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윤성현 /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 한국, 2010
일시 : 11월 15일(화), 16일(수) 오후 6시 10분
상영장소 : 학술정보관 2층 멀티미디어센터 내 미디어감상실
상영시간 : 117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소년이 있습니다. 그 소년의 이름이 기태(이제훈)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쯤 지나서입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기태의 아버지(조성하)는 직접 사건의 실마리를 풀러 아들의 친구들을 찾아 나서지만 왠지 아이들은 진실을 말하길 꺼리는 듯합니다. 다들 자신은 기태의 죽음과 관련이 없거나 잘 모르는 일이라며 다른 친구의 번호를 건네죠. 그 모습들이 어딘가 의뭉스럽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세 명입니다. 죽은 아이 기태와 그의 친구 희준(박정민)과 동윤(서준영). 한명은 괴롭히는 아이이고 또 한 명은 괴롭힘 당하는 아이, 나머지 한명은 중재자쯤 되는 녀석입니다. 이쯤 되면 으레 사람들은 괴롭힘 당하는 아이가 괴로움을 참다못해 자살을 했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하겠지만, 곧 그 편견은 깨집니다. 죽은 아이는 괴롭히던 아이 기태입니다. 영화 『파수꾼』은 그렇게 세 친구가 서서히 어긋나는 순간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또래 집단 간에 형성되는 권력자와 하수인들의 관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파수꾼』은 얼핏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말죽거리 잔혹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인물들처럼 한쪽이 다른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군림하고 또 복종하는 관계만을 그리고 있냐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기태도 실은 희준에게 친구로서의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세 친구는 자신들만의 아지트인 폐역사에서 야구를 즐겨 하고, 다 같이 월미도로 여행을 가는 등 행복한 추억을 공유하기도 하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자기들끼리 조용히 눈짓을 주고받거나, 어린 마음에 질투를 부리거나, 괜히 모진 말을 뱉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세 친구의 관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희준을 향한 기태의 행동은 본심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엇나가기만 합니다. 다른 아이들마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은 위기의식 속에서 그의 치기어린 광적인 행동은 점점 통제 불가능해져 갑니다. 기태의 괴롭힘을 참다못한 희준은 결국 전학을 가고 기태는 끝내 자신이 믿었던 친구 동윤에게서도 외면당하고 맙니다.

 

 

사실 우리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자기들만의 사회, 공고한 관계 그런 것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요.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소하고 유치한 문제들이 정서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고, 또래들끼리의 관계가 매우 치명적으로 다가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기태가 어린애처럼 동윤에게 묻습니다. 그건 꼭 사춘기가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언제고 맞닥뜨리게 되는 물음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 전반에 걸쳐 왜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밖에 말하지 못했는지, ‘그런 식으로’밖에 행동하지 못했는지 들여다보고 기태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는 어떤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했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그의 죽음이 무엇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않죠. 애초에 영화가 죽음의 의미가 그렇게 단순하게 규정지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겁니다. 단순히 누구는 가해자, 누구는 피해자라고 분명하게 결론 내리는 대신에, 영화는 세 명의 입체적인 인물을 그려냄으로써 오히려 설득력을 획득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사실 복수를 다룬 이야기라 할지라도 ‘내 아버지의 원수니까 너는 죽어야 돼’ 같은 건 재미가 없죠. 그 이유가 외적으로 너무 거대하지 않으면서 내적으로는 공감이 되는 것. 그래서 기태의 그 충동적 선택이, 그렇게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마음이 이해가 되도록 만듭니다. 어찌 보면 죽음이라는 선택이 과장됐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장됨이 인간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요. 공고해보였던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오는 외로움과 공포. 엄마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결핍감. 인간이기에 대부분이 겪는 각자만의 내적인 트라우마와 요동은 한 아이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끔 만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순간과 순간, 손짓과 발짓, 눈빛과 눈빛 같은 디테일 역시 파수꾼에서 놓쳐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이런 작은 디테일들은 작은 틈에도 세상 전부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던 사춘기 시절의 여리고 위태로운 감성을 고스란히 불러옵니다. 어떻게 보면 우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이 영화가, 그럼에도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정서나 대사들 때문일 겁니다. 극 중반부로 치달을수록 다큐멘터리인지 극인지 헷갈릴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극단으로 치달으면서도 과장됨이 없고, 오히려 차분히 귓속말하듯 이야기하는 영화 『파수꾼』. 보고나서 한참동안 먹먹해지는 건『파수꾼』의 그런 담담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수꾼』은 11월 15일 화요일과 16일 수요일, 오후 6시 10분에 학술정보관 2층 멀티미디어센터 내 미디어감상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안효림(사회·08) / 멀티미디어 센터 영화클럽 '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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