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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겪는 '다름', 속사정 관찰 보고서[기획르포] 중국인 유학생의 일상을 들여다보다
  • 서동준 기자
  • 승인 2011.05.28 14:57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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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이 있던 지난 2월 17일 글로벌라운지 앞에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연세대학교 외국인 유학생회’라는 하늘색 깃발이 추운 날씨에도 힘차게 휘날리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다를 바 없는 학생들이었지만 약간은 어눌한 한국 발음에서 그들이 한국 학생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외국인 신입생들이었다. 얼마 뒤 버스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그들은 아직 우리나라 교통편에 익숙지 않아 학교의 지원으로 버스를 대절해 함께 이동했다. 올해 입학식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실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입학식장에 도착한 외국인 신입생들은 할당된 구역으로 향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외국인 신입생만 해도 1백 명이 넘는데 자리는 50석이 채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우 자리를 확보했지만 위치는 가장 구석이었다. 처음보는 총장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5천 신입생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미 커다란 장막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가슴에 대못박는 소외

우리대학교의 중국인 유학생은 3백50여 명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들은 그들끼리 어울려 지낼 뿐 “자주 어울려 지내는 한국 친구는 없다”고 말한다. 캠퍼스라는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한국 학생들은 그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은 고민이 많다. 학과 특성상 조모임이 잦은 이신(경영·10)씨는 “조를 짤 때면 한국 학생들이 같은 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외국인과 같이 하면 학점 낮게 받는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학생도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도 열심히 하니까 같이 노력하면 되잖아요”라며 하소연하는 이씨에겐 그때의 기억이 아직 상처로 남아있다.

술문화도 이들을 소외시키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사람들은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시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들은 술자리를 통해 한국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것은 좋다고 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마시는 술의 양에는 손사래를 친다. 이씨는 “신입생 시절 MT 때 한국 학생들이 마시는 술의 양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그 이후로는 MT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한국 학생들의 술 문화는 그들에게 공포로까지 느껴진다. OT에는 참석한 외국인유학생들이 MT 이후 슬그머니 사라지는 이유가 이것일지 모른다.

달리고 또 달려도 부족한 시간

장도(신소재·11)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뛴다. 종합관에서 수업을 마친 시간은 낮 1시 50분. 1시 40분에 시작하는 한국어학당 수업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수업시작 후 20분이 지나면 결석이기 때문에 이를 면하려면 무조건 뛰어야 한다. 강의실에 도착해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은 장씨는 부랴부랴 교재를 편다. 매일 4시간씩, 일주일에 20시간의 한국어 수업을 듣는 장씨의 이번 정규학기 신청학점은 고작 9학점이다. 수강신청 당시 장씨는 한국어 4급이었기 때문에 신청 학점이 9학점으로 제한됐다. 그럼에도 일반학생과 동등하게 4백8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낸다. 한국어학당 한학기 수강료 1백60만원을 합치면 이번학기 수업료에만 6백40만원이 고스란히 들었다. 장씨의 부모는 한 학기 수업료로 이렇게 많은 돈이 지출되는지 모르고 있다. 장씨는 학기 초 받은 생활비를 등록금에 보태 수업료를 납부했다. 현재 생활비는 과외와 식당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어 수업이 끝나고 순두부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장씨는 서둘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장씨는 화요일과 목요일 경기도 용인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중국어 과외를 한다. 한달에 20만원의 과외비와 약간의 교통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단 1시간의 과외를 위해 왕복 4시간 걸리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학교 근처에서 과외를 하지 않고 왜 멀리까지 다니냐는 질문에 장씨는 “그러고 싶지만 한국 사람들이 여자 선생님을 선호해 과외를 새로 구하는 것이 어렵다”며 “근데 왜 여자 선생님을 좋아해요?”라고 반문했다. 과외 외에도 금요일에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당 2만원을 받는다. 신입생에게는 ‘황금’과도 같은 금요일 저녁, 장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일하고 있다.

외국인유학생이 받는 유학비자는 'D-2'로 분류된다. 이 비자를 소지한 학부생은 주 20시간, 대학원생은 주 30시간을 일할 수 있다. 국제처 국제지원팀 손성문 주임은 “외국인유학생 대부분이 아르바이트 하나씩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욱택(전기전자·09)씨는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며 “중국어 과외를 하거나 한국어가 많이 필요 없는 식당 설거지 같은 일을 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화장품 가게에서 중국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낮 3시부터 밤 10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주일에 꼬박 38시간을 일한다. “1학년 때는 부담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 학기부터 전공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세계화의 길

중국인 유학생들을 향한 한국 사람들의 비하발언도 적지 않다. 이씨는 “중국에서 가져온 노트북을 보고 고시원 아저씨가 ‘중국에도 노트북 있어?’라며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마씨도 “중국인 친구의 하숙집 아주머니는 친구에게 ‘중국 사람들은 잘 안 씻지?’라는 말을 했다”며 “동시에 칫솔을 건네며 사용법까지 알려줬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이런 것 있어?”로 시작되는 무시발언들에 이들은 “한국 사람들은 중국을 아직 미개발국가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화학생회 회장인 서김명(심리·10)씨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중국인 개개인에게 적용시키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인 유학생도 우리와 같은 학생이고 사람이다. 우리대학교가 진정으로 세계화로 나가는 길은 우리와 조금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이다.

서동준 기자 bios@yonsei.ac.kr

그림 김진목

서동준 기자  bio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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