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노, 『마팔다』

*4컷 단편만화입니다. 8권까지 한국에서 출판됬으며, 베스트 모음집도 있습니다. 사실 전 베스트 모음집만 사고 5,6,7,8권만 어찌어찌 빌려서 봤어요. 1,2,3,4권은...... 죄송합니다. 흑

어른의 글로 설명하기에는 이 책의 아이들의 말들이 너무 위대하고 귀엽다. 아래들을 보자.

 


얘는 수자니따이다. 부유하고 멋진 남자와의 결혼과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바라는 아줌마스러운 아이이다. 그리고 자기 안의 아줌마를 소신껏 말해대는 아이이다. 이 컷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바로 이것은, 예수조차도 쌈싸먹는 아이의 현실감각, 상상력, 매서운 논리력. 다음을 보자.

 

 


얘가 만화의 주인공 마팔다이다. 층층히 쌓여있는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칼날같은 통찰을 갖다주는 진정한 선지자, 그리고 탐구자. 매일 신문과 뉴스를 보면서 지구본과 친구하는 비범한 아이. 어른들도 말하기 싫어하는 베트남 문제에 대해서 부모님에게 매우 집요하게 물어본다. 그리고 스프를 혐오한다. 보다보면 ‘존나좋군?’과 ‘아 레알 얘 천재...’등의 감탄사가 정말 나온다. 게다가 복실복실한 머리가 느껴질정도로 정말정말 귀엽다.

 

마팔다도 자기 동생에게는 속수무책이다. 이 아이는 기셰. 자그마치 두 살이며, 4권까지는 태어나지도 않는다. (사실 얘가 좋아서 5,6,7,8권을 봤어요.) 마팔다도 얘 앞에서는 꼰대일 뿐이다. 어른인 척 하지 않으려는 이도, 어른인 척 하지 않는 이도 누군가에게는 어른일 수밖에 없고 꼰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른이니 적어도 조심은 하자고 다짐해본다.


 

   
   
   


제일 위는 펠리페이다. 우등생이지만 우유부단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모범적이고 바른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하나뿐인, 조금 귀여운 아이이다. 밑의 아이는 마놀리또이다. 슈퍼집 아들이며 돈과 소비자 우롱에 매우 밝다. 그대신 공부에 전혀 밝지 못하다. 맨 아래는 미겔리또이다. 철학자이자 몽상가. 저 말들, 얼마나 실존적인가!

어른이 되면서 잃는 것들. 어른이 되고 싶은가?


어른이 되는 것은 좋은 것인가. 나이를 먹으면서 갈수록 찌질해지는 나, 너, 우리들에게 마팔다는 똥침을 놓는다. 동정하는 것같은 기분도 든다. 어려운 것은 어른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어른들에게도 한방을 먹인다. 저들이, 크면 어떻게 될까.
무섭다. 아니, 무섭게 될 것 같아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머지않아 자기들이 그렇게 찔러댔던 어른들과 크게 다르게 될 것 같지가 않아서. 이 만화에서는 애들이 커가고 있다는 힌트가 전혀 없다. 더구나 연재가 1973년에는 끝났기 때문에 이들이 나이를 더 먹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종이 속의 우리들은 나이를 먹는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이 아이들의 말이 어른들에 대한 조롱이라기보다는 천천히 죽어가는 어른들에 대한 조사(弔辭)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조사는 언젠가 어른이 돼서 천천히 죽어갈 자신들을 위한 말이기도 하다. 무서워라.
하지만 애들은 귀여우니 벌써 안 귀여워진 대학생들보다는 늦게 늙고 늦게 죽으리라. 그 동안 어린이들이 이 어린이정신(아니다, 날카로운 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빌어주자. 그리고 이들을 어른으로 만들려는 나쁜 어른들은 마팔다에게 한소리 듣고 정신을 차리자.


*다음은 고우영의 ‘수레바퀴’로 계속됩니다.

 

심심풀이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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