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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했던 때가

반짝이는 전구와 아름다운 장식, 거리에 울려 퍼지는 신나는 캐럴, 때로는 생일보다도 더 기대되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의 풍경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는 특히나 더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던 것이 무엇보다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항상 만남이 행복한 산타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6월 달에 생일이 있는 나의 경우에는 그 이후에 꼭 가지고 싶었던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해서 크리스마스는 항상 내게 ‘설렘’을 안겨주는 마법과도 같은 날이었다. 크리스마스는 곧 행복과 동의어라고 해도 내게는 이상할 것이 없다.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행복하고 재미있는 기억이 많이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꼭 갖고 싶었던 책 2권을 선물 받았을 때였다. 이번이야말로 꼭 잠들지 않고 산타 할아버지를 보고야 말겠다던 나의 결심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선물은 그런 안타까움을 멀리 날려버렸다. 우리 집은 굴뚝도 없는데 산타 할아버지께서 어디로 들어오셨는지 묻는 나의 질문에 엄마께서 현관문을 열어주셨다는 대답을 믿으며 책 앞장을 펼친 나는 엄청난 갈등에 휩싸였다. 그 곳에는 색종이로 접은 산타 할아버지와 함께 산타 할아버지께서 내게 남겨주신 짧은 편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명백히 엄마의 글씨체였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던 나는 고민했지만 이내 좋게 합리화하고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내가 이처럼 그래도 꽤 오래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을 수 있었던 데에는 내 친구의 공이 컸다. 어른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은 그렇게 순수하지만은 않은 존재인 듯하다. 9살 당시 나와 나의 친구들은 산타 할아버지의 실존 여부에 대해 고민했고 이미 산타 할아버지는 세상에 없다는 진보적인 주장을 펼치는 아이도 있었다. 서서히 나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어 가는 찰나 정말 우리 반에서 착하기로 몇 손가락 안에 꼽는 내 친구가 전날 밤 산타 할아버지가 썰매를 타고 날아가는 것을 봤다고 했다. 거짓말을 할리 없는 그 아이의 진술은 곧 나에게 강한 믿음을 주었고 그렇게 나와 내 친구들은 다시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되었다. 지금도 그 친구가 꿈을 꾸었을지언정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니면 정말 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시절, 선물을 받기 위해 며칠이라도 얌전한 어린이로 살았던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래도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말에 의심이 없었던 그 때가 그립다. 그 때는 울지 않고, 착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면 크리스마스 선물도 받고 복을 받는다는 것이 진리로 여겨졌는데 커 가면서 세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실망이 컸다. 착한 사람들이 추운 곳에서 덜덜 떨면서 어렵게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을 때 부정하게 돈 번 이가 편한 곳에서 떵떵거리면서 잘 살 수도 있는 것이 현실임을 알았을 때 나는 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꼭 착한 마음을 먹고 산다고 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이 머리맡에 놓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또 한편 생각을 다르게 해 본다. 어쩌면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산타 할아버지께서도 좀 더 인내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는 일이다. 1년에 한 번씩 정해진 시간에 주는 선물은 너무 재미가 없으니까 착하고 기특한 한 어른이 얼마나 오래 선물을 기다릴 수 있는지 조금 지켜보고 계시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어른이 되어가면서부터는 더 이상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크게 서글플 이유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나는 자신이 믿는 올바른 길대로 사는 사람만이 진정한 인생의 선물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가끔 지나치게 현실적인 친구들의 반박에 말문이 막히기도 하지만 꼭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만 진실은 아니다.

요즘 우리 세대에는 크리스마스에 오직 이성 친구와 함께 하는지의 여부만이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지 못하다고 한숨을 내쉬며 외로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다함께 착한 일 하고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품에 안으며 기뻐하던 어린 시절이 좀 더 크리스마스의 취지에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실상은 크게 다를 바 없는 대학생인 나라서 이번 크리스마스만큼은 그저 마냥 행복한 날로 보낼 생각이다. 이번에 못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 할아버지가 고이 keep해 두셨다고 생각하고 나는 매일 매일을 크리스마스로 살아가련다.

S. Stella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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