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상-시분야 당선소감

최 지 은(언홍영·11

 “취미가 뭐에요?”
“뭐 좋아해요?”
“나중에 뭐하고 싶어요?”

“……”
‘글쓰기요.’

사람들이 취미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물을 때마다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속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대답인데 입 밖으로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감히 말해도 될까 두려웠습니다.

앞으로는 ‘글쓰기요.’가 아니라 “글쓰기요.”라고 대답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은 아직 하지 못하겠습니다. 아직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마음속에서 자꾸만 비집고 나오는 저 대답을 부정하려고만 하지는 않겠습니다. 잘 하는지는 몰라도 좋아하는 일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 사실 마저 무시해버리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언젠가는 “글쓰기요.”라고 대답할 날도 오겠지요?


부족한 제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신 연세춘추와 심사위원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마음 속에 있는 대답을 찾아준 사람들. 알 지, 은혜 은. 은혜를 아는 사람으로만 읽히던 내 이름을 글자 그대로 ‘지은이’라 읽어준 사람들. 너는 나중에 지은이가 되라고 말해준 사람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끄러워서 말은 하지 못했지만 대학에 와서 느낀 행복의 대부분은 당신들이 주었어요. 흔한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던 제 이름에 흔하지 않은 의미를 선물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딘가에 남겨놓은 제 생각들을 읽어준 사람들도 정말 고마워요. 주인도 모르는 그 시선들 덕분에 설렌 적이 많아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고, 기뻐해 준 모든 사람들도 정말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나를 존재 자체로 사랑해주는 가족들. 할머니, 오빠, 예쁜 우리엄마. 엄마. 정말 많이 사랑해! 우리를 지켜주느라 가장자리에 서 있는 아빠. 그 자리가 외롭지 않도록 제가 힘을 드릴게요! 항상 죄송하고, 감사드려요. 그리고 정말 많이 사랑해요!

 

박영준 문학상-소설분야 당선소감

김 헌(국문·09) 

어느 겨울날 아침, 밤새 내린 눈에 꽁꽁 얼어버린 거미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미줄에 송글송글 맺혀있던 눈은 아침 햇살을 머금은 채 빛나고 있었습니다. 차갑게 식은 거미 몸뚱이 아래로 꼬마 전구를 엮어 만든 듯한 은하수가 흘러갔습니다. 저는 그 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생떽쥐베리는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오늘 하루도 신기하고 새로운 일들이 저에게 톱밥처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하루를 마무리 할 때 즈음엔 포착할 수 있었던 기쁨을 놓쳐버린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시(詩)를 쓰는 어머니는 저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겸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저는 제가 가진 감각들을 잊은 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귀를 활짝 열되 적게 말하고 깊게 생각하겠습니다. 한 편의 삶을 잘 빚어내기 위하여 침묵하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

수상의 기쁨을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믿고 따르는 두 분인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문학도 동생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더불어 습작 소설을 소설로 인정해주신 심사위원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화섭 문학상-희곡분야 당선소감

  심 상 훈(신학·09)

당선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상금 생각에 씩 웃다가도 평생 글로 끄적이는 짓은 접으려고 했다. 며칠 뒤 올해 당선작은 없고 내가 쓴 희곡이 가작(佳作)을 수상했다는 말을 들었다. 상금이 반으로 깎이는 냉혹한 현실에 넷째 발가락에서 땀이 나고 동공에 습기도 살짝 찼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죽는 줄 알았다. 요 며칠 동안 쓰고 쓰렸던 담배가 이렇게 달콤할 수가. 첫사랑에게서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된 그날 밤과도 같았다. 적당히 알아봐주셔서 몹시 감사하다. 내가 어디로 튈지 앞으로 뭐해먹고 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명 살리셨다. 아름다운 것과 거친 것의 경계. 나는 다행히도 그 지점에 있는 듯하다. 남이 뭐라든. 내 생각에. 아직은. 당선되었다는 것이 쪽팔려서 주위에 거의 얘기도 안했는데 이제는 자랑하고 다녀야겠다. 아해들아. 술이나 한 잔 허자. 내가 쏜다.

「당연한 세상」은 전혀 동성애와 이성애에 대한 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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