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미끄럼틀,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학부모들이 앉아있는 벤치, 날이 저물면 앳된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그네, 담배연기가 피어오르는 시소.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놀이터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 다른 놀이터가 있다. 이곳에는 예술가들, 뮤지션들, 놀러 나온 친구와 연인들, 한껏 흥분한 외국인들이 모여든다. 바로 젊음과 자유로움이 한껏 느껴지는 홍익대 앞의 홍익공원, 일명 ‘홍대 놀이터’(아래 놀이터)다. 화창한 늦봄의 날씨를 자랑했던 지난 주말, 기자가 직접 놀이터를 찾았다.

점심을 먹고 느긋이 찾은 놀이터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부터 아기자기한 상품을 구경하는 학생들과 연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외국어와 서툰 한국어를 섞어 쓰며 길거리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모두 토요일마다 이 자리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을 찾은 사람들이다. 프리마켓은 등록 절차를 거친 생활창작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열린 시장’으로, 이미 지난 2002년부터 주말 놀이터의 명물이 됐다. 금속공예품을 제작·판매하는 작가 'Jo'씨는 “직접 만든 물건을 손님과 가까이서 만나 설명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프리마켓에서는 캐리커쳐, 미술심리치료 체험 등 참여형 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애프터눈스테이지’에서는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도 볼 수 있다. 놀이터 뒤쪽에는 무대라고 하기에는 소박하지만 각종 악기들이 세팅돼 있고, 많은 이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한나(22)씨는 “평소에도 놀이터에 자주 오는데 특히 주말은 사람도 많고 활기차다”며 “작가들의 상상력이 뛰어나 보는 즐거움이 있는데다가 편안한 공연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저녁 6시, 프리마켓이 폐장하고 날이 어둑어둑해져도 놀이터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부분이 주변 공연장이나 상가를 찾았다가 들른 사람들인데, 각종 길거리 공연으로 이들의 눈과 귀는 심심하지 않다.

놀이터 한 쪽 경쾌한 타악기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서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각자 젬베* 등을 이용해 연주를 선보이고 있었다. 점차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한편 놀이터 미끄럼틀 앞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서성이더니 이내 무리를 지어 노래와 랩을 선보인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놀이터에 올 때마다 축제 분위기가 난다”며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도 기타를 치는 일행이나 둥그렇게 모여 댄스 배틀을 하는 무리 등으로 놀이터는 시끌벅적 했다. 늦은 저녁 시간대의 놀이터는 말 그대로 젊음을 자유롭게 뽐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자정이 넘어선 새벽의 놀이터는 이미 ‘놀이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저기 술병과 쓰레기가 널브러져 낮과는 다른 의미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놀이터 한 가운데에는 네 명의 남성이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손에도 저마다 맥주캔 등 술이 들려 있다. 거리낌 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이나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무리는 그 어떤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았다.

특히 이전 시간대에 비해 외국인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맞은편 상점과 클럽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더불어 이들은 파티를 즐기는 듯했다. 이는 홍대가 예술·인디 문화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클럽 문화로도 해외 관광객에게 유명하기 때문이다. 클럽문화협회에 따르면 홍대 부근에만 열 개 이상의 클럽이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놀이터의 모습에 대해 마포구청 공원녹지과 최경주씨는 “놀이터 주변에 상가와 주택이 있기 때문에 저녁 시간대 공연은 허가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변에 워낙 인디밴드와 클럽이 많다 보니 관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기자가 찾은 주말의 홍대놀이터는 24시간 사람이 북적였다. 지나는 이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예술가들이 자신을 뽐낼 수 있는 전시장이자 공연장이기도 했으며, 자유로우면서도 반항적이고 퇴폐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기도 했다. 다양한 볼거리와 분위기가 공존하는 놀이터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젊음의 놀이터였다.

*젬베: 서아프리카의 전통 북

 

 


정주원 기자 shockingyellow@yonsei.ac.kr
사진 이다은, 박동규 기자 ddonggu77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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