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월이다. 주변에서는 이제 곧 천년에 한 번 온다는 2011년 11월 11일,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벌써부터 야단이다. 거기에 조금 더 기다리면 크리스마스가, 연이어 올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이 다가온다. 남들은 깨가 쏟아질 시기에 싱글인 연돌이는 올 겨울이 유난히 춥다. 결국 친구에게 조르고 졸라서 이화여대 1학년 이화연(20)씨와의 소개팅을 얻어낸 연돌이. 하지만 막상 소개팅 날짜가 다가오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제 고민할 필요 없다. 불안해하는 연돌이를 위해 김춘추가 나섰다, 연돌이의 성공적인 소개팅을 위해 소개팅의 달인 김춘추가 신촌의 낭만적인 소개팅 코스를 소개한다.

첫 번째 코스: 까르보나라 소스와 치킨의 만남, ‘뿔레치킨’

김춘추가 소개할 첫 번째 코스는 ‘뿔레치킨’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느끼한 까르보나라 소스와 기름진 치킨의 만남이 다소 엉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파와 닭의 만남이 파닭 열풍을 만들어 냈듯이, 뿔레치킨에서도 예상을 뛰어 넘는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신촌에서 뿔레치킨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물이다. 그렇지만 골목 깊숙이에 숨어있기 때문에 미리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놓아야 한다. 방심하고 갔다가는 처음보는 소개팅녀와 신촌 골목을 헤매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헤매지 않고 도착하더라도 저녁 7시쯤에 가게 되면 줄을 서서 기다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개팅녀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을 피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아늑한 카페 같은 분위기의 인테리어는 긴장된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해준다. 자리는 벽과 붙어 있는 2인용 탁자가 가장 적절하다. 뿔레치킨에는 ‘까르보나라 뿔레’, ‘스윗 칠리 뿔레’, ‘핫 스파이시 뿔레’ 등 다양한 종류의 치킨이 준비돼 있다. 하지만 메뉴판 확인은 형식적인 절차일 뿐, 뿔레치킨에 왔으면 ‘까르보나라 뿔레’를 먹는 것이 정석이다.

 

▲뿔레치킨의 대표 음식, 까르보나라 뿔레

‘까르보나라 뿔레’를 주문할 때는 단품이 아니라 샐러드와 어니언링, 감자칩이 함께 나오는 세트메뉴를 시키는 것이 좋다. 사이드메뉴와 음료는 주문과 거의 동시에 나온다. 아삭한 샐러드를 거의 다 먹어갈 때 쯤이면, 메인 메뉴인 ‘까르보나라 뿔레’가 나온다. 첫 입을 먹는 순간, 크림소스의 부드러운 맛과 매콤한 치킨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궁합을 느끼게 될 것이다. 치킨이라고 해서 먹을 때 너저분해 보일까 하는 걱정도 할 필요 없다. 딱 먹기 좋은 크기의 순살치킨을 사용했기 때문에 소개팅자리에서도 깔끔하게 식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퐁듀처럼 초를 이용해 치킨이 식지 않도록 계속해서 데워주기 때문에 식사하는 내내 따뜻한 치킨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이 갈수록 까르보나라 소스가 졸아 들어가면 더욱 진한 맛과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한 입 두 입 먹으며 대화하는 동안 소개팅 초반의 어색했던 분위기는 조금씩 누그러져 갈 것이다.

