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독고진씨가 광고하는 음료에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여주인공 구애정이 독고진에게 묻는 말이다.

지난 7월에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방영되는 동안 ‘최고의 사랑’ 연관 검색어는 ‘비타민 음료’ 였다. 드라마 방영 내내 비타민 음료가 꾸준히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비타민 음료 뿐만 아니라 ‘PPL의 향연’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최고의 사랑』에서는 LG 3D TV, 캐논 디지털 카메라 등이 자주 출연했다. 특히 비타민 음료를 얼굴에 직접 비비는 등의 과도한 간접광고 장면을 보여준 MBC사는 후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기할수도, 할수도 없는 PPL

이렇게 방송에서 상표나 로고 노출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 2010년 1월 방송법이 개정되면서다. PPL 허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방송 전체 시간의 5%, 화면 크기의 4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브랜드의 직접적인 노출이 가능해졌다. 브랜드 로고나 자동차의 엠블럼 등을 모자이크 혹은 흐림 처리를 하지 않아도 방영할 수 있게 된 것이 차이점. 국내 영화의 첫 PPL은 1992년에 개봉한 영화 『구미호』에서 ‘저승사자’가 ‘쥬시 후레쉬’껌을 씹는 조건으로 식료품 회사 롯데로부터 제작비 3천만원을 지원받은 사례다. 이를 시발점으로 국내 드라마 및 영화에서는 속속들이 PPL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PPL광고는 건당 1천만~2천만원이며 드라마 전반에 걸쳐 광고되는 턴키방식은 5천만~2억원 선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싼 광고료에도 불구하고 회사들은 PPL을 선호한다. 스크린에 나오는 제품들은 관객에게 잔상효과를 남기기에 거부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해당 제품의 호감도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시를 앞둔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스크린이 등용문이 되기 때문에 광고주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사극, 너마저…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김주원은 길라임 앞에서 필립스 청소기를 물 속에 던졌다.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출판명을 회사이름을 연상시키는 ‘요술램프’로 바꿔 등장시켰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는 이달 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사 갤럭시S2 LTE(개발명 셀록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클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 2』에는 무려 47개의 브랜드가 등장했다. 심지어 이전에는 PPL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사극에서도 사과, 고추 등의 특산품이 주인공들의 대화에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위의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시크릿 가든』의 필립스 청소기는 역대 최대 분기별 매출 달성을 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매 회마다 나왔던 커피점 ‘카페 베네’는 이제 전국민에게 친숙한 카페가 됐다. 영화 『E.T』에 나왔던 허쉬사의 리즈 피시즈(Reese’s Pieces) 캔디는 매출액이 66%나 증가했다. 『겨울연가』에서 극중 배용준이 최지우에게 선물했던 ‘폴라리스’ 목걸이는 일본에서만 30만 개가 팔리는 ‘대히트’를 쳤다. 

 


                                             

                                           누구를 위한 win win 게임인가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장하다보니 회사는 비싼 돈을 들여가며 드라마 및 영화에 제품을 출연시키려 하고, 드라마 제작사는 이에 따른 수입을 거부하지 못한다.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는 PPL 전담부서를 만들기까지 했다. PPL에 투자해 돌아오는 수입이 꽤나 ‘짭짤’한 모양이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경우 MBC사가 자체제작하면서 PPL을 통해서만 8억원 어치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PPL도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때가 많다. 극중에서 너무 직접적인 광고를 시도해 극중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다. 간접 광고가 난무해 드라마가 CF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린다는 시청자도 늘어나고 있다. 과도한 PPL이 프로그램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트렌드 전문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디어에서 PPL의 비중이 높아져가는 현상과는 달리 PPL에 대한 시청자들의 찬성 의견은 39.3%로 낮게 나타났다. 어떤 수준까지 제품을 광고해야 할지, ‘노골적이지 않은’ 광고의 수위는 무엇인지,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PPL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무엇일지는 당분간 토론 주제에서 빠지지 않을 것 같다.

  

*PPL광고
PPL은 Product Placement의 약자. 영화나 드라마. CF와 같은 화면 속에 자사의 상품을 배치, 관객 또는 소비자들의 무의식속에 상품 이미지를 심는 방법으로서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상품을 자연스럽게 인지시켜 광고효과를 노리는 기법 중 하나.

  

 송동림 기자  eastfores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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