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 이 연재를 시작할 때 절대 소개하지 말자고 생각했던 책의 유형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라있는 책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주제와 관련해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의 책들을 소개하지 말자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 그리고 매주 드러나는 주제에 맞는 책들을 찾을수록 전에 지니고 있었던 생각들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베스트 셀러나 스테디 셀러, 유명한 책들이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책들을 읽고 나면 ‘이래서 잘 팔렸구나.’ ‘역시 고전답다’ 하는 책들이 있기 마련이니. 그 뒤로 생각을 바꿨죠. 사실 유명한 책, 들어본 책, 대충 내용을 알고 있는 책이라고 해서 모두가 직접 읽어 본 것도 아니고.. 나 역시 대충 알고 있던 내용과 읽고 난 후의 느낀 점이 매우 달랐던 책도 많았으니까.. 가리지 않고 전부 소개하기로!! 자기 합리화가 심했나요?^^; 쨌든! 위의 책은 내가 지녔던 두 번째 결심. ‘주제와 관련해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의 책들을 소개하지 말자’는 결심을 깨트린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책이에요. 소개합니다.

[성공하는 대학생의 대학생활 백서/칼 뉴포트 지음/ 이영선 옮김-한언]

이 책을 만난 건 지난 겨울방학. 집에 꽃혀 있길래 집었어요. 오빠도 저와 같은 대학생이니 오빠가 사다 놓은 것 같긴 한데.. ‘뭐야 이거?’ 하며 펼쳤던 책.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더군다나 저자가 외국인이기까지.. 외국인이 우리나라 대학생 사정에 대해 알 리도 없고, 뻔한 얘기만 할 꺼라고 생각했었어요. 공부 열심히 해라, 돈 아껴라, 등등. 근데 막상 접해 읽어보니 요놈이 또 그게 아니던데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야금야금 도움 될 갖가지 쓸모 있는 조언으로 가득 차 있어요. 저는 이 책을 2학년 2학기가 끝난 뒤, 그러니까 대학생활의 절반을 보내버린 뒤에 접했는데 읽고 나서 신입생 때 이 책을 읽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공강 시간을 만들지 말라는 것! 그 순간 2년 동안 무수한 공강시간을 잠과, 군것질과 수다로 보냈던 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한숨이..

 현재보다 생각하는 수준도 낮고 모르는 것도 많고 서툴지만 꿈도 크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그때 더 적극적으로 대학생활을 했더라면. 하나라도 더 알고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들. 후회.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 수고했다는 나를 향한 위로와 칭찬도 추가해서. 고학번이든 신입생이든, 한번은 읽어도 시간 아깝지 않을 깨소금 같은 책 소개합니다. 계획짤 때 추가하세요!

[호첸플로츠 시리즈/ 오트프리트프로이 지음 / 비룡소]

개강을 하게 되면 학교에 적응하고 과제하고 시험 준비하느라 책은 자연히 멀어지게 되는 듯 해요. 이 때에 필요한 건 잠깐잠깐 시간이 남을 때 읽을 수 있는 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책들일 것 같아요. 생각 없이 읽는 책. 과일 향 사탕처럼.


 우리나라로 말할 것 같으면 혹부리 영감과 비슷한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호첸플로츠 시리즈는 독일의 유명한 동화책 시리즈인데, 호첸플로츠라는 도둑이 물건을 훔치고 그를 좇으며 발생하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묶어 놓은 책입니다. 저는 이 동화책을 어렸을 때 읽었는데 우습게도 가장 오랫동안 생각나는 것은 할머니가 만든 ‘양배추 조림과 구운 소시지’에요. 그 어렸던 날 처음 접했던 양배추 조림과 구운 소시지. 어떤 음식일지 너무 궁금했고, 계속 상상하며 이 책을 자주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양배추 조림과 구운 소시지’라.. 말만 들어도 뭔가 이국적인 느낌 물씬 나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식탐..?ㅋㅋㅋ

 얼마 전 문득 생각나서 1권에서 3권까지 덜컥 사서 읽어버렸어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은 [왕도둑 호첸플로츠], 2권은 [호첸플로츠 다시나타나다!] 3권은 [호첸플로츠 또 다시 나타나다!!] 입니다. 위트있는 제목이 너무 좋죠? 당장 사서 공강시간에 읽어버리고 싶지 않나요? 쉬는 시간 동안 동심으로 돌아가 봐요!

글 조소현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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