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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흔들린다 - 붕괴되는 학교, 그 대안은?
  • 양지승 기자
  • 승인 1999.10.04 00:00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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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시간이 흘러 사회가 변하면서 학교종이 사라지는 것은 그럴 수 있다지만 기다리는 선생님도 모이는 학생들도 없는 ‘학교’는 도대체 무엇일까?
매일 아침 7시, 학생들과 교사들은 여전히 꾸역꾸역 학교를 향하고, 교실을 채우고 있음에도 최근 각 언론의 보도를 따르면 ‘교실은 무너지고 있다.’ 교사의 성희롱, 교사의 체벌을 112에 신고하는 학생, 교사나 학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 등을 볼 때 이미 학교는 학생들의 생활지도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실제로 지난 9월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참교육실천위원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약 50퍼센트의 학생들이 교사의 생활지도에 따르지 않는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지식 교육만이라도 성공적인가? 대답은 회의적이다. “보통 자거나 딴 짓해요. 과외하는게 더 편해요.” 수업시간에 대한 차향례양(이화여고·1)의 말이다. 또 교사들을 상대로한 설문조사에서 ‘사교육 팽창이 학교교육을 위협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해 50.5퍼센트가 ‘그렇다’, 22.3퍼센트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교사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부가 제시했던 열린 교육, 수행평가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등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주체들의 고민은 보다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전교조가 주최한 ‘학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학교붕괴의 원인과 진단’ 세미나에서 조한혜정 교수(문과대·문화인류학)는 학교의 붕괴에 대해 “근대의 보편적 양상 중에 하나로 소비중심의 후기 근대적 상황에서는 획일적인 대량 생산체제인 학교체제에 위기가 오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했다. 교육학과 강사 엄기형씨 역시 “학교의 붕괴가 교육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교육 개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환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교육 주체들이 주체성을 찾는 측면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노력을 들 수 있는데 올해 합법화에 성공한 전교조의 ‘참교육실천위원회’나 ‘정책연구소(준)학교교육연구소’, 학생들의 권리를 인권 측면에서 접근하는 ‘학생복지회’나 ‘탈학교실천연대’ 등이 그 예로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다. 또 다른 패러다임 전환은 교육부를 이른바 ‘학교 교육부’에서 ‘사회 교육부’로 바꾸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 속에서 많은 정보가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있어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등장한 지금, 모든 교육을 학교를 통해 실시하겠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사회교육은 마치 학교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나 겨우 이뤄지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학교를 넘어서 실질적인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는, ‘한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로 거듭 나야 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패러다임 전환은 ‘대안교육’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안교육은 편의상 ‘작은학교’를 지향하는 ‘대안학교’와 ‘가정학교(홈스쿨링, home schooling)’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입시위주의 일반고등학교와 달리 다양한 특성교과와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전인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대안학교’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5차원전면학습법’이라는 공학적 교육관을 반영, 운영하는 ‘세인고등학교’ 등 대안학교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고 지난 98년과 올해 급속히 증가해 현재 12여개가 운영중에 있다.
대안교육의 또 다른 형태인 ‘가정학교’는 미국의 경우 미전역에서 지난 93년 합법화된 후 매년 15에서 20퍼센트씩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20여 가정이 실시하고 있다. 특히 가치관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고 자녀에게 ‘맞춤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장점이다. 그러나 가정학교는 부담이 큰 만큼 가정학교를 시작하는 부모들은 준비기간을 거쳐 신중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교육비용과 자녀의 사회화 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가정학교는 교육자의 재량과 다양한 시도 등을 통해 기존의 학교보다는 한층 효율적인 비용과 풍부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겠다.
가정학교는 다른 가정학교와의 의사 소통·정보 교환·인력 교환 등이 필수적이며 이런 역할은 현재 ‘민들레교육상생체’가 맡고 있다. 학교 밖의 교육자원들을 알리고 대안 교육 활동들을 연대시키는 일, 교사와 부모의 재교육화 등을 목표로 이들은 지난 1월부터 격월간 소식지 『민들레』를 발간하고 있다. 발행인 현병호씨는 “우리는 이제 학교에만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새로운 교육 환경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를 살필 때 이러한 모임이 다양해지면서 그 수가 증가하리라고 예상된다.
또 학교의 붕괴는 비단 중·고등학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님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취업을 위해 학점을 챙겨야 하고 상대평가 때문에 서로 견제하는 ‘적자생존’의 상황, 취업 준비를 위해 학원으로 발걸음 옮기며 한숨을 쉬어야 하는 학생들, 여기에 ‘교육철학’이 부재한 교육부 정책과 방만한 대학의 경영, 현 대학의 숨길 수 없는 자화상이다.
‘학교’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이 조금씩 해체되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자유로운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한다. 삶과 괴리되지 않은 교육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과 노력만이 우리의 영혼을 진정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지승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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