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가 간단하지가 않아서 소개하기가 참 뭣합니다. 뉴욕, 런던, 멜버른과 3년간의 시공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여기 있던 사람이 저기서 다른 사람으로 등장하고, 다시 등장하고, 읽으면서 헷갈리더라고요.

 표지의 주인공은 ‘이안’이라는 남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누나’를 찾아서 미국 땅을 걸어 다닙니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걸어다니다가 밥을 사주겠다는 어떤 여자(아이린)를 만나 밥을 먹습니다. 그 여자애는 자기의 엄마로부터 이안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린은 신 나서 막 이야기합니다. 그러다가 자기 아빠가 보낸 조직원들이 갑자기 이안을 죽여버립니다. 이안이 아이린의 남자친구였던걸로 안 거죠. (아니 그렇다고 왜 그런 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부러워서 그런건가)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짐은 이안에 헌정하는 소설을 쓴다고 합니다. 좋은 경험만을 하면 행복한 결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안은 집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그를 버립니다. 어머니는 그를 매춘부에게 팔아넘겨서 그 돈으로 술을 사먹습니다. 그는 자신의 누나에 기대가며 자라지만, 그 누나도 그에게 기다리라고 해놓고 가버립니다. 누나가 이루라는 ‘목표’를 위해서 그는 달리기를 연습하고, 선수가 되기까지 하지만,  누나는 ‘미국으로 감’이라는 짧은 쪽지만을 남긴 채 또 가버렸다고 합니다. 그러고서 그는 미국을 걸어다닙니다. 누나를 찾으러..
 그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자신이  육상선수였을 때 취재하러온 짐이 그의 유일한 친구이고, 뉴욕에 있을 때 이안은 그의 집에 머뭅니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의 폭력을 피해 아버지의 집에 잠깐 지내지만 하지만 그는 이안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신경쓰지 않음’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우 맑습니다.
 그러고 그는 자신의 누나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제 그에게는 진짜 집이 없습니다. 그는 뿌연 무표정으로 미국을 떠돕니다.

 돌아갈 곳

  어쩌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이 아니라 돌아갈 곳인지도 모릅니다. 집이 아니면 동아리방이어도 좋고, 도서관이어도, 하다못해 독서실이어도 좋겠죠. 저는 아직 경험을 못해서 그 정도의 장소밖에 모르지만 그런 곳은 생각지도 못한 곳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악의 소굴이라도. 그곳에 가면 제가 오는게 기쁜 사람이 있겠죠. 기다리는게 기쁜 사람이. 있겠죠? 
  그런 곳이 없어지는 때부터 유령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막 슬프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눈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도, 표정을 지어야 할 필요도 없으니, 그렇게 걸어가도 아무도 말릴 사람 없으니까요...
  누나를 찾아 미국을 돌아다니던 중 그는 ‘그녀’를 만납니다. 옷 사주고, 멋진 밥도 사주고. 하죠. 좋아해주지도 않는 남편과 딸을 놔두고 왔다고 합니다. 그녀는 ‘누나’를 많이 닮았습니다. 어쩜 ‘어머니’일지도 모르겠다고도 합니다... 그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어디론가 떠난다면 혼자라도 좋겠다고, 하지만 당신이 좋겠어요. 새하얘요. 하지만 아이들의 그것과는 달라서 어딘지 잡을 곳이 없는 그런 느낌.’
  ‘착한 아이 같으니...방금 누나 떠올렸죠?’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라고 많이 되물었습니다. 한때는.
  계속 그렇게 해야 할까요.
  맨날 헤매지만, 잘 안되요......
 

글 오정섭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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