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얼마 전 스마트폰을 구입한 연돌이. 무선인터넷을 통해 뉴스와 만화를 보고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등 스마트폰 덕분에 하루가 지루할 틈이 없다.

B: 수업이 다 끝난 오후,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연돌이는 지루한 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낸다. 그런데 'oh, my god!', 배터리가 없다. 아침에 100% 충전해 온 배터리는 등굣길과 수업시간에 이미 다 써버린지 오래. 연돌이는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며 집에 간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이른바 ‘유비쿼터스’의 시대가 도래 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어디서나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해도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휴대용 전자기기들은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는다. 하지만 배터리가 담을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휴대용 전자기기의 사용시간 역시 한정될 수밖에 없다.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점점 더 작아지는 휴대용 전자기기에 맞춰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오늘날 배터리 문제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다. 바로 무선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것처럼 무선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무선충전’이 그것이다.


100년 전 테슬라의 꿈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교류 전기를 발명한 전기 공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전파에 전력을 실어 멀리 떨어진 기기에 전기를 전송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테슬라는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전구에 불을 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개발한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이후 100년의 세월이 흐르는 과정에서 효율성,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를 보완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로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터널을 통해 이동하는 전력

무선충전의 핵심이 되는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이 중 고출력 전자기파를 통해 전력을 전송하는 방식은 수십KW의 에너지가 담긴 전파를 사람의 근접거리에 전송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은 전자기유도* 방식과 자기공명 방식을 이용한 기술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전자기유도 방식은 송신 코일과 수신 코일 사이에 발생하는 자기장을 통해 전력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소형화가 가능하고 인체의 유해성이 적어 상용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전동 칫솔의 충전기가 바로 이 전자기유도 방식을 이용한 제품이다. 다만 전자기유도 방식은 전력의 전송거리가 수cm 밖에 되지 않아 충전기와 수신기 간의 접촉을 통해서만 충전이 가능하다.

 


무선충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중단거리 무선전력전송에 가장 근접한 방식은 자기공명을 이용한 방식이다. 지난 2007년에 MIT 물리학과의 마린 솔랴치치 교수팀은 공명 현상, 즉 공진**을 이용해 중단거리에 전력을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식은 송신 코일과 수신 코일 간에 형성되는 ‘에너지터널’을 이용한다. 송신 코일에 고주파 전력을 공급하면 공진주파수가 발생하는데, 이 공진주파수를 수신 코일과 일치시키면 송신 코일과 수신 코일 사이에 전자장이 생겨 일종의 에너지 전송 경로가 형성된다. 똑같은 소리굽쇠 두 개를 일정 거리에 떨어뜨려 놓고 하나를 두드리면 고유진동수에 의해 멀리 떨어진 소리굽쇠가 진동하는 것처럼 공진을 통해 에너지를 전송하는 것이다. 자기공명 방식은 다른 방식과 달리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지고 있으며 수십m 떨어진 곳까지 전력을 전송할 수 있다. 또한 공진주파수가 일치한 기기에만 전력이 전송되기 때문에 주변 기기나 신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몇 년 후 만나게 될 무선충전존

이처럼 자기공명 방식은 무선충전의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한국전기연구원 박영진 박사는 “자기공명 방식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휴대용 전자기기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들이 소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기공명 방식에 이용되는 공진주파수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화 및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자기유도 방식을 이용한 무선충전 제품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박 박사는 이르면 오는 2012년 말에 이러한 무선충전 제품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자기공명 방식을 이용한 중단거리 무선충전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예측할 수 없지만 4~5년 후에 시연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박사는 “중단거리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휴대용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산업체 로봇, 의료기기 등 적용범위가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불완전한 기술이지만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무선충전이 상용화된다면 앞으로 더 이상 무선인터넷을 위해 와이파이존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충전을 하기 위해 무선충전존을 찾아다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배터리 용량의 한계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진정한 ‘유비쿼터스’의 시대가 도래할 그 날을 기대해본다.

*전자기 유도: 도체의 주변에서 자기장을 변화시켰을 때 전압이 유도되어 전류가 흐르는 현상
**공진: 외부에서 들어오는 진동이나 신호를 통해 어떤 특정 주파수의 진동이나 신호가 강해지는 것

이가람 기자
riverboy@yonsei.ac.kr
자료사진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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