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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0000 제9화

“아… 네, 제가 맞습니다만…”
현민이 짐을 다시 추스르며 말을 하였다.

“우리는 이만 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 하! 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날 수 있겠죠.”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렇게 로비로 빠져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 사람들은 여성의 뒤쪽으로 멀어져 갔다. 사람들의 모습을 가린 것은 검은 정장이었다. 현민의 눈이 간 곳에는 건장한 남성 한명이 여자와 마찬가지로 검은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선글라스는 쓰고 있지 않았다.)

“그 짐은 저희에게 주십시오. 올란드 회장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십니다. 혹시나 바쁜 일이 있으실까봐 가능여부는 꼭 여쭙고 모셔오라 하셨습니다만… 괜찮으십니까? 행여 바빠서 오지 못하신다면 댁까지 모셔드리라고 하셨습니다.”

현민은 순간 멈칫 거렸다. 올란드에게 거짓말을 할 때처럼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 하였다. 그러나 멈칫거림도 알아차릴 순간조차 없이 정장을 입고 있던 남자가 현민의 짐을 가볍게 한손으로 받아 들었다. 현민은 멍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표정을 추스르고, 시선은 다시 여성에게로 가져갔다.

“네… 저는 시간이 많습니다. 제 비…서에게는 먼저 가 두라고…해야겠군요.…”
현민은 역시나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네, 그럼 정문 밖에 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곳으로 가시죠.”

여성이 말을 끝내고는 고개를 숙여 옆으로 살짝 비켜섰다. 남자 또한 한손에는 짐을 든 채로 고개를 숙여 여성과는 다른 방향으로 살짝 비켜섰다. 현민은 잠시 멈칫거리더니 여자와 남자를 번갈아 한번 씩 보았다. 현민은 땀이 나는 손을 움켜쥐고는 주머니에 넣고 남자와 여자 사이를 건너 조금씩 떨리는 발걸음으로 정문으로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공항 내부는 아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과는 달리 현민과 두 명의 정장 입은 사람이 지나면서 공항은 점점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사람들 침 넘어가는 소리와 시계바늘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현민과 정장 남녀의 구두소리가 전부였다. 정문은 전면 유리로 되어 있었고, 그 밖으로는 노르스름한 황혼이 비춰 들어와 정문에 다다르기 직전의 바닥에 그림자로 수를 놓고 있었다. 현민이 문을 열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가 문을 활짝 열었다. 현민은 얼떨결에 고개를 움찔거려 고맙다는 표시를 하였다. 그 움직임에 여자는 흠칫했는지 고개 숙인채로 눈을 돌려 현민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다시 눈을 내렸다.

정문을 나서니 많은 수의 돌계단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현민은 잠깐 멈춰 앞을 바라보았다. 바로 앞에는 커다란 건물이 있었고, 건물 중간 즈음에는 오이쯔만그룹 이라고 금색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고층 건물의 외곽선이 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도 그 뒤로도 커다란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돌계단을 따라 시선을 옮긴 곳에서는 커다란 왕복 12차선 도로가 기다랗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위로는 건물들 사이를 잇는 통로가 수없이도 이어져 있었다. 현민은 고개를 돌려 해가 지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쪽으로도 길이 길게 나 있었다. 여전히 많은 수의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현민은 자연스레 다시 돌계단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돌계단 끝 바로 옆에는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출구 와 붙어서 기다란 기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무진의 차 번호판은 없었고 단지 금색 구름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온통 검은색의 배경이 있었다. 매우 단조로운 형상이었지만 노을을 받아 금빛으로 군데군데 수놓아져 지고 있었다. 그 차 주위로는 교통경찰이 차 앞으로 와서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갈 뿐이었다. 현민은 돌계단을 다 걸어 내려가 기무진의 차 문고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난생처음 타는 고급차다 보니 말을 잇지 못하고 차 문 앞에 멀뚱멀뚱 하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여성은 현민의 앞에서 자동차 문을 열었다. 현민은 기무진에 탔고, 안락함에 빠져 의자에 파묻혀 버렸다. 기무진 안에는 의자란 하나밖에 있지 않았다. 기무진의 문은 닫혀 버렸다.

“내가 언제 이런 걸 타 보겠어!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기자.”
현민은 기무진 안을 이리 저리 둘러보았다. 좌석 앞에는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띄어지고 있었다. 남자는 짐을 챙겨 넣고 있었고, 여자는 현민의 앞쪽(보이지가 않아서 정확히 어디라고는 말을 못하겠다.) 어딘가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외에도 기무진 주변으로는 많은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현민은 남자가 기무진에 마저 타기를 기다리며 영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영상에서는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인지 트렁크가 반쯤 열린 차를 타고 공항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것들도 볼 수 있었다. 화질이 좋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처럼 선명 하게 보였다. 계속해서 나오는 차들 속에서 트렁크가 닫혀있는 하나의 푸른색 작은 자동차가 눈에 띄었다. 그 차 안에는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강청래의 일행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차를 타고 노을이 지는 쪽으로 향해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아…… 저 사람들도 저기 사는구나.…”
현민은 푸른색 작은 자동차가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현민의 시선이 움직이지 않는 동안 기무진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른색 자동차는 시선에서 사라졌고, 현민이 타고 있던 차는 중앙의 대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린 후 현민은 자신의 안주머니 속에서 올란드 씨의 명함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여전히 은은한 금빛을 내고 있었다. 현민은 이리저리 명함을 살펴보았다.

"음…… 이것도 틀림없이 꿈의 세계 제품이겠지? 신기하네.……"
현민은 이리저리 금박을 돌려보며 소리를 의식적으로 낮추며 말을 하였다.

조현민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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