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촌에서 신세계를 경험하고 왔다는 문주윤(UICㆍ11)씨. 일년이 다 돼가도록 국제캠 학식만을 경험해 온 문씨는 우리대학교 신촌캠의 학생식당을 다녀온 후 ‘값싸고 질 좋은’ 학식을 먹고 왔다고 한다. 신촌캠 학생들에게는 ‘값싸고 질 좋은’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조금 의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비싸고 질 나쁜’ 학식을 알아보면 그나마 궁금증이 풀리지 않을까. 



                                                 가격은 1등급, 맛은 9등급

일단 신촌캠의 학식은 어떤지 알아보자. 가장 싼 학식은 고를샘에 있는 2천500원 백반 메뉴다. 나머지 학식은 평균적으로 3천~4천원 선. 그리고 식당만 20여 개에 달하고 그 메뉴 역시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국제캠퍼스의 학식은 아침, 저녁식사를 2천500원에 판매하고 점심식사는 4천원, 4천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아침식사는 서양식인 간편식과 한식인 백반으로 나뉘어있고 가격은 2천500원으로 동일하다. 저녁식사는 2천500원, 백반 한 메뉴밖에 나오지 않는다. 점심 메뉴는 급식형태로 나오는 4천원의 ‘오늘의 메뉴’ 가 있고 동양식, 서양식 중 하나로 고를 수 있는 4천500원의 ‘일품1’과 ‘일품2’ 시리즈가 있다. 학생들은 저녁시간에는 메뉴 선택권조차 가지지 못하고, 점심 역시 반강제로 ‘값비싼’ 학식을 먹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타 캠퍼스, 대학교와 비교해 평균적으로 높은 가격에 비해 질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반찬의 종류도 적고 전체적으로 ‘부실’ 한 식단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 우리대학교 국제캠에 나온 ‘오늘의 메뉴’, 4천원.


▲한국외국어대학교의 2천원짜리 '호화' 점심

 

서울대학교는 학식이 1천700원부터 4천원 사이의 가격에 제공된다. 고려대학교 학식은 밥과 반찬을 따로 계산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어 한 식사 당 평균 2천500~3천원 선의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서강대학교는 1천800원에서 3천500원 선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식은 1천400원부터 시작해 2천200원까지다. 다양한 메뉴 선택권이 있는 타 대학교의 학식과 비교해 우리대학교 국제캠은 메뉴 선택권도 없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대안조차 없다.


                              “학식 신청의 로그인 기간이 지났습니다.”

학생식당이 열리는 시간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캠 안에서 식사를 해결할 곳이라고는 유일무이한 학생식당 한 곳, 커피전문점 파스쿠찌, 그리고 편의점인 패밀리마트가 있다. 조식은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석식은 낮 5시 30분부터 저녁 7시 까지다. 점심식사는 아침 11시 40분부터 낮 2시까지 운영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은 점심시간이다. 점심식사 시간에 해당하는 4~6교시에 가장 많은 수업이 몰려있으므로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놓치기 십상이다. 거의 하루종일 학생들에게 ‘굶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신촌캠과는 대조적이다.

국제캠의 제한된 식당 오픈 시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문제점들과 마찬가지로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다. 신촌캠퍼스에서는 학식을 먹을 시간을 놓쳐도 신촌거리로 나가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소위 ‘황무지’ 속에 지어진 국제캠은 이야기가 다르다. 밥 한 끼를 해결하고자 도보로 약 30분이 걸리는 ‘해양경찰청’에 나가기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연속된 강의로 점심시간을 놓치고 나면 먹을 것이 없다. 이렇게 고픈 배를 달랠 것은 편의점 패밀리마트의 인스턴트 식품과 커피전문점 파스쿠찌의 파니니세트다. 파스구치의 파니니세트는 5천원 대에 분포해있어 ‘식사’를 대체하기에 양은 부족하고 가격은 비싸다. 대신 학생들은 패밀리마트에서 삼각김밥, 샌드위치, 컵라면으로 배를 채운다. 하지만 삼각김밥과 샌드위치가 진열된 칸은 항상 재고 부족으로 여백의 미를 자랑한다. 그래서 요즘 ‘햇반’을 먹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기숙사 층마다 있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햇반을 돌려먹는다. 반찬을 집에서 가져오기도 하고, 구매하기도 하고, 때로는 참치캔과 김으로 때우기도 한다. 또한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다. ‘국제캠에 있으니 배달음식이란 배달음식은 다 먹어본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식사 뿐만 아니라 간식거리도 부족한 국제캠에서는 피자, 중국음식, 치킨 등을 시켜먹는다. 이에 국제캠의 쓰레기통 근처는 항상 피자박스와 치킨박스로 ‘피사의 사탑’이 돼있다. 하지만 위의 어느 음식도 학생들에게 균형잡힌 영양을 제공하지 못한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국제캠 식당은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의 관할에 있지 않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 모든 문제는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한 불가능한 수요창출’이다. 신촌캠에는 생협이 존재하기에 식당메뉴가 국제캠에 비해 대체로 싸다. 하지만 국제캠은 학생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협이 들어오지 않고 외부 업체가 들어왔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생협은 학교측에 임대료를 내지 않고 운영자금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생협장학금도 받는다. 이에 반해 국제캠의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한화그룹은 운영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는다. 대신 학교식당의 가격을 올렸다.

학생들의 폭발적인 불만으로 인해 학교측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듯하다. 1학기에 비해 2학기의 식단이 좀 더 맛있어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으며 점심시간도 연장했다. 국제캠 행정처에서는 학생들이 각자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취사실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사실의 오픈예정일도 2주나 지나고, 대안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식사를 해결할 방법이 더 이상 없는 6시 59분에서 7시 사이에 “영업이 끝났다”며 식권을 더 이상 발행하지 않는 국제캠 식당이 앞으로 어떻게 학생들의 식사를 위해 노력할지 참 궁금하다.

 

송동림 기자 eastfores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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