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미남과 가난한 노래쟁이의 한판대결. 어제 본 티비 쇼(TV SHOW) 얘기로 아침일과를 시작하는 여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이었다.-시즌2
하지만 이번 티비 쇼는 다수의 노래쟁이들만이 그득그득한 심심한 시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저 그랬던 한 노래쟁이가 해외파 미녀라는 기사들로 가공됐다. 미녀라고 인식하지 못 했는데 주위에서 반복적으로 (그리고 강제적으로) 의식을 심어주니 미녀다. 그리고 그 주위 남성 노래쟁이들은 순식간에 쟁탈전에 들어갔다. 스토리가 완성됐다.-시즌3


편 가르기와 그들의 격돌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싸움구경’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분할과 대립. 이 때문에 오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 2부작 대전(大戰)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바다. 앞서 얼마 전에는 수도 서울의 미래 2년 6개월을 걸고 리허설을 가졌다. 부끄럽게도 기자는 잘 몰랐던 유명인이 갑자기 튀어 나왔고, 순식간에 보수와 애매하게 성향이 짬뽕된 진보의 대립구도가 완성됐다. 누가 나누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2,30대와 5,60대는 강제적으로 한쪽의 성향을 갖게 됐다. 애매한 40대는 승리의 방향키를 움켜쥔 넥타이부대로 거듭났다.
이미 뿌리깊이 내린 분단의 선을 가운데에 두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면 ‘꼴보수’가 되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면 ‘빨갱이’가 되는 상황이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본 게임에 사람들은 엄청난 관심과 호응을 쏟아 부었고, 이는 지방 선거쯤은 애들 다툼 수준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건 겨우 리허설에 불과하다.
오는 2012년에 열릴 2부작 대전(大戰)에서는 더 엄청난 스토리가 펼쳐질 예정이다. 편을 가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각기 다른 성향들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편을 물리치겠다’는 하나 된 마음으로 눈물 나는 우정을 보여줄 것이다. 사람들이 눈 돌리는 공간마다 싸움을 부추기는 말들로 가득할 것이고, 거리에는 그네들의 대형 군악대 드럼소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질 것이다. 본 게임 역시 역대 어느 선거보다 화려할 것이다.
그들이 왜 싸우는지, 싸워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사람들은 잊었다. 심지어 싸우고 있는 그들조차 잘 모르고 있다. 이제는 때가 되면 스토리를 시작하고 친한 척하고 낮은 위치에 자리 잡은 척하는 것이 만성이 됐다.
선거에도 ‘악마의 편집’을 도입해 편 가르기와 대립으로 ‘퍼펙트한’ 스토리를 완성시킬 필요가 없다. 시청률 높은 한 편의 티비 쇼를 만들기보다 자신들이 행하는 목적의식을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스토리는 필요 없다.

 

서동준 기자 bio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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