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삼의 '쌉니다 천리마 마트'

새로운 시장, 마켓3.0은 소비자를 '전인적 존재'로 본다고 한다. 전인적(全人的)이라는 게 뭔가? 말 그대로다. '소비자', '생산자', '노동자' 등으로 라벨링(labeling)하는 것이 아니라 지(知), 정(情), 의(意)를 모두 갖춘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이 당연한 일에 왜 이렇게들 호들갑인가. 사람을 사람으로 본다는 생각을, 그럼 여태껏 하지 못했다는 건가?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 요지경의 세상은 만화 한컷에 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오묘하다. 만화라는 장르가 희화와 풍자로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기에 적합한 이유는 '세상'이 요지경인데 있다고 본다.

여행을 가면 그 곳의 정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시장이라고 한다. 웹툰에 담긴 우리네 삶은 어떤 정서일까? 웹툰 '천리마 마트'에서 만날 수 있겠다. 대기업의 이사였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지방 마트의 사장으로 쫓겨난 주인공 '정복동'의 복수의 칼날 끝에 뜻밖의 마켓 3.0이 요리된다. 시골 5일장의 할머니가 어림짐작으로 마늘이다 소금이다 해서 간을 맞춘 수제비처럼, 뜨끈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정감가는 시장(market)이야기, 천리마 마트는 마케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풍자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주인공 '정복동'이 엄청난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다 쓰러져 가는 애물단지 마트를 개혁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지방으로 좌천된 자신의 신세를 직시했다. 그리고 탈세와 비리의 도구로 방치된 천리마 마트를 조명케 해서 라이벌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목표일 뿐이다. 여기까지만 듣자면 엄중한 텔레비전 창사 특집극과 다름없다. 그러나 '쌉니다 천리마 마트'는 윙키가 사랑하는 '병맛' 웹툰! 그냥 조명이 아닌 병맛 조명으로 마트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넣는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매뉴얼대로 미소 짓는 마트의 직원들도 누군가의 가장이고 어머니고 귀한 딸이고 친구다. 알고 있는 식상한 말이라고? 그러나 막상 마트에 가봐라. 그런 생각, 전혀 들지 않는다. 아니, 그런 생각 하지 못한다. 관계보다 목적이 앞선 지금, 서비스는 중요한 거래 물품중의 하나이고, 서비스를 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조차 매뉴얼의 일부가 되어버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천리마 마트'는 캐릭터 마다 사연이 있다. 등장하는 인물 중 사연 없는 이가 한명도 없다. 울고 불고 짜는 지독한 것만이 '사연'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흥미롭고 귀엽게 지켜볼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가득한 스토리는 마트의 알바생도, 시식코너 아줌마도 다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그게 바로 웹툰 '천리마 마트'가 매력적인 최고의 이유다.

 

 

사람보다 사람이 하는 일에 주목하는 요지경, 이 세상. 시장에서 만나는 '정'과 '사람'을 믿는다면 '보이지 않는 손'을 거리낌 없이 맞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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