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테이너(Socialtainer)는 ‘폴리테이너(Politainer)’와 구분하기 위해 최근 언론에서 만들어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다. 폴리테이너, 폴리페서(Polifessor)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직접 선거에 출마하는 연예인, 교수를 지칭하는 것에 비해, 소셜테이너는 ‘사회 참여 연예인’을 지칭한다. 이들은 특정 이념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신 발언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때 여러 연예인들이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해 화제가 되기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가령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배우 김규리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법원은 김씨의 손을 들어, 손해배상 이유 없다는 판결을 내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렇게 연예인이 정치적, 사회적 목소리를 내 화제가 되는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2011년 현재 소셜테이너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와,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은 트위터와 같은 SNS의 보편화와 많은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여느 대형 언론사 못지않게 크고 빠르게 이슈를 생산하고 전파시키고 있다.

2011년 소셜테이너는 지금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소셜테이너들은 방송인 김제동씨와 김미화씨, 배우 김여진씨, 가수 박혜경씨 등이다. 김제동씨는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에서 사회를 맡은 이후 출연하기로 한 프로그램에서 돌연 하차하는 등 정치적인 외압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많다. 그는 지난 6월 반값등록금 집회를 지지하며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미화씨는 지난 4월까지 MBC라디오에서 8년간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면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고 직설적인 발언을 해왔으나, 그 역시 이런 발언들이 프로그램 하차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외압 의혹 속에 하차했다.

김여진씨와 박혜경씨는 트위터에 각각 이들을 지지하는 모임인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NalYJ)’, ‘박혜경과 레몬트리 공작단(#lemonlop)’이 만들어져 일반 시민들과 함께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가 대중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불거졌던 홍익대 미화노동자 파업 때다. 그가 홍익대를 찾아 눈물 흘리며 위로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미디어 몽구’를 통해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퍼졌다. 이후 그녀는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집회’, ‘한진중공업 노동자 파업 문제’ 등에도 목소리를 높이며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로 떠올랐다. 「씨네21」에서는 김씨에 대해 ‘그녀의 행보를 따라가면 2011년 대한민국의 뉴스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한편 박씨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돕기 위해 공연을 하고 있다. 박씨는 원래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다가, 부모가 돌연사하거나 자살한 쌍용차해고노동자 자녀의 이야기를 듣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레몬트리 공작단’은 박씨를 중심으로 길거리 공연을 하거나, 아이들을 위한 심리치료, 요리 봉사 등의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여진씨와 박혜경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소셜테이너의 주요 소통 창구는 신문도, 방송도 아닌 바로 트위터다. 1백40자의 단문메시지로 소통해야 하지만, 팔로워들의 타임라인과 리트윗을 통해 그 파급력이 커진다. 글로벌 전략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 6월 ‘한국 인터넷사용자 조사보고서’에서 한국 SNS 가입자 비율이 70%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SNS가 여론에 끼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의미다.

또한 소셜테이너의 활동은 대개 인간적인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공감을 유도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다.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 출연한 황상민 교수(심리학․발달심리학)는 “일반 대중에게 있어서, 정치가나 연예인은 모두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는 존재”라며 “대중들의 기대가 부패한 정치가 대신 그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줄 수 있는 연예인들에게 넘어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희대 영미문학과 이택광 교수는 「주간경향」 932호에서 소셜테이너를 ‘제3의 시민세력’이라 규정하고, “좌․우파 정권 모두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당파성에 매몰되지 않은 정치가 요구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들을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자유로운 시민’과 ‘과격한 선동자’의 사이

연예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가지며, 소셜테이너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있다. 신아무개(영문·09)씨는 “평소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언론이 의제 설정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다”며 “소셜테이너를 통해 관심을 갖지 못했던 문제를 접하게 돼 사회적으로 좋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소셜테이너는 사회적 파급력이 강한 만큼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에 빛을 비출 수도 있지만 다른 문제에는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소셜테이너들이 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특정 이슈에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는 우려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예인들은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김아무개(화학․10)씨는 “처음에는 용기 있다고 생각하며 좋게 봤는데, 요즘에 보면 너무 과격하거나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이렇게 소셜테이너의 활동에 대해 찬반 여론이 첨예한 가운데, 지난 달 MBC는 이른바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을 만들어 회사 안팎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는 MBC의 사규 중 ‘방송심의규정’에 신설된 제8장 ‘고정출연제한 심의’ 조항이다. 이 조항은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공적 책임 등을 훼손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사람은 고정출연 제한 심의 대상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동 조항 제56조 4항에 따르면, 위의 발언이나 행위는 구체적으로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유리 또는 불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말한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김미화씨는 물론, 지난 5월에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고정패널로 출연해오던 시사평론가 김종배씨와 ‘두시 만세’ DJ였던 가수 김흥국씨도 강제 하차 돼 논란이 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내 “이미 MBC는 김미화씨, 김종배씨 등 정권에 밉보인 방송인들을 퇴출시킨 바 있고, 여기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친여성향의 김흥국씨를 퇴출시켜 ‘물타기용’이라는 빈축을 샀다”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MBC가 이들의 퇴출을 정당화시키는 규정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MBC는 우선 사규를 수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가,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결국 신설 조항을 담은 수정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의 행보는…?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 소셜테이너의 발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의 문제는 개인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다를 것이다. MBC가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까지 만든 지금 우리사회에서 소셜테이너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정주원 기자 shockingyellow@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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