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2월, 국제캠의 ‘아시아지역대학 설립’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면서 중복학과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원주캠 동아시아국제학부(아래 EIC)는 문제를 제기해, 아시아학부 설립을 주도한 프로젝트팀으로부터 “사회과학분야를 다루고 있는 EIC와 달리 아시아학부(아래 ASP)는 인문학에 관련된 교과과정을 구성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4월 7일 교무회의에서 테크노디자인아트대학 기획서가 발제됐고 11일, 국제캠퍼스에 테크노아트학부(아래 TAP)가 신설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후 원주캠 교수들이 문제를 제기해 TAP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문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난 4월 30일, 신촌캠 입학설명회에서 TAP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과, ASP는 동아시아의 사회, 경제, 경영, 문화를 배우는 학과라고 소개됐다. 이에 원주캠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를 구성하고, 5월 4일 묵언시위퍼포먼스에 이어 5월 11일 신촌캠에서 상경집회를 가졌다.




비대위는 상경집회 이후, 김한중 총장과 면담을 가졌다. 비대위 측은 총장이 이 자리에서 비대위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비대위의 요구조건은 △YISD-TFT* 해체 및 새로운 TFT 구성 △‘2011 입학설명회’ 리플릿과 홍보책자 내용 수정 △국제캠퍼스에 신설되는 모든 전공은 기존의 학과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 △국제캠퍼스 신설전공 TFT 정보제공 및 공유 등이다.

교육과정이 변경된 TAP는 입학 후 세 가지 과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구성된다. 세 가지 과정은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Information&Interaction Track △생활환경을 디자인하는 Service Design Track △문화컨텐츠를 디자인하는 Culture Technology Track로 구성된다. 이에 대해 비대위원장 한호(디자인/경영·05)씨는 “디자인은 조형교육을 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원주캠 디자인학과와) 다른 방향”이라면서도 “아직 평가하기는 애매하고 세부트랙 커리큘럼과 과목명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TAP의 교육과정과 원주캠 디자인학부의 교육과정의 차이에 학생들은 회의적이다. 유아무개(디자인·05)씨는 “현재는 두 학과의 커리큘럼이 약간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디자인이라는 과의 기본 성격상 앞으로 두 학과 간에 겹치는 부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ASP는 인문학관련 분야를 다루고 EIC는 사회과학분야를 다루어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고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ASP의 교육과정에 1,2학년은 아시아지역의 문화, 역사, 철학 교육을 받고 3,4학년은 아시아지역관련 주제 중심의 융합교육을 통해 전문지식을 축적한다고 나와 있다. 3,4학년 과정에서 ‘한국관련 주제에 관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학제적 교육을 실시한다’는 말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해 EIC학장 이인성 교수(정경대·비교정치/지역연구)는 “사회과학분야의 전공을 개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관련 주제에 대한 과목 일부를 개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캠은 EIC를 국내 최초의 동아시아 관련 학과라고 홍보해왔다. 그러나 국제캠에 ASP가 신설되면서 EIC의 특성화는 빛을 잃게 됐다. 김홍기(EIC·11)씨는 “EIC 진학을 결정할 때, 특성화된 학과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러한 장점이 사라지면,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의 관심이 국제캠 신설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한 동아시아관련 분야는 다른 학문에 비해 폭이 좁아 채용할 교수의 수가 적다. EIC 학생회장 이혜령(EIC·07)씨는 “ASP가 신설되면 교수채용과 같은 상황에서 캠퍼스 간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EIC는 아시아학부와 협력을 통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EIC 학생들과 ASP 학생들이 정규학기에 타 캠퍼스에서 열리는 비중복 과목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양 학부는 과목과 교수의 교류로 방대한 학문적 교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이미 합의된 사항이며 앞으로 행정적인 절차가 준비될 예정이다. 이러한 교류에 대해 이 교수는 “과목, 교수 및 수강교류를 통해 현재 각 캠퍼스간 교류의 벽을 깰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부정적 견해도 있다. EIC학생회장 이씨는 “교류가 이뤄진다는 것에 호의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현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국제캠에 신설된 글로벌융합공학부의 에너지환경공학과 원주캠의 환경공학부의 친환경에너지공학이 중복된다고 지적된 바 있다. 글로벌융합공학부에 속해있는 에너지환경공학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다양한 에너지 하베스팅이나 저장기술 및 친환경 분야에 대해 교육한다. 이에 대해 전경원(환경공학·07)씨는 “과 특성상 기초·공통과목이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세부적인 커리큘럼에서도 겹치는 분야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공학부 회장 우상기(환경공학·07)씨는 “부총장 면담에서 국제캠의 진행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주캠의 중복학과 반대투쟁에 대해 비난적인 여론도 있다. 오아무개씨는 “학과가 중복된다고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사학과라도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원장 한씨는 “문제가 된 것은 중복학과지만 신설학과가 체계적인 준비 없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학교 측은 간담회를 통해 “신촌캠의 단과대 중심으로 국제캠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과대가 국제캠으로의 이전을 거부함에 따라 다른 방법을 찾던 중 각 학과의 인원절감으로 신설학과를 만들 계획을 세우게 됐다.

아직까지 원주캠은, 국제캠의 구체적인 교육과정이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비대위원장 한씨는 “다음 해 교육과정이 제대로 나온 이후에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기수 원주부총장은 “중복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안 만드는 것만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중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표출로 원주캠퍼스 관련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안된다는 것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YISD-TFT : Yonsei international School of Design Task Force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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