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기자의 '불'같은 시선

얼마 전 수업시간의 일이었다. 교수는 대통령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멍하니 수업을 듣고 있었던 터라, 갑작스러운 교수의 질문에 고민해 볼 겨를도 없었다. 그 때 하필 교수는 날 지목했다. “여기 앞에 앉은 학생, 뭐라고 생각해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머릿속엔 이명박 정부가 ‘저질렀던’ 수많은 만행들과 그 때마다 내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느꼈던 일종의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일순간, 내 입에선 고민 없이 바로 대답이 나왔다.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이것이 ‘소통’의 사전적 정의다. 사전적 정의에 의거하든, 정의에 얽매이지 않든 이명박 정부는 확실히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그의 소통방식은 일방적이었다. 그는 ‘내 말이 맞으니 따라야 하고, 그것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모두 무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식의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비민주적 태도를 보였다.
예시가 될 만한 사건들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이제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몇 가지 큼직한 것들을 나열해 보겠다. 4대강 사업, 미국과의 굴욕적인 쇠고기 개방 협상, ‘대놓고’ 자행했던 『MBC PD수첩』 제작진 체포, YTN 노조위원장 구속과 같은 노골적인 언론사 탄압까지. 나는 내 감정이 충격에서 분노, 분노에서 실망으로 바뀌어감을 느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화가 났던 것은 이러한 태도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 누구의 반대도 없었던 신경영관 건축이라고? 누가 그래?

그런데 우리대학교에서도 요즘 비슷한 소통의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신경영관 건축에 관한 일이다. 얼마 전 경영대의 신경영관 건축을 두고 교수사회에서 논란이 일었다. 신경영관 건축을 추진했던 학교 본부와 기획실, 그리고 경영대 측에서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밀실행정’으로 모든 일들을 추진했다. 지금 신경영관 건축은 총장의 날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앞으로 지어질 신경영관은 현재 교육대 건물인 용재관 자리에 지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좁은 공간에 지하 3층, 지상 9층의 거대한 규모의 건물을 지어 올린다는 것이다. 중앙도서관의 1.3배 크기라고 하니 그 규모 자체도 가히 위압적이다. 백양로의 끝자락에 이런 거대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학교본부가 그들만의 결정으로 진행할 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백양로의 끝자락에서 Y자로 갈라지는 길목과, 그 가운데 자리한 언더우드 동상은 우리대학교의 상징이다. 이 상징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결정을 학교 측은 너무나 쉽게, 그리고 너무나 빨리 내려버렸다. 기획실은 계획 추진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 대표들과 건설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그 위원회에서는 단 한명도 신경영관 건축에 반대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한다. 의문스러운 점은 신경영관 건축이 알려지자 그에 반대하는 교수모임이 구성됐으며, 100명이 넘는 교수들이 건설반대에 동참하는 서명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대 학생을 제외하고는 신경영관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디에 언제 건축되는지 알고 있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도대체 기획실이 말하는 학내 구성원의 대표들이란 누구였을까? 그들은 한편 행정업무를 추진하는데 있어 학내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어떻게 일일이 들을 수 있겠냐며, 그것은 행정 일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라고 핏대를 세운다. 행정은 알면서 소통은 모르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대학이 사회의 축소판이 되지 않길

사회에서 일어나는 암담한 일들을 학교에서까지 직면하게 되니 그 충격과 상처가 더욱 컸다.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기획실에선 ‘신경영관 신축 설명회’를 열었지만 결과는 뻔했다. 그 설명회는 기획실이 말했던 ‘소통의 장’이 아닌, 그들의 결정을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다신 반발이 나오지 않도록 쐐기를 박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평온하고 아름답기만 하던 제주도 강정마을이 시위하는 사람들과 그를 막는 전경들로 가득 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난장판’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던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식’ 소통방식 또한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날 뜨끔하게 한 것은 강정마을과 겹쳐지는 우리대학교의 모습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조만간 용재관이 위치했던 백양로 끝자락에서는 공사가 시작될 것이다. 진달래 동산과 돌계단이 소박했지만 아름다웠던 그 곳은 이제 포크레인과 그것이 내는 굉음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강정마을에의 해군기지 건설 추진과 학교 본부의 신경영관 건축 결정,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대학이 사회의 축소판이 돼가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 강정마을의 평온한 풍경  
     
 

 

   
  ▲ 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강정마을  

 

 

 
 

 

 

김재희 기자 jaehee091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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