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 마이클 스터버그, 리처드 카인드 / 미국, 영국, 프랑스 2010
일시: 11월 22일(화), 23일(수) 오후 6시 10분
상영장소: 학술정보관 2층 멀티미디어센터 내 미디어감상실
상영시간: 105분

오랫만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우리 동네 목욕탕을 찾은 나는 한 달에 두 번 있는 정기휴일이 왜 꼭 걸리는 거야 어 오 꼬질꼬질 지저분한 내 모습 그녀에게 들키지 말아야지 하면 벌써 저쪽에서 그녀가 날 꼭 어이없이 바라볼까 
- DJ DOC ‘머피의 법칙’의 가사 中
늘 지나치던 노선의 버스도 막상 타려고 하면 보이지 않고, 마트에서 짧아 보이는 계산대의 줄에 재빨리 서면 항상 다른 계산대의 줄이 먼저 줄어들곤 합니다. 이처럼 잘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경우,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머피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항상 남들에겐 쉽게 풀리는 일들이 내게만 계속 꼬일 때, 나쁜 일이 하필 최악의 순간에 동시 다발적으로 몰려올 때, ‘우린 안될거야, 아마’로 정리되는 패배주의 가득한 한숨과 함께 지난날의 여러 부주의했던 일들에 원인을 돌리곤 합니다. 모든 일들의 원인을 규명하고 의미를 찾거나 부여하려는 노력은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일이겠죠.

<시리어스 맨>의 주인공인 래리는 물리학을 강의하는 평범한 교수입니다. 재직 중인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것 외엔 별다른 활동도 없고 그저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진급을 걱정하지만, 정작 집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도 못 받고 살아가는 불쌍한 가장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부턴가 하나 둘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영어가 서툰 한국인 학생이 찾아와 대뜸 성적을 대가로 뇌물을 주고 사라지는 사건을 시작으로, 이웃집 남자가 계속 래리의 마당을 침범하고, 어떠한 징후도 없이 그의 아내는 갑자기 이혼을 통보합니다. 잘될 것만 같았던 자신의 재직권 심사도 몇 통의 투서와 함께 미궁 속으로 빠지고, 아들과 딸, 그리고 동생은 점점 더 통제불능의 존재들이 되어갑니다. " I haven't done anything... "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그에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된 걸까요?

래리는 갑자기 닥쳐온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제 불능의 상황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해보지만,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악재와 예상치 못한 사고가 겹치는 ‘머피의 법칙’으로 인해 결국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학생들 앞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를 칠판 가득 장황하게 적어가며 설명하던 물리학자 래리는 정작 자신에게 닥쳐온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의미도 제시할 수 없음에 절망합니다.

결국 래리는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기막힌 우연들이 주는 의미를 찾기 위해 세 명의 랍비를 찾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랍비들도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합니다. 그들은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래리에게는 모든 사건들이 모두 의미를 가지고 원인이 있는 ‘심각한’ 사건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심각해지지 말라는 랍비의 답에 만족하지 못한 채 그는 다시 상황에 맞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문제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만 갑니다.

유대교의 교리를 충실하게 지키며 살아가려 했던 진지한 사람인 래리는 결국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친 그가 우연히 피게 된 마리화나 한 개피로부터 모든 일은 다시 갑작스럽게 술술 풀리기 시작합니다. 우연을 우연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나의 과제로서 해결하려고 했던 그의 관념을 내려놓음으로서 모든 사건들이 풀리게 되는 것은 결국 원인이 자신의 밖이 아닌 바로 래리 자신에게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머피의 법칙’은 사실 시간적으로 단순히 앞선 사건이 나중에 일어나는 사건의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인지적 오류라고 합니다. 이러한 오류는 사람들이 모든 현상의 원인과 의미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으로 논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거짓 원인의 오류’라고 합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가득한 삶에서 매사에 원인과 의미를 찾으려는 진지함 대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조금은 가벼운 자세도 ‘인간다움’을 향해 가는 또 다른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옥준희 (경제·07) / 멀티미디어센터 영화클럽 ‘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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