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만나고싶었습니다
위기의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 유승오 기자
  • 승인 2011.11.20 23:29
  • 호수 156
  • 댓글 0

대한민국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그곳엔 임금님과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을 하나로 생각하던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의 정신은 없다. 최근 일부 학생들의 무례한 행동에서 비롯된 갖가지 사건들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지금 교육계를 이끌고 있는 ‘386세대’조차 가히 ‘충격’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무리 맑은 연못이어도 미꾸라지 한두 마리가 결국 그 물을 더럽히게 된다. 여기에 슬픈 이야기 하나 더. 이 미꾸라지를 걸러낼 만한 그물망 하나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학생인권조례(아래 조례)라는 돌 아래 숨은 이 미꾸라지들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말로만 존재하는 벌점제와 눈 뜨고 코 베이는 선생님들, 그리고 ‘원칙에 따라’ 자유를 외치며 나날이 사나워지는 학생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 요즘 대한민국 교육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출처 네이버 블로그
(http://cafe.naver.com/lovemous.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100&)

왜 최근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불손한 행동들이 유독 자주 일어날까? 물론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겠지만, 아이들이 엇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비해 사회 전반적으로 예절 교육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뚜렷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사회에서 된 사람보다 난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결국 능력 위주의 교육과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바로 이 점에서 영어유치원의 선풍적인 인기를 재조명하려 한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추세가 뚜렷해지는 지금, 학부모들은 국제화 시대 속에서 아이들이 보다 유창한 영어실력을 겸비하길 바라는 동시에 가정에서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도맡아 줄 대중 교육시설을 기대한다. 학부모들의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에 영어유치원은 안성맞춤이다. 이 때문에 그 수요는 나날이 증가한다. 혹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TV유치원 하나 둘 셋』이나 『뽀뽀뽀』를 시청해본 적 있는가? 우연찮게 이 방송을 시청한 나는 이 프로그램들에서 어린 시절의 향수는 느낄 수 없었다. 영어 교육프로그램으로 변한 『TV유치원 하나 둘 셋』과 『뽀뽀뽀』는 낯설기만 했다.

▲ TV유치원 하나둘셋의 파니파니 사진. 출처 KBS.

학부모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방송사가 이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유연성을 보여준 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런 대세로 어느덧 가정교육에 모국어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한 언어의 입지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해당언어의 문화 역시 영향력을 잃게 된다. 이런 변화 속에 아이들이 그들의 언어에 담긴 ‘자유’를 열망하는 문화만 배우게 된 것 같아 아쉽다. 영어로 말하면 아이들은 선생님들에게 “선생님, 연필 좀 빌려주세요”가 아니라 "Teacher, please give me your pencil"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학생 자신들조차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교육에는 가르치는 ‘당신’(you)들만 있을 뿐 가르치는 ‘선생님’(teacher)들은 없다.
분명 잘못됐다. 학생들이 자칫 선생님을 가볍고 우습게 여길 수 있다는 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방법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훈육하는 방법으로 체벌을 들 수 있다. 단 ‘체벌 없는 학교’를 향한 교육환경 개혁을 골자로 지금의 과도기적인 특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체벌이 최선의 교육은 아니다. 하지만 미꾸라지 같은 아이들에게조차 체벌이 원천 봉쇄된 것은 시기상조다. 이는 학생들에게 ‘자유’만 있고 ‘책임’은 없는, 학생들의 ‘인권’만 있고 교사들의 ‘인권’은 없는 괴상한 교육환경을 초래했다. 선생님에게 손찌검하는 데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 아이들이 훗날 사회인이 됐을 때, 그들이 ‘학교’*에 갈 확률을 예상해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인권조례를 발표하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출처 뉴시스.

진정한 민주화 시대를 지향하는 변화에서 분명 그 기반이 되는 교육 역시 변화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교사와 학생이 ‘21세기형 신(新)멘토-멘티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책입안자들은 변화의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강박관념에 급급해 ‘불도저’식으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장기간 시행착오를 겪고 점진적으로 보완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현시점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되, 학생들에게 ‘책임’의 중요성도 분명 제시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의 인권 역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로 탈바꿈하길 소원한다.

* 학교: ‘교도소’를 부드럽게 표현하는 은어.

유승오 기자 steven103@yonsei.ac.kr

유승오 기자  steven103@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