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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체 게바라는 소셜 네트워크다” - 미국 국무부 수석 자문관 알렉 로스, AFT 통신

최근 북아프리카에 민주화 열풍에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아래 SNS)가 정보를 유통하고 시위를 조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소셜 네트워크 혁명’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실제로 140자도 안되는 이 재잘거림들은 불가항력적인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전지구적으로 온라인 정치 담론이 형성되는 데 유용한 매체로 자리잡았다. 튀니지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까지 확산되는 데 불과 몇 달이 채 걸리지 않은 이유다. 비단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정치 쟁점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논의되고 있다. 트위터에서 꾸준히 이마트피자, 통큰치킨 등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고, 방송사의 ‘블랙리스트’를 트윗한 연예인이 검찰까지 출두한 것이 그 예이다. 이렇게 수많은 이슈와 논란을 빚어내는 SNS를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정치 커뮤니케이션과 여론 형성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소셜 권력을 주목하라

IT 칼럼니스트 윤상진씨는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행보에 대해 “이제 언론 권력은 지고 소셜 권력의 시대”라고 말했다. 윤씨는 “극소수가 장악하던 권력이 이제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개개인에게 돌아가며 이 개인들이 뭉쳐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 파괴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손쉽게 여론을 조작할 수 있었던 기성언론에 우리는 더 이상 ‘낚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뒤늦게 언론을 통제하며 인터넷을 차단시키려고 했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몇몇 독재정권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대학교에서 ‘매스컴과 현대사회’를 강의하는 강정수 강사는 이것이 “정보의 생산과 유통의 혁신이 일어났고, 조직화 할 수 있는 비용이 적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즉, 기존에 게이트키퍼*였던 매스미디어의 필터링으로 네티즌들이 정보를 소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반면, 이제는 실시간으로 범지구적인 사건과 사고, 사람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의 밀도가 강화되면서 네티즌들이 크고 작은 일에, 언제든지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는 폭발적인 파급력을 갖는다.

 

 

야누스의 얼굴을 한 소셜미디어

한편 현재 온라인 공론장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소수의 의견이 대세 여론으로 과장되고 확대되는 ‘여론몰이’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민족적 감정을 자극하는 독도 문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에서 네티즌들은 정보의 진위 여부를 떠나 감정적으로 일관했다. 조화순 교수(사과대·국제정치경제)는 “온라인에서 자신이 원하는 의견에만 접속하고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토론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강화화고 극단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렇게 “가치 편향적인 정보가 교환되고 커뮤니케이션이 집단 감성으로 치우쳐 심도 있고 합리적인 숙의를 저해한다”고 말했다.
또 많은 국가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사실상 독점지위를 굳건히 하면서, 사회적 감시와 프라이버시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강 강사는 “독점 체계, 정보 오남용, 프라이버시 문제는 오프라인에서도 항시 있는 문제이고 해결해야하는 과제”라며 문제의 대안으로 온라인에서 형성된 여론을 무조건 가치절하하기 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규범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소셜 미디어의 발달이 곧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셜 미디어 혁명은 결국 기술이 아닌 사람에게서 비롯된 까닭이다. 즉,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사회 구조를 가져올 수도 있는 반면, 정보를 쥔 새로운 정치 권력과 기업에 종속되며 극단적으로 시민사회의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 조 교수는 “기술은 본래 중립적인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어떠한 사회질서를 구현하는가”라고 밝혔다. 다시말해 권력의 다원화, 개인 자유의 신장 같은 민주적 변화를 위해서는 누리꾼들 스스로가 시민의식의 제고와 지식수준의 향상을 위한 노력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심도있는 토론과 숙의로써 성숙한 민주주의로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체 게바라의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그의 누리꾼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어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이영빈 기자 yblee90@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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