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4년차, 입학사정관제의 현 위치를 살펴보다

입학사정관제?

지난 2008학년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입학사정관제는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육성채용활용해 보다 자유로운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존 △학생부 △수학능력시험 △대학별고사 등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준을 마련해 학생의 잠재력, 대학의 설립이념 및 모집단위의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2011학년도 현재 전체 118개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대학교는 지난 2011학년도 입시에서 수시선발 비율을 전체 입학생의 80%로 확대했다. 이처럼 최근 대학에서는 수시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2학년도에 29%선에 머물렀던 수시모집인원 비율은 2007학년도에 과반을 넘은데 이어 2011학년도에는 60.8%에 이르렀다. 그리고 입학사정관 제도가 그 중심에 있다.

우리대학교가 원하는 학생은?

지난 2008학년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입학사정관제는 기존 △학생부 △수학능력시험 △대학별고사 등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뽑으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건학이념, 철학 등이나 모집단위별 특성에 맞춰 다양한 선발방식이 등장했다.

우리대학교 입학사정관제 중 가장 대표적인 트랙에는 ‘진리자유트랙’이 있다. 이 트랙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을 뽑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통해 학생의 학교생활을 판단하는 서류평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면접은 인성평가에 중점을 둔다.

‘창의인재 트랙’은 이번 2012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된 트랙이다. 학업 성적만을 중시하는 현행 제도에서는 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이 그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런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도입된 창의인재 트랙에서는 △내신 △수능 △논술을 보지 않고 △우수성 입증자료 △창의 에세이 △심층면접구술시험 등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입학처 입학팀 김지근 입학사정관은 “우리대학교가 고등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하면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변화된 부분들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입학사정관제로 인해 달라진 점을 말했다.

죽음의 펜타곤

입학사정관제는 처음 도입 당시부터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의 역점인 △공교육의 강화 △사교육비의 경감 △대입 자율화 등을 실현하기 위해 적합한 정책이라고 판단됐다. 하지만 공교육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또 다른 병폐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새로이 발표되는 많은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대학은 창의적 또는 맞춤식 인재를 원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공교육에서는 이를 만족시키는 인재가 육성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가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추기 위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인고등학교 이미송(19)양은 “논술이나 면접이 중요시 되는 트랙에 지원하려는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고 성적우수자로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내신 때문에 또 사교육을 받는다”고 전했다. 대학입시에 신경써야할 종류가 더 늘어나면서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제는 이중고, 삼중고가 됐다. 이양은 “대부분의 수시전형은 사교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시전형이 사교육을 조장했으면 조장했지 줄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존 △수능 △내신 △대학별 고사로 이뤄진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이제는 각종 자필서류, 교외활동 등이 더해져 오각형 또는 육각형이 되는 상황이 됐다.

교외활동조차 매매되는 현실이다. 입시생들 사이에는 ‘스펙’을 위한 봉사활동 경력을 사거나 근거 없는 수상 경력을 꾸며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팔리는 1천원짜리 기념품이 ‘오바마 봉사상’으로 둔갑해 입시용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팔린 사건도 있었다. 우리대학교도 지난 2011학년도까지 비교과 영역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으로만 확인했다. 그리고 의심되는 사항이 발견될 때 학교에 직접 확인을 나가기도 했다.

한편 대입 자율화 목적에 따라 각 대학별 특색을 갖춘 트랙들이 생기면서 대학 입시의 다양화가 실현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수많은 트랙에 대해 학생 혼자 감당하지 못하게 돼 ‘입시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발을 내밀고 있다. 학생 개인에게 맞춤 전략을 짜주는 입시 컨설팅의 비용은 연간 수백만원에 달하며 강남일대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돼가는 추세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선발의 전문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학생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입학사정관(아래 사정관)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에 대해 입학팀 김 사정관은 “우리대학교에 있는 13명의 사정관은 모두 오랫동안 교육 및 입학에 관련된 업무를 한 분들로 구성됐다”며 “사정관들의 출신 전공 또한 다양해 전문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 사정관은 △현재 고등학교 교육과정 △현장에 대한 이해 △평가방법에 대한 이해 등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수시전형은 이미 포화상태

한편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추진함에 따라 이를 지원하기 위한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전국 4년제 대학 60개교를 선정해 총 3백51억원을 지원한다. 특히 우리대학교를 포함해 선도대학으로 선정된 30개교는 대학 당 평균 7억 8천만원씩 지원받는다. 하지만 상당한 지원을 받는 많은 대학들이 새로운 트랙을 개발하지 않고 대부분 이전의 수시전형을 이어왔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대학교에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후 △진리·자유 트랙 △창의인재 트랙 △IT 명품인재 트랙이 신설됐다. 김 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에 성적, 논술 외에 다양한 자료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트랙의 종류는 기존 수시전형으로도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금은 다양한 자료를 살펴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고등학교와의 연계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에 쓰인다고 밝혔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지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입시제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온 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오가고 있다.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를 비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근본적인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회의적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 현재의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지가 관건이다. 우리나라가 본보기로 삼은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1백년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수정하고 다져온 제도다. 입시제도의 뿌리 깊은 부정적인 면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지금의 과도기를 극복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현하는 것이 요구된다.


서동준 기자 bios@yonsei.ac.kr
자료사진 서울문화사, 중앙일보, YBM 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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