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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부 학생들, “운동·학업 두 마리 토끼 잡고 싶어요”공부할 수 있는 여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다른 진로 선택 어려워
  • 주혜민 기자
  • 승인 2011.05.07 17:57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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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우리대학교 운동부와 KBS는 시사기획으로 ‘공부하는 운동선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모든 훈련 일정을 수업시간 전후로 조정하고 운동부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2년가량 지속되던 이 프로젝트는 현재 포기 상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훈련에 밀려 등한시 돼온 운동부 학생들의 학습권의 보장은 은퇴 후의 삶과 관련이 있기에 중요하다. 그러나 운동부 학생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촘촘히 짜여져 있는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공부에도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무교육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학에 왔지만…

정재은 교수(체교·스포츠심리)는 운동부 학생들이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수업을 거의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야구부 선수였으나 현재는 쉬고 있는 송진원(스포츠레저·08)씨도 “초등학교 때는 3교시까지만, 중학교 때는 오전 수업만 들어갔고 고3 때는 수업을 4번 정도 들어갔다”며 이를 뒷받침했다. 정 교수는 “한 번 생긴 구멍을 보완하긴 매우 어렵다”며 “결국 포기하게 돼 대학공부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주 교수(체교·스포츠 교육학)는 “일선 교육 현장에서 운동부 학생들의 교육목표를 임의로 낮추는 등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운동부 학생들은 의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체육교육학과 또는 스포츠레저학과 등으로 입학한다. 이들이 졸업하기 위해 들어야만 하는 수업에는 운동부 학생들만 대상으로 하는 수업도 포함된다. 학년별로 듣게 되는 이 수업은 철저히 운동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진행된다. 3학년 대상 수업인 ‘심리기술훈련론’을 강의하는 정 교수는 “이론을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무리”라며 “이론과 관련된 사례나 기사 중심으로 쉽게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실수로 인한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의 인터뷰를 인용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첫 시간 수업이 ‘포털사이트 접속해보기’일 정도로 운동부 학생들은 세심한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들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이상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울뿐인 튜터링 시스템

따라서 운동부 학생들에게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듣는 수업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송씨는 “교양수업을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갈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운동부 학생들과 맺어주는 튜터에게 과제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송씨는 “주로 과제에서 요구하는 내용 자체를 모를 때 도움을 청한다”며 “사실 튜터가 과제를 거의 해주는 거나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이러다보니 튜터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연락을 잘 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봉사학점으로 보상을 받는 튜터들도 책임감이 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현재 튜터링 시스템은 본래 취지대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도 진로에 대한 고민 합니다”

수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운동부 선수에게 기량은 더욱 중요하다. 송씨는 “수업에 참여하느라 훈련에 소홀해지면 곧바로 실력으로 나타난다”며 “다른 진로의 대안이 전무한 상황에서 훈련과 공부 두 가지를 병행하라고 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3학년이 되면 운동부 학생들도 진로를 고민하며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서 재고하게 된다. 우리대학교 4학년 운동부 학생들의 프로진출 비율은 20% 남짓이다. 그러나 이들이 프로에 간다고 해서 모두 살아남지는 못한다. 이 교수는 “각 팀의 1군으로 성공적인 프로생활을 하는 선수는 채 1%도 되지 않는다”며 “나머지 선수들은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씨는 “고등학교 때는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하면 대학이라는 2차 진로가 있었지만 대학 진학 후엔 아니다”라며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할 때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약 1%만이 프로에서 화려한 운동선수로 살아남는 현 체제에서 운동부 학생들의 진로 방면의 강화는 시급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방안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아이스하키 조재형 선수(체교·09, 수비수·15)는 “AT트레이너*나 PT트레이너** 양성 과정, 경기지도사자격증 수업 등을 개설하면 졸업 후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식품영양학 수업도 들을 수 있다면 후에 운동선수들의 식단을 관리해주는 직종에서 종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생할 수 없는 운동, 그렇다면 대안은?

이 교수는 일부 선진국들의 스포츠 클럽 정책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학교 수업과 운동을 별개로 공부가 바탕이 돼야 취미생활로 운동을 할 수 있다. 아이스하키 조 선수는 “일본에서 아이스하키로 유명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공부도 잘하는 학생을 뽑으려면 당장 팀의 경기력이 저하되는 것은 참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10년을 기다린 결과 공부와 운동실력 모두 우수한 학생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운동을 매우 좋아하지만 평생할 수 없다”고 말하는 조 선수는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야구부 오윤석 선수(스포츠레저·10, 내야수·14)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프로진출을 마다하고 대학생활이 하고 싶어 대학진학을 결정했다. 오 선수는 “각자가 원하는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재밌다”면서도 수업을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운동부 학생들도 공부를 대학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하지만 도움 없이는 해나갈 수 없다. 최근 초등학교에서 운동부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공부하는 것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최저학력제’를 시행하면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하는 수업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제는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 눈앞의 경기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선수 개개인의 미래를 위해 개혁적인 의식을 가지고 운동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다.

*AT 트레이너: Athletic Trainer, 선수가 상해를 입어 경기에 복귀할 때까지의 회복기간 동안 선수를 관리해주는 자.
**PT 트레이너: Personal Trainer, 1대1 전담 트레이너


주혜민 기자 hallo@yonsei.ac.kr
사진 이다은 기자 winner@yonsei.ac.kr

주혜민 기자  hall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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