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훈·나승훈, 『놓지마 정신줄』

‘놓지마 정신줄’

패션 유행, 웃기는 면이 있다. 패션 ‘거물’들끼리 모여서 ‘내년쯤에는 어떠어떠한 걸 유행으로 하자’라고 회의를 해서 미리 유행 스케줄을 짜놓는 거다. 세계색깔협회(?)같은 것이 있어서 유행할 색깔도 미리 정해놓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구멍이 숭숭 뚤린 니트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그때 명동의 모 백화점 명품관에서 구멍이 뻥뻥 뚤린 삼백만 원짜리 티셔츠를 보고 턱이 빠졌었고, 이게 바로 메이커의 방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미 권위 높은 명품이란 그렇게 자기 방식을 대중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브랜드 파워를 의미한다. 그 구멍 뻥뻥 뚫린 거지 티셔츠, 다들 욕하면서 잘들 사가더라.

우리나라에 시트콤이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었을까. ‘하이킥 시리즈’는 원래 명실상부 시트콤계에 새로운 역사를 쓴 가족 시트콤의 명품이었다. 마음 놓고 봐도 안타는 치는, 꽤 볼만한 시트콤이었다. 그 탄력을 받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시작한 시즌3는... 안타깝고 안타깝다. 이젠 지겨운, 전 시즌과 너무 닮은 캐릭터와 웃긴 건지 부담스러운 건지 확신서지 않는 악쓰는 대사. 그리고 왜 여기 나오는 학생들은 다들 그렇게 꽃미남 꽃미녀에 꽃청춘인것인지.... 두 시즌의 큰 성공에 마음 놓고 구멍 뻥뻥 낸 티셔츠 같은 시즌을 만들어 낸 느낌이라면 너무한 말인가?

윙키는 안타까운 마음에 하이킥 관계자 여러분께 ‘놓지마 정신줄’을 강추한다. 정신줄 놓게 재밌는 웹툰이니 통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놓지마 정신줄’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들이 정신줄을 제대로 놓아버리는 데 있다. 윙키의 달리는 표현력에 한계를 느끼며 백문이 불여일견, 그림으로 보여주겠다.

 

 

그래. 이왕 배고프면 저렇게 눈깔 뒤집어지게 먹어주고, 벽을 부숴버릴 땐 헐크처럼 난장판을 만들어버리는, 정신줄 제대로 놓아버리는 캐릭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시트콤을 개그콘서트로 만들려는 건 아니지만 이런 한 방이 없으니까 좀 섭섭하다. 예쁜 캐릭터들의 밍숭맹숭한 시추에이션보다 이런 한 방도 나쁘진 않을 텐데 말이다.

또 하나가 있다면 ‘주제’다. 연출가가 야망을 크게 가진 것 같다. 시트콤을 통해서 사회 문제의 단면을 제시하고자 함이 보인다. 코딱지 크기의 단칸방에 사는 고시생, 선생님의 체벌에 눈 깜짝 안하고 신고해버린다는 학생들. 그런데 이게 지나치면 웃기지도 않고 주제 전달도 부담스럽다. 사실 하이킥3 시즌이 처음 시작할 때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면면이 보여서 개념 찬 시트콤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게 웃기지도 않고(아주 중요한 문제니 간과할 수 없다. 목적이 웃기기 위한 장르 아닌가!) 주제도 무겁게 축축 늘어지니 즐거움이 점차 반감된다. ‘놓지마 정신줄’은 주인공들이 정신줄 놓은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재미를 주는데, 한 회에 주어진 메시지나 주제가 공감이 쉽고 어렵지 않은, 그러나 결코 가볍진 않은 것이라 적절하다.

 


사회문제만 문제가 아니다. 일상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적절하게 웃음 코드로 승화시키는 것은 ‘웃기기 위한 장르’ 즉 웹툰이나 시트콤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지붕도 뚫는, 거침없는 하이킥이 우리 곁에 돌아와 역습의 영광을 노리고 있다. 애청자로써 좀 더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시트콤을 기대하며 ‘놓지마 정신줄’ 강력 추천한다.

윙키의 추천 외화 시트콤 - 모던패밀리(Modern Family)

 

 

윙키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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