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 없는 경우 스터디를 조직해 취업을 준비하기도 한다. ‘언론고시’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언론사 입사 시험을 위해 스터디를 조직한 ㄱ(경영·04)씨는 “학원에서 입사 과정을 관리해주는 아나운서와 달리 기자와 PD직은 지원자가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ㄱ씨는 이어 “혼자 준비하는 것 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입사 시험에서 필요한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ㄱ씨가 참여하고 있는 언론고시 스터디는 △논술·작문 △상식 △신문스크랩 △찬반토론으로 구성돼 있다. 스터디는 우선 논술과 작문에 대한 서로의 첨삭으로 시작된다. ㄱ씨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첨삭할 때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도 “첨삭을 받았을 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글의 전개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기에 내가 남의 글을 첨삭할 때 하나라도 더 지적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상식공부는 책 한 권을 정해 공부해 올 범위를 정한 후 시험을 보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 스터디의 구성원인 ㄴ(국문·08)씨는 “보통 기본상식들은 책을 통해 공부하고 최근 시사상식은 신문스크랩으로 보충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이슈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이어진다. 이는 전 주에 정한 주제와 찬성 혹은 반대 입장에 대한 논거를 준비해 와서 열띤 토론을 펼친다. ㄱ씨는 “언론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인 분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논거를 준비하면서 비판의식을 가지고 칼럼, 관련기사를 읽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취업스터디는 대기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활성화돼 있다. 몇 년 전 삼성그룹이 직무적성검사(아래 SSAT)를 도입한 이래로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각각 개발한 시험을 입사전형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SSAT 준비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 조연정(독문·07)씨는 “기업들이 저마다 시험을 개발하면서 취업준비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SSAT는 △언어영역 △수리영역 △추리영역 △상식영역으로 구성돼 시험범위가 방대하다. 이에 조씨는 “혼자 평소에 꾸준히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 며 “작년에 혼자 준비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같이 공부하니 더 알차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시험을 통과한 후 치르게 되는 면접을 준비하는 스터디도 있다. 제일모직 면접을 준비했던 ㄷ씨는 “SSAT를 통과한 사람에 한해 꾸려진 면접대비 스터디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스터디는 면접을 약 2주 앞두고 만들어진 실전대비 스터디였다. 커리큘럼은 △기업 분석 △보유브랜드 분석 △모의 프레젠테이션으로 구성됐다. ㄷ씨는 “여러 사람들의 분석을 들어봄으로써 알게 된 새로운 정보와 실제로 면접을 보듯이 연습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스터디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국가고시, 법·의·치의학전문대학원 등을 준비하는 스터디도 있다. 외무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ㄹ씨는 “시험의 답안 작성 연습을 할 때 혼자 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해서 스터디를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ㄹ씨와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터디의 장점을 ‘꾸준한 공부와 정보 공유’라고 꼽았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스터디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친목도모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씨는 “정기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친해지게 되면 스터디에 충실하게 참여하지 않아도 봐주게 될 수 있다”며 “지각, 결석, 시험결과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는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았고 대학에 와서는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스터디는 사교육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취업준비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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