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부터 시작된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공사가 이제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곧 도서관 앞 광장화사업이 시작될 계획이다.

우리 연세의 오랜 역사에서 중도 앞 ‘민주광장’이 지난 80~90년대를 동고동락했었던 많은 동문들에게는 특히 각별한 의미로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당시 서슬이 퍼랬던 군부정권의 독재에 의연하게 항거하는 연세인들의 외침이 비롯된 곳이 바로 ‘민주광장’이었다. 사실 광장으로 부르기에는 처음부터 그다지 마뜩한 공간이 아니었지만, 민주화투쟁이 한참 치열했었던 80년대 초반 어느 무렵부터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이곳 ‘민주광장’에서 연일 시국관련 각종 집회, 출정식과 시위가 행해졌다. 또한 이한열 동문과 노수석 동문이 머물러 앉았다가 그리고 안타깝게도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어 우리 곁을 마지막으로 떠나간 곳이기도 하다. 비록 오뉴월과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였어도 그리고 차가운 칼바람이 매섭게 볼을 때려대는 추운 겨울날이었어도 군부독재에 대한 분노와 민주화를 갈망하는 많은 연세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힘찬 함성이 있었기에, 이곳은 이름 그대로 자랑스러운 ‘민주광장’이었다. 또한 우리 연세인들 만의 ‘민주광장’이 아니었다. 전대협 출정식, 학생의날 기념식 그리고 이한열 장례식 등이 이곳에서 치러지면서 ‘민주광장’은 어느덧 대한민국의 ‘민주광장’이 됐고, 이로써 우리 대학교, 특히 ‘민주광장’과 ‘백양로’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성지(聖地)로 각인됐다.

물론 학생들이 본연의 학업을 뒤로 둔 채 길거리와 광장으로 나서는 불행한 역사가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에 정부와 권력이 우리 모두로부터 끊임없이 경계돼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지속가능한 것이 된다. 모쪼록 금번에 추진되는 도서관 앞 광장화사업이 단순한 녹화사업에 그치지 않고, ‘민주광장’이 그 이름에 걸맞은 학내 소통의 열린 장으로 그리고 우리나라 민주화의 굳건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진정 바란다. 그래서 ‘민주광장’의 한가운데에 전체 연세인들의 이름으로 이곳의 지난 역사를 밝히는 소담한 기념비 하나를 놓아 보기를 제안한다. 왜냐하면 이곳 ‘민주광장’을 통해 각인된 많은 연세인들의 기억들이 그간 민주화의 역사를 이뤘고 또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역사의 발전을 지켜낼 것이기 때문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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