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연세춘추」에서 실시했던 원주캠 총학생회(아래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냉담했다. 1천36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75%가 총학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같은 면에 다뤄졌던 기사에서 신촌캠 총학이 42%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수치다.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학생여론 미반영과 학생복지 개선이 미흡했던 부분을 부정적 평가의 이유로 꼽았다. 공약 이행률만 보더라도 20%에 그쳤다. 또한 학내사안에 있어서 국제캠과의 중복학과 논란, 학생식당 가격 인상, ‘어울샘 헌터’사건*에 이르기까지 학내 여러 사안에 대한 총학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기자는 특히 ‘어울샘 헌터’사건을 취재하면서 이 문제가 학생들의 위생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음에도 ‘사장과 직원사이의 일이므로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라는 총학의 태도에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폭행사건에 총학이 연루되기도 했다. ‘그렇게’ 한 해동안 총학은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원주캠 커뮤니티 ‘연필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그렇게’ 학생들의 마음은 돌아서고야 말았다.

‘천치대학생’이 보여준 힘

“‘천치대학생’은 ‘반값등록금’이 자신들의 연금을 당겨쓰는 건 줄도 모르고 트위터나 날리며 청춘을 보낸다”

10월 24일자 「동아일보」칼럼에서 김순덕 논설위원은 ‘천지대학생’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트위터에서는 “헛똑똑한 논설위원이 헛소리나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누리꾼들의 비난과 비아냥이 잇따라 퍼져나갔다. 그리고 지난 10월 26일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천치대학생’이 폭풍 트윗을 날리며 투표소로 향하는데 이 글은 도움이 됐다. 그 결과 야권 단일후보였던 박원순 후보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7.2%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선거 분석결과 20~40대의 유권자는 그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대박이라고요? 장관님, 정신차리세요

“10월 취업자 증가 수치가 마(魔)의 5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신세대 용어로 실감 나게 표현하면 ‘고용 대박’입니다”

지난 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미소를 띤 채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대해 설명했다. 대졸자 세명 중 한명 이상이 놀고 있음(2010년 기준 우리나라 고용률은 63.3%)에도 정부는 실업률이 2.9%라며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정부는 ‘학력차별 철폐’를 주요 공정테마로 내세웠고 기업은 고졸자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일, 70만 수험생들은 대학이라는 ‘멍든 상아탑’을 향해 수능을 치렀다.

「조선일보」가 지난 9일 20~40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24.5%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0대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보다 방송인 김제동씨와 영화배우 김여진씨를 더 신뢰한다.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러한 결과로 나타나기까지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젊은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살인적인 등록금 앞에서 ‘그렇게’ 반값등록금을 외쳤다. 동시에 정부가 발표한 ‘실업률 2.9%’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 수치 앞에서 대학생들은 ‘그렇게’ 그들이 마주한 불투명한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대학생들의 표심은 돌아서고야 말았고 위의 여론조사와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심판된 것이다.

미워도 다시한번? 과연……

지난 25대 총학선거에서는 이번 총학이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던 상대 선본을 98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기면서 당선됐다. 이러한 결과의 결정적인 요인은 그들에게 있어 ‘여당’에 해당하는 ‘정경대’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부터였다. 하지만 이번 총학의 평가에서 나타나듯이 학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등 돌린 표심은 냉정하다.
곧 26대 총학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보여줬던 표심의 경향을 미뤄 보면 우리캠퍼스에서도 ‘여당’의 힘이 여전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학내에 ‘안철수’와 같은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말이다. 다음 총학에는 한 해 동안 처리하기엔 무리한 공약들을 섣불리 내세우는 것이 아닌 진정 학생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꾼이 뽑히길 기대해 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줬던 대학생의 판단력을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보여줘야 할 때다.

*한 어울샘 직원이 노사 간의 복잡한 문제로 인해 어울샘의 위생문제와 사장의 소양문제를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슈화시킨 사건

정현정 기자 burn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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