두 번째 코스: 분위기 있는 빈티지 카페, ‘토모커피’

김춘추가 소개할 두 번째 코스는 ‘토모커피’다. 뻔한 구조와 메뉴로 가득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소개팅녀에게 식상한 장소일 수 있다. 깔끔한 민트색 외관의 토모커피는 신선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토모커피가 위치한 건물 2층으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하고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토모커피는 신촌도심에 있는 카페이다. 그렇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라 사람들로 붐비는 경우는 없다. 덕분에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두 사람이 주변의 소음으로 대화를 방해받을 일이 없다. 또한 토모커피의 빈티지한 인테리어는 사람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둘은 잠깐이나마 쉼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의 진동소리에서 해방돼,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3층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나무, 책, 인형, 전등 같은 소품들로 조화롭게 꾸며져 있었다. 시한폭탄 같은 알람기계가 왱왱 울리면 주문한 것을 받으러가야 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토모커피에서는 자리에서 그저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씁쓸하지 않은 부드러운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핫초코를 홀짝이며 둘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메리카노와 핫초코, 허니버터브레드

 

세 번째 코스: 잔잔한 라이브 음악과 함께 즐기는 칵테일, 피아노 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칵테일 한잔을 할 수 있는 그 곳. 그렇다. 김춘추가 연돌이에게 마지막으로 소개해줄 곳은 ‘피아노바’다. 앞의 두 곳에서 무르익은 분위기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곳이라고 보장한다.
다른 바들과 마찬가지로 수입맥주, 칵테일 등이 이 바의 주 메뉴이다. 게다가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알콜 칵테일까지 있어,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술 때문에 얼굴이 붉어질 이유가 없다.
음료도 다채롭게 준비돼 있지만, 피아노 바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즉흥 피아노 연주에 있다. 바에 있는 피아노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방문하는 이들 모두가 피아노 바의 분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거기에 은은한 촛불과 아름다운 색과 향의 칵테일 한 잔이면 더 이상 걱정할 것이 없다.
만약 좀 더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연주자 옆에서 노래를 할 수도 있다. 사전에 피아노 바 관계자와 이야기가 돼 있다면, 그녀에게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

<뿔레치킨 이용안내>
위치: 신촌역 1번출구에서 직진, 기업은행 골목에서 우회전 뒤, 그린마트 골목에서 좌회전 30m
이용시간: 낮 3시~새벽 1시
메뉴: 까르보나라 뿔레(단품 1만 6천원/세트 2만 1천원), 브로콜리 까르보나라 뿔레(단품 1만 7천원/세트 2만 1천원), 스위트 칠리 뿔레(단품 1만 6천원/세트 2만 1천원), 오리지날 뿔레(2만원), 핫스파이시 뿔레(2만원), 오렌지 두 뿔레(2만원)
※오리지날 뿔레, 핫 스파이시 뿔레, 오렌지 두 뿔레는 단품, 세트 구분없이, 식사에 샐러드와 어니언링, 감자칩이 포함돼 나온다.
문의전화 : 1544-9958

<토모커피 이용안내>
위치: 신촌 명물거리 크리스피크림 골목으로 직진, 못된 고양이 있는 건물 2층, 3층
이용시간: 아침 11시~밤 11시
메뉴: 커피, 생과일주스, 티 등 다양한 종류의 음료와 와플, 케이크, 허니브레드 등의 디저트류
문의전화: (02)313-5077

<피아노 바 이용안내>
위치: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홍대방면으로 올라가다가 현대증권과 기업은행 사이의 골목길로 들어가서 2층을 바라보면 하얀 간판으로 Piano Bar라고 쓰여 있음
이용시간: 아침 10시~저녁 7시는 카페, 이후에는 라이브 바로 운영
메뉴: 칵테일, 와인, 양주, 맥주 등 각종 주류와 다양한 안주들. 술을 잘 못 마시는 이들을 위한 무알콜 칵테일도 있다
기타: 저녁 9시 이후에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므로 너무 일찍 가면 조금 기다려야함. 신청곡도 받으므로, 미리 준비해가면 더욱 좋다
문의전화: (02)323-8023/8004

김춘추의 소개팅 공략집은 여기까지. 외로움에 지친 모든 연돌이들이여, 김춘추의 조언을 충실하게 따라왔다면 모두들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소개팅 문제로 고민하지 말고, 미래의 여자친구에게 어떤 빼빼로를 선물해줄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보자.

박일훈, 박진영, 전성호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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