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지의 최대 17.8% 기숙사 공급 예상…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될지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주거지는 집(자가, 친척집 등), 기숙사, 하숙, 자취 등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 집에서 통학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주거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집을 제외한 각각의 주거형태에서 한 학기를 거주한다고 했을 때, 하숙집, 고시텔, 리빙텔의 주거비용은 평균 150만원 정도에 이른다. 기숙사의 경우 우리대학교 무악학사는 84만7100원(2인1실, 식비포함), 국제학사는 평균 138만원이다. 자취비용 역시 비싸다. 이 때문에 자취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에서 통학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서강대 장현제(인문학부·11)씨는 신촌 지역의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2011학년도 1학기내내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통학했다. 장씨는 “신촌 일대의 집값이 비싸 어쩔 수 없이 이문동 친척집에 살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도 있는 주거공간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지난 7월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철도부지의 입체복합개발을 통한 도심 주거공간 조성’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주요내용은 철로 위를 복개해 저소득층 및 인근 대학생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철도부지의 개발 유형은 아래 표와 같다.

우리대학교 근처에 있는 신촌역(경의선)은 가좌역, 영등포역 등 후보지 7개 역 중 하나로 선정됐다. 철도연구원 안근원 부연구위원은 “여러 유형 중 신촌역의 경우는 선로 위에 인공대지를 개발하는 유형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 개발 계획에 따르면 신촌역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신촌역의 경우 아직 조감도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비슷한 규모의 가좌역과 비교해볼 수 있다. 가좌역의 경우는 아래와 같이 주거공간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촌역은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있지 않으나, 총 대지면적을 18만㎡라 했을 때 복개지를 모두 주거지로 활용한다면 전체 부지 중 17.8%가 기숙사로 개발된다. 신촌역 주변은 지가가 높고 주거 수요가 많은데다가 철도부지가 넓어 신촌역이 개발부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큰 편이다.

만약 신촌역이 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 개발은 어떻게 이뤄질까? 한국철도나 서울메트로 등 서울시에 사업안 허가 요청을 하게 되고, 서울시에서 사업을 허가하면 SH공사와 같은 공익 업체로 사업이 이전된다.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지난 2010년 철도시설공단이 했던 것처럼 장기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그러나 안 부연구위원은 “장기채권은 초기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시행업자가 바뀌면  선정된 사업시행자가 자체적으로 초기 투자비를 마련해야 한다.

철로 위를 복개하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리는 사업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독일, 미국, 일본, 프랑스, 홍콩 등 외국에서도 이미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는 몽빠르나스 역사와 선로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업무빌딩, 상가, 공원 및 광장, 주차장 등을 설치했다. 홍콩은 룩엔신춘 차량기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아파트 30층 이하 17개동 등을 건립한 예가 있다. 우리나라도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에 위치한 서울 신정 지하철 차량기지를 복개하고 양천아파트를 건설한 바 있다. 양천아파트 인근의 은정초등학교도 철로 위를 복개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주거 개발 시 예상되는 문제점도 있다. 우선 소음문제다. 철로 위를 복개하다보면 많은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사업개발처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인 아파트 공사 시 발생하는 소음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활하면서 얼마나 소음을 겪을까. 차량기지의 상부에 위치한 주거지에 있다 보면 지하철이 오고가는 소음이 적지 않다. 양천아파트 건설 초창기부터 관리사무소에서 근무를 해온 황규훈 사원은 “해가 갈수록 소음에 대한 민원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인근 공항의 비행기 소리에 비하면 지하철 차량소리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거주자들은 소음이 있는걸 알면서도 저렴하다는 이점 때문에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다. 거주자 윤희정 씨는 “소음에 적응돼서 살 만하지만 이웃들 중에는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7월에 조사한 입주민 1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최대 5점 최소 1점)에서 주민들의 만족도는 4.18로 집계됐다. 주거지에 대한 안정성, 소음, 진동에 대한 문항의 경우도 조사 대상의 62.7%가 처음에는 조금 생소하지만 생활하다보니 별다른 불편한 점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4.5%에 달했다.

소음 문제 외에도 인근 대학 및 하숙집 등과의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신축 기숙사의 경우는 2인 1실에 월 15만원이 청구될 예정이다. 우리대학교 인근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 아무개씨는 “대학생들의 비용문제는 이해하지만 먹고살기 힘들어 질 것 같다”며 “비용을 비슷하게 청구하지 않는다면 기숙사 건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부연구위원은 본래의 목적을 강조했다. 그는 “철도부지 주거공간 조성안은 대학생 등 취약계층의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니 정부의 큰 재정 부담 없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서울에 산재한 철도부지를 효과적으로 개발하면 주거공간의 공급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거주희망자들이 개발된 지역 인근의 전월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입주할 수 있기 때문에 신촌 인근의 전월세 공급자들은 가격을 낮춰야 사람들의 거주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철로 상단의 부지 개발은 기숙사에 거주하기를 원하는 대학생들이 모두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신촌역이 주거지로 개발되면 학생들의 주거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광환 기자 radination@yonsei.ac.kr
사진 정세영 기자 seyung10@yon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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