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적 지위로 얻는 이익, 학생과 함께 공유해야

“한 번은 출금하려고 백양로를 한참 걸어 학교 밖까지 나갔다 온 적도 있어요.” 국민은행을 이용하는 전영선(철학·11)씨는 교내 자동인출기의 대다수가 우리은행이기에 불편을 겪고 있다. 학생인 전씨에게는 출금을 할 때 부과되는 수수료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느껴진다. 우리은행이 아닌 타은행을 이용하는 연세인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불편을 감수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도 우리은행 저기도 우리은행

우리대학교 신촌캠퍼스에는 총 49대의 자동인출기가 있다. 이 중 우리은행이 42대, 하나은행이 4대, 우체국이 3대로 우리대학교와 주거래처인 우리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외에서는 자유롭게 은행을 선택해 자신이 원하는 은행과 거래를 할 수 있지만 교내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인을 포함해 가족들 모두 농협을 이용한다는 배현지(교육·10)씨는 “우리대학교에서 농협 카드를 사용하면 매번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용돈을 한꺼번에 인출해 현금으로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에 박기영 교수(상경대·거시경제학)는 “학교 은행시장을 개방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수의 은행들이 진입할 지는 의문”이라며 “원론적으로 보아, 학교가 우리은행에게 독점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만큼 우리은행이 학생들이나 학교에 얼마나 혜택을 환원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증 한 장에 모든 것을 담아

그렇다면 우리은행은 무엇을 제공해주고 있을까. 자동인출기 설치 및 관리운영이 그 첫째다. 총무처 재무·회계팀 유연숙 팀장에 따르면 자동인출기는 초기 설치비로 약 1천850만원, 한 달 운영·관리비로 약 115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를 우리은행에서 부담한다. 유 팀장은 “유지·보수비가 꾸준히 드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주거래 은행이 우리대학교에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연세지점 양대영 차장 또한 “자동인출기는 일일 최소 80건의 거래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나 교내에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기도 다소 있다”며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기기 철수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기능스마트카드(아래 학생증) 역시 우리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학생증 하나 당 1만원의 발급 비용이 들지만 우리은행에서는 신입생 전원에게 무료로 발급하고 있다. 또 우리은행은 학생증과 관련한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출입통제, 전자출결, 대출과 같은 도서관 이용 기능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매 달 1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담당하고 있다. 

고려대에서는 수수료가 무료라니

하지만 자동 인출기 관리와 학생증 발급 및 관리는 다른 학교에 입점해 있는 타은행에서도 거의 공통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그 혜택이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한편 고려대와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2007년부터 고려대와 제휴를 맺고 있는 하나은행과 수수료 무료화를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4월부터 고려대 내의 하나은행 자동인출기에서는 수수료가 면제됐다. 하나은행 고대지점 김진희 직원은 “발급받은 학생증으로 자동인출기를 이용할 때의 출금 수수료는 물론 타행 이체를 할 때도 수수료가 무료”라며 “영업 시간 외에도 무료 혜택은 유지 된다”고 말했다. 고려대 전나래(경영·10)씨 또한 “교내에서는 은행이 닫은 후에도 출금할 때 수수료가 붙지 않아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에는 고려대 40, 41대 총학의 노력이 있었다. 고려대 41대 부총학생회장 박종찬(식품자원경제·00)씨는 “40대 총학 때 수수료 무료화가 처음 실시됐고 41대 때 무료화가 연장됐다”며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을 직접 만나 고려대의 사정을 말하고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총학생회장 정준영(사회·06)씨는 “타행 이체만이라도 추가적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며 “다 같이 지속적으로 고민해 볼 문제”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고려대 하나은행과 달리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양 차장은 “수수료 면제는 은행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라며 “우리은행 역시 형태만 다를 뿐이지 이와 같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는 타대보다 비교적 많은 자동인출기를 유치하고 있다”며 “고려대 하나은행 처럼 적은 수의 자동인출기를 유치한다면 연세대학교에서도 수수료 면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밖에도 하나은행은 고려대에 열람실, 휴식 공간, 휘트니스 센터 등을 갖춘 300억 규모의 하나스퀘어 건립에 130억을 기부하는 등 거액 규모의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이 우리대학교에 무엇을 제공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우리대학교 본부 관계자 역시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특정한 은행이 대학 캠퍼스를 독점해 얻는 이익은 막대하다. 우리대학교 재학생이라면 입학할 때 우리은행 계좌를 만든다. 따라서 우리은행은 입학생 전부를 고객으로 유치하고 미래의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혜택은 크지 않다. 수수료 면제와 같이 학생들에게 조금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혜택이 주어진다면, 우리은행의 캠퍼스 내 독점은 우리은행과 연세인 모두에게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복지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총학의 목소리도 뒷받침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예진 기자
alphagirl@yonsei.ac.kr

자료사진 고대신문, 네이버 지도, 우리은행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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