처럼 그 나라의 위치와 문화에 따라 십이지는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십이지는 시간신과 방위신의 역할을 하며 그 시간과 방향에서 오는 사악한 기운을 막는 수호신으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십이지는 통일신라 이래 조선왕조를 거쳐 오늘날까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십이지의 조형과 사상은 왕릉, 불교석탑, 십이지신상, 회화, 공예품 등을 비롯해 일상적인 생활도구까지 다양하게 나타나 있다.

십이지와 십이지 동물과의 인연

많은 사람들이 띠동물과 십이지를 동일시하며 십이지라 하면 쥐, 소, 호랑이, 토끼 등 동물을 떠올리지만 처음부터 십이지가 동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십이지는 지지(地支), 즉 땅의 운행을 의미했기에 계절의 순환에 따른 삼라만상의 생, 성, 쇠, 멸 현상을 나타낸 것이었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 서경요 교수는 “땅은 변화의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라며 “변화하는 현상을 형상화하기 위해 영험한 동물을 통해 12가지로 분류한 것이 십이지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십이지 동물은 이러한 추상적 관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붙여진 일종의 상징 부호인 것이다.



십이지 동물의 순서는?

시간을 나타내는 십이지로서 각 시간대에 십이지 동물이 배치된 것에 대해서 재미있는 설들이 많다. 23시에서 1시는 쥐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때이고 1시에서 3시는 소가 낮에 먹은 여물을 되새김질하는 때, 3시에서 5시는 호랑이가 산등성이에서 포효하는 소리가 들리는 때라는 점을 들어 그 시간대에 동물을 배치했다는 생태적 기준의 설이 있다. 이 외에도 각 동물의 발가락 수의 홀수와 짝수를 고려해 음의 수와 양의 수를 교차로 배열했다는 음양적 기준의 설과 석가가 열반에 들 무렵 열두 동물을 불렀을 때 도착한 순서에 따라 배열했다는 석가유래설 등이 있다.

예로부터 십이지는 십간과 더불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이후 십이지는 점이나 운세, 사주팔자 등에 활용되면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의 기준이 됐다.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이 십이지를 단순히 점술적인 의미에서 받아들이지만 십이지는 통일신라 이래 이어져온 우리 민족의 경험과 지혜가 어우러진 전통 사상인 만큼 그 본래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2년은 흑룡의  해이다. 예로부터 용은 어떤 동물보다 뛰어난 능력과 권위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어 용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정직하며 용감하고 신뢰감이 두터운 사람으로 여겨졌다. 더욱이 흑룡은 용기와 비상, 희망, 성취, 미래를 상징한다고 한다. 흑룡의 기를 이어받아 당찬 새해를 맞이해보자.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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